“5·18은 북한 소행?”…끝나지 않은 왜곡, 평화나무 결국 고발일부 보수 개신교 인사들, 설교·부흥회서 “공산폭동” 허위 주장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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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전용욱 기자] 사단법인 평화나무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발언을 한 일부 종교인들을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1980년 광주에서 벌어진 국가폭력과 시민 저항의 역사가 법적·사회적으로 이미 민주화운동으로 확립됐음에도, 일부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여전히 “북한 지령”, “공산폭동”, “인민군 파견” 등의 허위 주장을 설교와 집회 현장에서 반복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는 2026년 5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한 종교인들에 대해 5·18 특별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평화나무는 이들의 발언이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역사 해석의 범주를 넘어, 이미 여러 차례 국가기관과 사법 판단, 역사적 검증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주장을 종교적 권위와 결합해 확산시킨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발언은 교회 설교와 부흥성회 등 신앙 공동체 내부에서 나왔다. 서울 송파구의 한 교회 담임목사 A씨는 지난 3일 예배 설교 중 “5·18이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북한의 지령에 의해 이루어진 공산폭동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역사는 완전히 공산주의자에 의해 왜곡됐다”고 주장했으며, “북한에 5·18 기념비가 있고 가장 성공한 공산혁명으로 그들의 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B 선교사는 파주시 소재 교회에서 열린 부흥성회 설교 중 북한이 600명을 광주에 파송했고, 그중 450명이 사망했다는 식의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
그는 광주 시민을 향해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며, 당시 광주 시민들을 살해한 주체가 계엄군이 아니라 북한 공산당과 인민군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평화나무는 이 같은 발언이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날조이며, 특히 구체적 숫자를 동원해 허위 주장을 사실처럼 포장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평화나무는 “5·18민주화운동은 북한과 전혀 무관한 사건”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5·18은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폭력에 맞서 광주 시민들이 저항한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견해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기둥 가운데 하나다. 그럼에도 일부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강단과 집회 현장을 통해 음모론과 허위사실을 반복하는 것은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이자,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기억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평화나무는 앞서도 유사한 고발을 진행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김대중이 5·18을 일으켰고, 행동대장이 문재인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C 전도사를 5·18 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그 연장선에 있다. 특정 종교 세력 내부에서 반복되는 5·18 왜곡 발언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이번 사안은 단지 몇몇 종교인의 일탈적 발언으로만 볼 수 없다. 5·18 왜곡은 오랜 시간 극우 정치 담론과 일부 보수 개신교 집단의 반공주의 정서가 뒤엉키며 반복돼 왔다.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부르고, 국가폭력의 책임을 피해 시민들에게 돌리며, 북한 개입설을 통해 역사적 진실을 흐리는 방식은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다시 찢는 행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발언이 일반 정치집회가 아니라 예배와 설교라는 종교적 권위의 공간에서 유포된다는 점이다.
신앙은 진실을 외면하는 방패가 될 수 없다. 교회 강단은 허위정보를 확산시키는 확성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처럼 수많은 희생과 국가폭력의 진실이 얽힌 역사적 사건을 왜곡하는 일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표현의 자유는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와 공동체의 역사적 기억을 짓밟을 자유를 뜻하지 않는다.
평화나무의 이번 고발은 한국 교회 내부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일부 보수 개신교는 언제까지 반공주의라는 낡은 프레임 속에서 민주주의의 희생을 모욕할 것인가. 5·18을 폄훼하는 말들이 신앙의 언어를 빌려 반복될 때, 교회는 복음의 공간이 아니라 왜곡된 정치 선동의 무대가 된다. 이는 교회 스스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기도 하다.
5·18민주화운동은 광주만의 역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어떤 피와 눈물 위에 세워졌는지를 보여주는 공동의 기억이다.
그 기억을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화나무의 고발은 단순한 법적 조치가 아니라, 역사 부정과 허위 선동에 맞서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