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라 불렸던 김대중 전 대통령”… 스승의날, 민주당이 다시 돌아봐야 할 정치민주주의의 피해자에서 권력정당으로 변한 민주당… 시민들은 왜 피로를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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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태수 기자 |
스승의날인 5월 15일, 많은 호남 사람들은 여전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선생님’이라 부른다.
그 호칭은 단순한 존칭이 아니다. 독재에 맞섰던 민주주의 지도자, 지역 차별과 정치 탄압을 견디며 끝내 시대를 바꿔냈던 정치인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다.
김대중은 호남에게 단순한 대통령이 아니라 시대의 스승이었다.
김대중은 수없이 감옥에 갔고, 납치됐으며, 사형선고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끝내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았다. 동시에 그는 매우 현실적인 정치인이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 속에서 시장경제를 수용했고, 정보통신 산업과 미래 성장전략을 국가 과제로 밀어붙였다.
민주주의를 외쳤지만 경제 역시 외면하지 않았고, 복지를 말했지만 성장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날 일부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김대중은 사실 보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 중심 급진 진보의 시각에서 보면 그는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현실감각 때문에 김대중은 지금 다시 재조명된다. 그는 이념만 외친 정치인이 아니라 국가를 실제로 운영했던 정치인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민주당이 과연 그 정신을 얼마나 이어가고 있느냐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민주주의와 개혁의 상징을 자처해왔다.
군사정권에 맞섰던 야당의 역사, 거리의 시민들과 함께했던 민주화운동의 기억은 민주당 정치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었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민주주의의 피해자였던 민주당이 이제는 대한민국 최대 권력정당이 됐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당을 둘러싼 공천 갈등과 팬덤 정치 논란은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호남 지역 공천 문제와 계파 갈등은 민주당 내부 권력 구조가 과거 자신들이 비판했던 정치문화와 얼마나 다른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상대 진영의 밀실공천과 줄세우기 정치를 비판해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공천 과정에서는 특정 계파 중심 정치와 강성 지지층 영향력, 친소 관계 중심 구조가 반복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민주당 역시 권력정당화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제기한다.
특히 민주당 내부 강경 정치의 상징처럼 자리 잡은 정청래 의원의 정치 스타일은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청래 대표는 강한 전투력과 선명한 메시지로 강성 지지층의 높은 지지를 얻고 있지만, 동시에 정치적 타협과 통합보다는 적대와 진영대결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청래식 정치가 민주당 내부 팬덤 정치와 결합하면서 민주주의의 토론 구조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본다.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뿐 아니라 내부 비판 세력까지 압박하는 언어가 반복되면서 민주당 내부 다양성과 유연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도층에서는 “민주당이 점점 설득의 정치보다 응징의 정치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정치의 목적이 국민 통합과 국가 운영이 아니라 상대 진영 제거와 내부 충성 경쟁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민주당이 과거 스스로 강조했던 민주주의 가치와 충돌한다는 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피해자였지만 통합을 이야기했고, 노무현은 시민통합과 지역주의 극복을 강조했다.
반대세력까지 국가 운영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정치였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은 반대세력에 대한 토론을 해 합리적 방법으로 이끌려고 하는 정치였다. 김대중 전대통령 처럼 경제를 우선순위에 두는 정치는 아니다 보니 다양한 곳에서 비판하는 세력도 많았다.
반면 지금 민주당 일부 강경 정치의 언어는 통합보다 진영 결집에 더 가까워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반대 의견을 설득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제거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평론가들은 민주당의 현재 위기를 “도덕적 자기확신의 위기”라고 분석한다.
자신들이 정의롭다고 믿는 순간 내부 비판은 쉽게 배신으로 규정되고, 다른 의견은 적대시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공천 문제나 팬덤 정치의 부작용을 비판할 경우 “개혁에 반대한다”거나 “수박” 같은 낙인 프레임이 작동하는 경우도 반복돼왔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양성과 토론 문화가 오히려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가장 피로감을 느끼는 지점은 “정의의 언어와 실제 권력 행태 사이의 거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은 여전히 개혁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정치 운영에서는 점점 강성 지지층 중심 정치와 권력 유지 논리가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과거 민주화 세력이라는 역사적 정당성에 계속 기대려 할 것인가, 아니면 집권세력으로서 새로운 민주주의 운영 원칙을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지금까지도 ‘선생님’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주의를 외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권력을 잡은 이후에도 통합과 절제를 고민했다. 반대편까지 국가 운영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고, 국민 삶을 정치의 중심에 두려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