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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AI 시대 디지털시대의 노동운동

플랫폼 노동자와 디지털 소상공인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노동권의 시대

공장 중심 노동운동을 넘어 알고리즘과 플랫폼 권력에 대응해야 할 때

“1인 사장”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된 디지털 노동자들의 현실

이충재 (전)한국노총 부위원장 | 기사입력 2026/05/12 [09:38]

[이충재 칼럼] AI 시대 디지털시대의 노동운동

플랫폼 노동자와 디지털 소상공인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노동권의 시대

공장 중심 노동운동을 넘어 알고리즘과 플랫폼 권력에 대응해야 할 때

“1인 사장”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된 디지털 노동자들의 현실

이충재 (전)한국노총 부위원장 | 입력 : 2026/05/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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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재 전 한국노총 수석 부위원장    

산업화 시대의 노동운동은 공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거대한 생산시설 안에서 동일한 공간에 모여 일하는 노동자들이 존재했고, 노동조합은 그 집단적 힘을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왔다.

 

한국 역시 민주화 과정 속에서 노동운동은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공무원 노동권이 철저히 제한되던 시절, 필자는 공무원노조를 만든 사람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무원 역시 노동자이며 노동권의 주체라는 새로운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AI 시대와 플랫폼 시대에 접어든 지금, 노동의 형태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이 바뀌었는데 노동운동의 언어와 제도는 여전히 과거 공장형 산업사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노동자는 더 이상 공장 안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안에도 노동이 있고, 알고리즘 안에도 노동이 있으며, 플랫폼 속에서도 노동은 이루어진다.

 

배달기사와 대리운전 기사만 플랫폼 노동자가 아니다. 유튜버, 스마트스토어 운영자, 라이브커머스 판매자, 크리에이터, 온라인 강사, 디지털 마케터, 배달앱 음식점 업주, 플랫폼 입점 판매자들 역시 플랫폼 구조 안에서 생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들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상은 ‘디지털 소상공인’들이다. 겉으로 보면 이들은 사장이다. 사업자등록증도 있고, 자신의 가게도 있다. 하지만 실상은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과 매출이 좌우되는 구조 속에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달앱 수수료 정책 하나가 생계를 흔들고, 검색 알고리즘 변경 하나가 매출을 무너뜨린다.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며, 플랫폼 규정 변경에 따라 하루아침에 거래가 끊기기도 한다.

 

이들은 ‘사장’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플랫폼 자본에 종속된 노동자에 가깝다. 과거 노동자가 공장 기계 앞에 서 있었다면, 오늘날 디지털 소상공인은 플랫폼 서버 앞에 서 있는 셈이다.

 

문제는 현재 노동법과 노동운동이 이들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노동자는 아니지만 완전한 자영업자도 아니다.

 

사용자와 노동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른바 ‘1인 사장’이라는 이름 아래 사회안전망에서도 배제되고, 노동권 보호에서도 제외된다.

 

AI 기술이 확산될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AI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동시에 노동의 형태를 더욱 파편화시킨다.

 

기업은 정규직을 줄이고 프로젝트 단위 계약과 플랫폼 기반 외주 구조를 확대하게 된다.

 

이미 콘텐츠 산업, 번역, 디자인, 마케팅, 교육 분야에서는 AI와 플랫폼이 결합된 새로운 노동시장이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노동운동 역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동 담론만으로는 미래 사회를 설명할 수 없다. 플랫폼 노동자와 디지털 소상공인, 프리랜서와 AI 기반 창작노동자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노동권 개념이 등장해야 한다.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투명성 문제도 노동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출 기준은 왜 바뀌는지, 수수료 체계는 왜 일방적으로 결정되는지, AI 추천 시스템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감시와 공적 기준이 필요하다.

 

과거 노동운동이 공장 내부의 권력관계를 문제 삼았다면, 이제는 플랫폼 내부의 알고리즘 권력을 문제 삼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동시에 사회보험 체계 역시 바뀌어야 한다. 1인 사장과 플랫폼 노동자들을 기존 자영업자로만 분류하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소득이 불안정하고 플랫폼 종속성이 강한 디지털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체계도 플랫폼 기반 경제구조에 맞게 재설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의 정의 자체를 다시 써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은 반드시 회사 출근증을 가진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데이터 생산도 노동이고, 콘텐츠 제작도 노동이며, 플랫폼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활동 역시 노동이다. AI 시대에는 인간의 클릭과 반응, 창작과 연결 자체가 경제적 가치가 된다.

 

지금의 플랫폼 경제는 수많은 디지털 노동자들의 시간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실은 거대 플랫폼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이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자본 집중과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제 노동운동은 변해야 한다.

 

공장 담벼락을 넘어 서버와 알고리즘, 플랫폼과 데이터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노동조합 역시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 디지털 소상공인 연대, 플랫폼 노동자 협동조합, AI 시대 창작자 권리운동 같은 새로운 흐름이 등장해야 한다.

 

AI 시대의 노동자는 더 이상 하나의 얼굴이 아니다.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만 노동자가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 플랫폼 속에서 하루하루 노출 경쟁을 버티는 디지털 소상공인들, 알고리즘의 평가 속에서 살아가는 창작자들 역시 새로운 시대의 노동자들이다.

 

산업혁명 시대 노동운동이 인간의 노동을 기계로부터 지켜냈다면, AI 시대 노동운동은 인간의 존엄을 알고리즘과 플랫폼 권력 속에서 지켜내야 한다. 이제 노동의 미래는 공장이 아니라 플랫폼 위에서 다시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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