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수비대의 권력경제, 서민의 갈증, 그리고 다가오는 2026년 여름의 기후 충격식량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석유 이후 시대, 중동 사회를 뒤흔드는 보이지 않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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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지도(사진=픽사베이) |
[내외신문/전용현 기자] 중동은 오랫동안 전쟁의 땅으로 설명되어 왔다. 석유와 종교, 미국과 러시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수니와 시아의 충돌은 수십 년 동안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중동을 무너뜨리는 가장 거대한 힘은 더 이상 총알이나 미사일만이 아니다.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비, 증발하는 강, 말라붙은 농경지, 그리고 물을 독점한 권력집단이야말로 중동 질서를 내부에서 붕괴시키고 있는 진짜 요인이라는 분석이 빠르게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이란은 그 축소판처럼 움직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이란을 핵개발 국가, 반미 국가, 혁명수비대 국가로 인식하지만, 이란 내부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현실은 전혀 다른 층위에 있다.
오늘날 이란의 도시와 농촌 곳곳에서는 “정치보다 물이 먼저”라는 절규가 등장하고 있다. 물 부족은 이미 경제문제를 넘어 생존문제로 번지고 있으며, 기후위기와 권력 독점 구조가 결합되면서 거대한 사회적 폭발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이란 남부 후제스탄 지역에서는 수년째 농민 시위가 반복되고 있다. 이 지역은 원래 이란 내에서도 중요한 곡창지대였다.
그러나 장기간 가뭄과 과도한 댐 개발, 강제적인 물길 변경 사업이 이어지면서 농업 생산성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강은 메마르고 염분이 올라왔으며, 농민들은 더 이상 경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시민들은 국가가 물을 공공재로 관리하지 않고, 권력기관 중심으로 통제한다고 비판한다.
그 핵심에 자주 등장하는 조직이 바로 혁명수비대(IRGC)다. 혁명수비대는 단순한 군사조직이 아니다. 건설, 에너지, 항만, 물류, 광산, 금융까지 광범위한 경제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사실상의 초권력 경제 카르텔이다.
이란 내부 비판세력은 오래전부터 혁명수비대 산하 기업들이 대규모 댐 건설과 수자원 사업을 독점하며 지역 물 흐름을 정치적으로 통제해왔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농민들에게 공급되어야 할 물이 산업단지나 권력기관 연계 개발 프로젝트로 우선 배정되면서 민심이 급격히 악화되었다.
이란 정부는 미국 제재를 경제위기의 원인으로 강조하지만, 서민들은 “우리를 죽이는 것은 제재만이 아니라 내부 권력의 탐욕”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동 전체가 거대한 기후 붕괴 구간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가 국제사회에서 반복되고 있다.
![]() ▲ 이란의 가뭄지도 (내외신문그래픽) ai활용 |
세계기상기구(WMO)와 여러 기후연구기관은 2026년 여름이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은 평균 기온 상승 폭이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르다.
이미 이라크 남부와 쿠웨이트 일부 지역에서는 체감온도 60도에 가까운 폭염이 관측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조차 초대형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지 않으면 도시 유지 자체가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 석유로 번영을 구축했던 국가들이 이제는 물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역설적 상황에 진입한 것이다.
문제는 물 부족이 단순한 생활불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은 식량과 직결된다. 식량은 다시 정치와 연결된다. 식량가격 폭등은 곧 정권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2011년 ‘아랍의 봄’ 이전에도 중동 곡물 가격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었다. 기후변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이 흔들렸고, 중동 수입국들의 식량 비용이 폭증하면서 사회 불만이 확대되었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2026년 중동은 다시 비슷한 조건으로 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홍해 물류 불안,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확산, 이란 제재 지속, 글로벌 해운비 상승은 식량 수급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여기에 폭염과 가뭄까지 겹치면서 중동 내부의 밀·쌀·채소 가격은 추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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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훨씬 처절하다.
테헤란 외곽이나 지방 도시에서는 전력 제한과 물 공급 중단이 반복되고 있으며, 냉방기 사용조차 어려운 가정이 증가하고 있다.
부유층은 자체 정수 시스템과 발전기를 갖추지만, 일반 시민들은 물탱크 차량이 오기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권력은 여전히 강고하지만, 생활 기반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중동의 기득권 권력 구조는 오랫동안 석유를 기반으로 유지되어 왔다. 왕정 국가들은 석유 수익을 통해 복지와 치안을 유지했고, 군사정권과 종교권력은 국가주의와 안보논리를 통해 통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이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왜냐하면 기후위기는 ‘돈으로 해결 가능한 위기’의 범위를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시티 같은 미래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막 한복판에 초거대 도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과 전력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UAE 역시 인공강우 기술과 담수화 플랜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바닷물 염분 농도 증가와 에너지 소비 문제는 새로운 환경위기를 만들고 있다.
이란은 상황이 더 복합적이다. 미국 제재로 인해 첨단 인프라 투자와 국제 금융 접근이 제한되었고, 내부 부패와 권력 독점 구조는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농업용 지하수 남용은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반 침하까지 나타나고 있다. 땅 자체가 내려앉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기후위기와 권위주의 체제의 결합이 만들어낸 구조적 폭력”이라고 분석한다. 물과 식량이 부족해질수록 권력기관은 통제를 강화하게 되고, 통제가 강화될수록 자원은 더욱 불균형하게 배분된다. 그 결과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서민과 농민, 노동자 계층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사회에도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역시 이미 심각한 폭염과 국지성 호우, 농산물 가격 급등, 여름철 전력 수급 불안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특히 2026년 여름은 엘니뇨와 해수면 온도 상승 영향으로 역대급 폭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고기압 정체 현상이 강해질 경우 한반도 역시 장기 폭염과 열대야, 집중호우가 반복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문제는 한국 역시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곡물 자급률은 사실상 선진국 최하위 수준이며, 국제 물류 충격이 발생할 경우 가격 폭등 위험에 매우 취약하다. 중동 위기는 단순한 해외 뉴스가 아니다. 중동 해상 물류가 흔들리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이는 비료·운송·농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식량위기와 에너지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양극화다.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부유층은 에어컨과 정수시설, 해외 자산과 식량 비축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서민들은 폭염 속 노동과 식품 가격 상승을 그대로 감당해야 한다.
이란의 현실은 단지 이란만의 비극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미래의 한 단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기후 난민”이라는 표현이 현실이 되고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농업 붕괴로 인해 대규모 이주가 발생하고 있으며, 유럽은 난민 문제로 정치적 극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물 부족은 단지 자연 문제가 아니라 국가안보 문제로 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의 배경에도 물 문제가 존재한다는 분석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요르단강과 지하수 통제 문제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주권 문제였다.
![]() ▲ 터키의 아타튀르크 댐 (사진=픽사베이) 아타튀르크 댐은 터키가 유프라테스강 상류에 건설한 중동 최대급 댐으로, 전력 생산과 농업 개발의 핵심 시설이다. 그러나 하류의 시리아·이라크 물 공급을 감소시켜 농업 붕괴와 물 부족 논란을 일으켰다. 기후위기와 가뭄이 심화되면서 이 댐은 중동의 ‘물 패권’과 미래 물전쟁 가능성을 상징하는 시설로 평가받고 있다. |
터키의 댐 건설은 시리아와 이라크 물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나일강을 둘러싼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갈등 역시 수자원 패권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동의 미래는 단순한 종교전쟁이나 지정학 게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 중동은 “누가 물을 가지는가”라는 질문 위에서 다시 재편되고 있다. 석유 패권 시대가 저물고, 물과 식량이 새로운 전략 자산으로 떠오르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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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여름은 그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초고온 현상과 전력 수급 불안, 식량 가격 상승, 물 공급 갈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중동과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인간의 야외 노동 자체가 위험해지는 수준의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가장 약한 계층이다.
이란의 농민들처럼, 물을 잃은 사람들처럼, 냉방을 감당하지 못하는 도시 빈민들처럼 말이다. 기후위기는 자연재난처럼 보이지만, 실제 피해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 구조다. 누가 물을 독점하는가, 누가 식량을 통제하는가, 누가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가 생존을 결정한다.
중동은 지금 미래의 경고장을 세계에 먼저 보여주고 있다.
혁명수비대의 경제 권력, 권위주의 체제, 석유 중심 경제, 기후붕괴, 물 부족, 식량위기, 서민층 붕괴가 하나로 얽히며 거대한 사회적 압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압력은 국경을 넘는다.
국제유가 상승, 난민 증가, 글로벌 곡물 가격 급등, 해상 물류 불안, 지정학 갈등 확대는 결국 전 세계 경제와 정치에 연쇄 충격을 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시작된 기후충격 속에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희생되는가의 문제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점점 더 잔혹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