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인지도가 만든 철옹성, 인천 지방선거는 ‘현역 리그’로 재편됐다전·현직 단체장 12명 본선 진출, 신인 정치인 설 자리 좁아져
|
![]() ▲ 인천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 CI(제공=인천선관위) |
20일 기준 인천 11개 군·구 가운데 검단구를 제외한 10곳에서 여야 전·현직 단체장이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이번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전·현직 단체장 14명 중 무려 12명이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단순한 ‘선전’ 수준을 넘어 구조적 흐름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현역 단체장들의 약진은 특히 두드러진다. 중구와 분리되는 영종구에 나서는 김정헌 중구청장, 제물포구로 재편되는 지역에 출마하는 김찬진 동구청장, 이영훈 미추홀구청장, 박종효 남동구청장, 박용철 강화군수, 문경복 옹진군수 등 다수 현역들이 재선 도전에 나섰다. 여기에 이재호 연수구청장, 강범석 서구청장, 차준택 부평구청장은 3선 고지까지 노리고 있다.
정치판에서 ‘현역 프리미엄’은 흔히 거론되는 개념이지만, 이번 인천 선거에서는 그 위력이 유독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경선 과정에서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가 각각 절반씩 반영되는 구조 속에서, 이름이 익숙한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것이다.
정치 경험이 없는 신인 후보 입장에서는 이 구조가 일종의 ‘투명한 벽’처럼 작용했다. 유권자와 당원 모두에게 이미 각인된 얼굴과 이름을 넘어서는 것은 단순한 정책 경쟁만으로는 쉽지 않다. 지역 행정을 최소 4년 이상 수행하며 쌓은 인지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 자산이자, 선거에서 즉각적으로 환산되는 득표력으로 기능한다.
전직 단체장들의 복귀 움직임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는 김정식 전 미추홀구청장, 박형우 전 계양구청장, 장정민 전 옹진군수가 승리하며 다시 무대 위로 올라섰다. 한 번 낙선하거나 쉬어갔던 인물들조차도 ‘이름값’이라는 연료를 다시 점화시키며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검단구를 제외하면 모든 지역에서 단체장 출신 후보가 맞붙는 구도가 형성됐다. 신설 예정인 검단구는 유일하게 ‘무주공산’에 가까운 지역으로 남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이미 경험과 인지도의 싸움으로 굳어졌다.
경선 룰 역시 이러한 결과를 강화했다. 국민의힘은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절반씩 반영했고, 민주당 역시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 참여조사를 동일 비율로 합산했다. 겉으로는 공정성과 균형을 강조한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인지도 높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인천시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역 단체장들에게 불리할 수 있는 감산 요인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뒤집히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러 기관의 여론조사를 평균 낸 결과에서도 현역 단체장들이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숫자는 냉정했고, 그 냉정함은 ‘현역의 벽’이라는 이름으로 현실화됐다.
민주당 역시 비슷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신인 후보들이 일정 부분 선전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조사에서는 인지도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정치 참여의 문턱이 낮아지고 당원 수가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도, 유권자의 선택 기준은 여전히 ‘익숙함’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방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낸다. 정책 경쟁보다 인지도 경쟁이 앞서는 선거 환경,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 성장하기 어려운 진입 장벽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선거는 형식적으로는 경쟁의 장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형성된 인지도 지형 위에서 승부가 기울어지는 경우가 많다.
인천의 이번 지방선거는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경험과 안정이라는 이름의 선택이 과연 지역 정치의 활력을 담보하는가, 아니면 변화의 가능성을 스스로 좁히는가. 유권자의 손에 쥔 한 표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