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전태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남·광주 행정통합이라는 거대한 실험의 첫 설계자를 확정했다. 민형배 후보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로 최종 낙점되면서, 국내 최초 초광역 통합 지방정부의 출범 시계가 더욱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광주와 전남을 하나의 행정권역으로 묶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선다. 인구 320만 명, 지역내총생산 159조 원 규모의 새로운 지방정부는 기존 광역단체의 틀을 넘어서는 정치·경제적 실험이자, 수도권 집중 구조에 맞서는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된다.
광주·전남 지역의 정치 지형상 민주당 후보가 본선 경쟁력을 사실상 선점한다는 점에서, 이번 경선 결과는 6월 지방선거를 넘어 초대 통합특별시장의 윤곽을 미리 드러낸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후보 선출의 의미는 일반적인 광역단체장 공천과는 결이 다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특별법에 따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오는 7월 1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법적 위상 역시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설계됐다. 특별시장은 장관급, 부단체장 4명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다. 이는 단순히 행정단위를 묶는 수준이 아니라 중앙정부 권한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하고, 재정 특례를 통해 남부권 발전의 축을 새롭게 설계하겠다는 국가 전략의 일환이다.
정치적 상징성 또한 작지 않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균형발전 구상 ‘5극3특’ 전략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핵심 사례로 지목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고 다극형 성장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 속에서, 이 지역은 남부권 성장축의 중심으로 기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할 정도로 정책적 무게가 실린 상황에서, 민형배 후보는 단순한 지방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할 정치적 위치에 서게 됐다.
지역사회가 기대하는 변화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통합의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규모의 확장이다. 분절되어 있던 광주와 전남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면서 정책 협상력과 재정 확보 능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연간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지원 방침을 제시한 점도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한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체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통합 논의의 출발점이었다.
산업 구조 재편에 대한 기대도 분명하다. 광주는 인공지능과 미래차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 기반을 다져왔고, 전남은 에너지, 해상풍력, 농수산업, 항만 물류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두 지역의 산업 자산을 하나의 전략 축으로 묶을 경우, 연구개발부터 투자 유치,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 공급, 물류망 구축까지 전반적인 정책 설계가 유기적으로 재편될 수 있다. 그동안 각자도생 방식으로 경쟁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하나의 초광역 산업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생활권의 변화 역시 중요한 변수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제시된 ‘60분 광역생활권’ 구상은 행정통합의 체감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광주 도심과 나주, 목포, 순천, 광양 등 주요 거점을 교통망과 산업, 행정서비스로 촘촘히 연결해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행정 경계로 인해 분절됐던 광역교통, 공공의료, 교육, 문화 인프라가 통합 이후에는 보다 효율적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
이번 민주당 경선이 주목받은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단순한 후보 선출이 아니라, 통합특별시의 방향과 철학을 결정하는 첫 선택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가 컸다.
경선은 초기부터 대형 구도로 시작됐다. 광주와 전남을 아우르는 8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렸지만, 중도 사퇴와 탈락이 이어지며 구도는 빠르게 재편됐다. 예비경선을 거쳐 5명의 후보가 본경선에 진출했고,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결선 투표까지 이어졌다.
경선 방식은 당심과 민심을 절반씩 반영하는 구조였다.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시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반영하는 국민참여경선이 적용됐다. 세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각 캠프의 조직력과 여론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선 판세를 흔든 핵심 변수는 단일화였다. 강기정·신정훈 후보 간 단일화, 민형배·주철현 후보 간 단일화가 이어지며 다자 구도는 점차 압축됐다. 이후 본경선에서 민형배 후보와 김영록 후보가 결선에 오르며 선거는 변화와 안정이라는 두 축의 경쟁으로 재편됐다. 민형배 후보는 이러한 경쟁 구도를 모두 통과하며 최종 선택을 받았다.
이제 시선은 본선과 그 이후로 향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행정 통합을 넘어 지역의 미래 모델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산업과 생활, 정치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은 새로운 기회를 품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복잡한 조정과 갈등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민형배 후보가 이 거대한 실험의 첫 항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통합특별시가 어떤 궤적을 그리게 될지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