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권력 오래 쥐지 못하게”… 지주회장 3연임 막는다-6년 임기 제한·겸직 금지로 ‘권한 집중’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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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신한은행) |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금융지주회장의 장기집권 구조를 차단하고,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다. 금융권 내부에서 오랫동안 지적돼 온 ‘권력 집중’과 ‘책임 불명확’ 문제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신장식 의원은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공동으로 진행되며, 금융권 현장의 문제의식과 제도 개선 필요성을 함께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금융지주회사 대표이사의 연임을 1회로 제한해 총 6년까지만 재임하도록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금융지주회사 및 여신전문금융회사 상근임원의 자회사 임직원 겸직을 금지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단순한 임기 제한을 넘어, 금융권 내부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현재 금융지주회사 구조에서는 특정 인물이 은행장, 자회사 대표를 거쳐 지주회장으로 올라선 뒤 장기간 권한을 유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와 주주에 의한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내부 인사 구조 역시 ‘순환 권력 구조’로 고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금융회사가 ‘공적 성격’을 가진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특정 인물 중심의 권력 체계로 운영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사례를 보면 구조적 문제가 더 분명해진다. 한 금융지주에서는 A 인물이 은행장을 거쳐 지주회장에 오른 뒤 수차례 연임에 성공하며 10년 가까이 그룹을 이끌었다. 이 기간 동안 주요 자회사 대표 역시 동일한 인맥 중심으로 구성되며 내부 견제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지주회사 임원이 자회사 임직원을 겸직하면서 대출 심사와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동시에 관여하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책임 소재 역시 불명확해진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단순한 내부 갈등을 넘어, 금융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위험성을 지닌다. 채용비리, 친인척 특혜, 부당 대출 등 금융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사건들 역시 이러한 지배구조의 취약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 ‘이너서클’ 구조 개선 검토를 지시하면서, 금융지배구조 개혁 논의는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금융산업의 공공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권한 집중을 완화하고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법안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기 제한은 권력의 ‘시간적 집중’을 끊는 장치이고, 겸직 금지는 권력의 ‘구조적 중첩’을 해소하는 장치다. 두 축이 결합될 때 금융지주회사 내부 권력 구조는 보다 투명하고 분산된 형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측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는 단순한 기업 경영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와 직결된 공공적 사안”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임기 제한이 도입되더라도 형식적 교체에 그칠 경우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고, 겸직 금지 역시 그룹 차원의 전략 실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전반에서는 이번 법안이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돼 온 구조에 처음으로 제도적 칼을 들이대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금융은 신뢰 위에 세워진 산업이다. 그리고 신뢰는 투명한 구조에서 시작된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히 임기를 줄이고 겸직을 막는 문제가 아니다. 금융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제도적으로 던지는 첫 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