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캄보디아에서 송환거부 ①-소유와 경영 분리 속 통제 공백…M&A에서 드러난 위험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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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사진=내외신문 DB) |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산업 구조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대기업 중심의 계열 구조가 해체되면서 유통과 제조 분야에서 다수의 독립 법인이 등장했고, 글로벌 자본이 이를 흡수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하이마트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출발했다. 대우전자 유통망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대우그룹 해체 이후 별도의 법인으로 분리되며 새로운 경영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핵심 투자자로 등장한 것이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등 사모펀드였다.
이들은 지분을 확보하며 기업의 소유권을 가져갔지만, 일상적 경영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글로벌 사모펀드의 일반적인 운영 방식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하이마트는 ‘투자자는 외부, 경영은 내부’라는 이중 구조를 갖게 됐다. 이 구조는 자본 효율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통제와 감시의 간극을 만들어냈다. 이 간극이 이후 문제의 출발점이 됐다.
CEO 중심 권력 집중과 통제 공백
사모펀드 구조에서 전문경영인은 강한 권한을 갖는다. 투자자는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할 뿐, 개별 의사결정 과정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선종구 체제는 사실상 독립적인 경영 권력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경영진의 판단이 곧 기업의 방향이 된다. 특히 이사회와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이 존재할 경우, 경영진의 결정은 사후적으로 확인될 뿐 사전 견제는 어려워진다.
문제는 이 권력이 장기간 유지될수록 조직 내부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약화된다는 점이다. 하이마트의 경우 공격적 확장과 높은 성장률이 이어지면서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강화됐고, 이는 역설적으로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M&A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취약성
이러한 구조적 특징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드러났다. 선종구 전 회장이 연루된 배임 사건은 하이마트 인수 과정에서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한 결정에서 비롯됐다. 해당 행위는 법원에서 약 20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발생시킨 것으로 판단됐다.
이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불법 행위 여부를 넘어, 이러한 결정이 어떻게 가능했는가에 있다. 대규모 재무 의사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한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사모펀드 구조에서는 투자 회수 시점과 수익률이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 중심의 판단이 우선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 내부의 장기적 안정성이나 리스크 관리 기능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 하이마트 사례는 이러한 구조적 위험이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된다.
롯데 인수 이후 구조 변화, 그러나 남은 과제
2012년 롯데그룹 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는 큰 변화를 맞았다. 이후 롯데하이마트 로 편입되면서 대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과 감사 체계가 적용됐다.
대기업 구조에서는 이사회, 내부 감사, 계열사 관리 등 다층적 통제 장치가 작동한다. 이는 사모펀드 구조와 비교했을 때 경영진의 권한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 변화는 이미 발생한 사건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오히려 하이마트 사례는 사모펀드 중심 구조에서 발생한 리스크가 기업 인수 이후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수 기업 입장에서도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형 집행 공백과 국제 공조의 한계
이 사건은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넘어 사법 시스템의 한계로 이어졌다. 선 전 회장은 2021년 파기환송심 선고 직후 출국했고,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지만 현재까지 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재판 중 국적 취득, 출국금지 미비, 법정구속 미실시가 겹치면서 형 집행 공백이 발생했다. 이후 인터폴 적색수배와 범죄인 인도 청구가 진행됐지만, 캄보디아 측의 송환 거부로 상황은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과 캄보디아 간 범죄인 인도 조약이 존재함에도 강제성이 없다는 점은 국제 형사사법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같은 시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집단 송환된 사례와 비교되면서, 범죄 유형과 외교적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하이마트 사건은 기업 지배구조와 사법 집행 체계가 동시에 맞물린 복합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재판 단계에서의 신병 확보 기준, 출국 관리 시스템, 그리고 국제 공조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