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전쟁의 새로운 축…삼성·AMD 협력 확대가 의미하는 것AI 반도체 경쟁 속 HBM 공급망 재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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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MD의 AI 가속기 MI 시리즈 반도체 보드 |
[내외신문/유경남 기자] 인공지능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권력 지형 역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GPU와 함께 인공지능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의 만남은 단순한 기업 간 교류를 넘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중요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이 만남은 오랜 기간 유지돼 온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 관계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AMD의 AI 가속기 제품군이 빠르게 성장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HBM 공급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반도체 시장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는 대형 언어모델과 데이터센터 AI 학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AMD가 AI 가속기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AMD의 대표적인 AI 가속기 제품인 MI 시리즈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환경에서 높은 성능을 제공하며 엔비디아의 독점 구조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오픈AI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MD 칩을 일부 채택하면서 AMD 생태계가 점차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 바로 HBM이다. HBM은 기존 메모리보다 훨씬 높은 데이터 전송 속도를 제공하는 메모리 기술로 AI 연산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핵심 부품이다. GPU와 HBM의 결합은 사실상 AI 반도체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구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글로벌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약 5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가 약 22%, 마이크론이 21% 수준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AMD의 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AMD에 공급되는 HBM 물량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삼성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공급 확대를 넘어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삼성의 전략적 위치를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맞춤형 AI 반도체 시장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자체 AI 반도체를 개발하며 기존 GPU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맞춤형 AI 반도체, 즉 ASIC 시장 역시 HBM 수요 확대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ASIC 반도체 역시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해 고성능 메모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의 AI 반도체에는 삼성의 HBM이 많이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부 ASIC 반도체에는 SK하이닉스 제품이 공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AI 반도체 공급망이 특정 기업에 독점되지 않고 다양한 협력 구조로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은 단순한 메모리 공급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양사의 협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AMD의 반도체 제품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 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AMD의 첨단 공정 반도체 일부가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된다면 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가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첨단 공정 반도체 대부분이 TSMC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AMD 역시 주요 제품을 TSMC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 지역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에 AMD가 일부 생산 물량을 삼성으로 이전한다면 삼성 파운드리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수주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전략적 재편과도 연결되는 문제다. 미국 정부 역시 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내 생산 거점 확보는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또한 삼성전자와 AMD는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도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의 모바일 프로세서인 엑시노스에는 AMD의 GPU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최신 엑스클립스 GPU 역시 이러한 협력의 결과다.
이처럼 메모리, 파운드리, 설계 기술까지 이어지는 협력 구조는 단순한 거래 관계를 넘어 장기적인 반도체 동맹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은 이제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국가 전략과 공급망 경쟁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미국, 중국, 한국, 대만,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은 글로벌 AI 반도체 경쟁에서 새로운 축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엔비디아 중심의 시장 구조에 AMD가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새로운 산업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이재용 회장과 리사 수 CEO의 만남은 단순한 기업 간 협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반도체 산업에서 새로운 동맹과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그 경쟁 속에서 누가 기술과 공급망을 동시에 확보하느냐에 따라 미래 산업의 판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AMD의 협력이 바로 그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