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폐업률 높은 도시 인천, 소상공인 재도전 시스템은 충분한가반복되는 창업과 폐업의 도시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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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업한 곳이 많아 썰렁한 상가(기사와 관련없음) |
상권은 빠르게 바뀌고 간판은 끊임없이 교체된다. 어느 날 문을 열었던 가게가 몇 달 뒤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창업이 들어서는 장면은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문제는 이 과정이 단순한 시장 경쟁의 결과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창업 구조, 상권 구조, 금융 구조, 행정 지원 체계까지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다.
인천은 수도권 대도시 가운데서도 자영업 비중이 높은 도시다. 항만, 공항, 관광, 제조업이 동시에 존재하는 도시 구조 속에서 많은 시민이 자영업을 선택한다. 그러나 선택의 폭이 넓어서라기보다는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 때문에 창업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창업은 시작은 쉽지만 지속은 어렵다. 상권 경쟁은 치열하고 임대료 부담은 크다. 특히 신도시 상권의 경우 초기에는 기대감이 높지만 실제 소비 인구가 예상보다 적어 폐업이 빠르게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구도심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 구조 변화와 소비 패턴 변화로 전통 상권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도시에서는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실패한 소상공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스템은 충분한가라는 질문이다.
많은 정책이 창업 지원에 집중되어 있지만 정작 폐업 이후의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창업 교육, 창업 자금, 창업 공간 지원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실패 이후의 재도전 시스템은 아직 충분히 체계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실패한 사업자는 대부분 두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하나는 금융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 문제다. 사업 실패 이후 남는 것은 빚이다. 임대료, 대출, 보증금 손실, 카드 대금 등 다양한 채무가 동시에 발생한다. 이 상태에서 다시 창업을 시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금융 시스템은 실패 경험이 있는 사업자를 위험군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장벽 역시 크다. 실패 경험은 개인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낙인도 재도전을 어렵게 만든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재도전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으로 돌아가거나 경제활동 자체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창업 지원 정책이 아니라 재도전 생태계를 구축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해외 여러 국가들은 이미 재도전 정책을 중요한 경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실패 경험을 기업가 정신의 일부로 보는 문화가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여러 번의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투자자들도 실패 경험을 부정적으로만 평가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도 재도전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파산 이후 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 실패자를 위한 금융 상담과 채무 조정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 역시 소상공인 재도전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정부는 재도전 펀드 조성, 채무 부담 완화, 재창업 교육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 차원에서 보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인천과 같은 대도시는 보다 적극적인 재도전 정책이 필요하다. 인천은 항만과 공항을 가진 국제 도시이며 관광 산업과 물류 산업이 동시에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구조는 다양한 소상공인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천항 크루즈 관광, 차이나타운 관광, 월미도 관광, 영종도 관광 등 다양한 관광 산업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산업들이 지역 소상공인과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관광객이 늘어나도 골목 상권까지 소비가 확산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재도전 정책은 단순히 개인을 돕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기도 하다. 실패한 경험을 가진 사업자는 시장을 이해하는 능력이 높다. 고객의 행동을 알고 상권의 흐름을 이해한다. 이러한 경험이 새로운 사업에서 성공 확률을 높일 수도 있다.
따라서 재도전 정책의 핵심은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인천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몇 가지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재도전 금융 시스템 구축이다. 사업 실패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채무 부담을 조정하고 재창업을 위한 금융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소상공인 재도전 펀드를 지역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재도전 교육 프로그램이다. 실패 경험을 분석하고 새로운 사업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한 창업 교육이 아니라 실패 분석과 시장 재진입 전략을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세 번째는 상권 재도전 플랫폼이다. 폐업 점포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새로운 창업자와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권 공백을 줄이고 재창업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네 번째는 심리 회복 지원이다. 사업 실패 이후 심리적 회복 프로그램 역시 중요한 정책이다. 실패 경험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사회적 경험으로 이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인천의 골목경제는 여전히 가능성이 크다. 전통시장, 관광 상권, 항만 상권, 공항 상권 등 다양한 경제 기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창업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패 이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도시 구조가 필요하다.
재도전이 가능한 도시가 경제를 살린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도시, 그리고 경험이 자산이 되는 도시가 바로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드는 도시다.
인천의 골목경제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폐업률이 높은 도시라는 현실을 부정하기보다, 그 현실 속에서 재도전의 길을 만드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소상공인을 살리고 지역 경제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