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다”는 말 한마디가 죄를 지웠다 ....왜 김건희의 주가조작은 무죄였나?김건희 무죄 판결, 사법 판단은 어디까지 내려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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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판결문에서 김 여사가 손실에 극도로 예민한 투자자였다는 점을 반복해 언급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계좌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거래를 상세히 열거하며, 시세조종을 인지했을 가능성 자체는 분명히 배제하지 않았다.
증권사 직원이 실시간으로 “더 비싼 가격에 매수되고 있다”고 보고했음에도, 김 여사가 별다른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시세조종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의문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러한 의심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유죄 판단의 문턱에서 법원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주가조작 선수들 사이의 뒷담화로 판단의 중심축을 옮겼다. 김 여사와 수익 정산 문제로 갈등을 빚은 주가조작 선수들이 김 여사를 “싸가지 없는 시스터스”라고 표현한 문자메시지가, 공범 관계가 아니라는 결정적 근거로 채택된 것이다.
문제는 이 논리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데 있다. 공범 여부는 범죄 실행에 대한 인식과 역할 분담, 실질적 기여 여부로 판단해야 함에도, 재판부는 주가조작 세력의 감정 상태와 인간관계의 균열을 법적 책임의 기준으로 삼았다.
함께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사이가 틀어질 수 있고, 욕설과 비난이 오갈 수 있음에도, 법원은 이를 이유로 “함께할 팀으로 보지 않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더 큰 문제는 재판부가 스스로 제기한 의심을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이용될 수 있음을 짐작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 인식이 공범 성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결과적으로 ‘알았을 수도 있다’는 판단과 ‘책임은 없다’는 결론이 한 판결문 안에서 공존하게 됐다.
2012년 주가 하락 국면에서 이뤄진 김 여사 계좌의 매수 역시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이를 주가 방어 목적의 거래로 의심할 수 있으면서도, “손실에 예민한 김 여사가 손해를 감수했을 리 없다”는 추정에 기댔다. 이는 객관적 증거보다 피고인의 성향을 중심에 둔 판단으로,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사실 판단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은 ‘의심은 가지만 공모의 증거는 없다’는 형식 논리에 기대고 있다. 그러나 그 증거 부족의 기준이 과연 모든 피고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주가조작 선수들의 진술과 거래 정황, 반복된 비정상적 매매, 실시간 보고에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태도까지 종합하면, 최소한 공범 여부에 대한 보다 엄정한 판단이 요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판결은 범죄의 실체보다 인간관계의 균열, 범죄자들의 감정 표현, 그리고 피고인의 ‘성향’을 앞세운 판단으로 귀결됐다. “싸가지 없다”는 말 한마디가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 기준이 된 셈이다.
사법부는 판결문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을 강조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불신은 그 원칙 자체가 아니라 적용 방식에 있다. 권력과의 거리, 피고인의 지위에 따라 의심의 무게가 달라지는 듯한 인상을 지우지 못한다면, 이번 판결은 단순한 무죄 선고를 넘어 사법 신뢰의 또 다른 균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