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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가 언론 윤리를 심사하는 한국의 언론지형..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5/11/14 [10:17]

광고주가 언론 윤리를 심사하는 한국의 언론지형..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5/11/1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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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광고주협회 중심으로 운영돼 온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의 구조에 대해 “언론 자율심의기구는 언론계가 주도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며, 그동안 기형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인터넷신문 자율규제 체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교흥 위원장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언론계 중심의 자율심의 원칙에 공감하며 신뢰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광고주단체가 위원회 운영을 사실상 주도해온 현행 구조가 자율규제의 기본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정부가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는 출범 당시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주도한 자율심의 기구였으나, 거버넌스 구성 과정에서 광고주협회가 위원장 추천권을 갖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구조적 논란이 지속돼 왔다.

 

광고주협회 중심의 운영은 언론 생산자 단체가 배제된 ‘자율규제의 역설’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결국 인터넷신문협회는 위원회에서 자진 탈퇴했다. 그럼에도 위원회는 매년 약 8억 원의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으며 공적 자율심의기구 역할을 맡고 있어, 공공성·독립성 논란은 해마다 반복돼 왔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도마에 올랐다. 김교흥 위원장은 “자율규제라면서 인터넷신문을 대표하는 단체가 한 명도 참여하지 않고 광고주협회가 위원장 추천권을 행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며 “광고주의 이해가 심의 구조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자율성·독립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 광고주협회장은 삼성그룹 홍보담당 부사장 출신으로,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이사뿐 아니라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어 특정 대기업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온 상황이다.

 

광고주협회가 자율규제기구를 장악하게 된 배경에는 인터넷신문 시장에서 확산한 어뷰징, 과장 광고, 클릭 유도형 보도 등 문제를 ‘광고주 보호’라는 명분으로 통제하려는 접근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자율규제의 개념은 언론이 스스로 윤리 기준을 세우고 책임을 지는 ‘셀프 레귤레이션’에 기반한다. 경제적 이해당사자인 광고주가 심의 구조에 개입할 경우 언론의 편집권 독립, 보도의 자유, 기사 생산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이러한 구조를 “재벌 광고주단체가 자율규제기구를 장악한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형적 구조”라고 규정하며 지속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협회는 지난해 문체부 중재 아래 거버넌스 정상화 논의를 진행했으나 광고주협회가 구조조정에 난색을 보여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협회는 “광고주와 같은 경제적 이해당사자를 배제하고 언론단체 중심으로 재편해야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문체부의 공식 입장 발표는 이러한 논란의 향방을 바꿀 중요한 변곡점으로 평가된다. 문체부가 ‘언론계 중심의 자율심의’를 원칙으로 천명한 만큼, 위원회의 거버넌스 재편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광고권력의 자율규제 장악’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인터넷신문협회는 “정부의 원칙 확인은 매우 중요하며 향후 협의를 통해 자율규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신문 자율규제 문제는 단순한 조직 분쟁이 아니라, 언론 생태계에 미치는 광고권력의 영향력, 자율규제의 본질, 공적 재원의 배분, 언론 독립성이라는 근본적 가치와 직결된다.

 

정부가 이번에 ‘잘못된 구조’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은, 앞으로 광고주협회와 언론단체 간의 권한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예고하는 신호다. 향후 협의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거버넌스 모델이 마련될지에 따라 인터넷언론의 신뢰성, 공공성, 독립성이 새롭게 재정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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