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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덮친 기후의 역습

열대우림 붕괴에서 도시 침수까지… 동남아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

지구의 ‘생태 방파제’가 무너지고 있다

토탄지 화재와 초미세먼지의 역습

가라앉는 수도 자카르타의 절규

바다에서 무너지는 생태계의 최전선

해안 공동체의 붕괴와 기후 난민의 시대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11/14 [06:31]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덮친 기후의 역습

열대우림 붕괴에서 도시 침수까지… 동남아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

지구의 ‘생태 방파제’가 무너지고 있다

토탄지 화재와 초미세먼지의 역습

가라앉는 수도 자카르타의 절규

바다에서 무너지는 생태계의 최전선

해안 공동체의 붕괴와 기후 난민의 시대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11/1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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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탄소흡수원인 원시림이 빠르게 소실되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동남아시아의 ‘생태 방파제’로 불려왔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열대우림대 중 하나를 보유하고, 인류가 의존해온 탄소흡수원·생물 다양성·수자원 순환의 허파 역할을 담당해온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10년, 이 방파제는 사실상 붕괴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후위기와 대규모 개발이 동시에 몰아치며 자연 생태계가 급격히 약화되고 있고, 한때 지구를 지탱하던 보르네오·수마트라의 거대한 숲은 더 이상 기후를 완충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쇠퇴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30년간 서울 100배 면적의 숲을 잃었고,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지역 역시 원시림 절반이 파괴되었다. 이는 곧바로 탄소배출 증가로 이어지며 폭염·폭우·가뭄이 뒤섞인 복합재난을 초래했고, 동남아 기후 시스템은 사실상 불안정 상태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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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되풀이되는 대형 산불과 스모그가 국경을 넘는 피해를 유발한다.    

 


숲의 소실은 생물종 감소로도 이어진다.

 

보르네오 오랑우탄, 코뿔소, 열대 조류 등 많은 종이 멸종 위기에 놓였으며, 이는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려 더욱 빠른 기후 악화를 야기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도네시아의 토탄지 화재다. 토탄은 수천 년 동안 축적된 탄소층으로, 불이 붙으면 지하에서 수개월 동안 꺼지지 않는다. 2015년과 2019년 대형 산불로 동남아 전역이 스모그에 뒤덮였고, WHO는 약 100만 명의 어린이가 호흡기 손상을 입었다고 추정했다.

 

스모그는 인도네시아 국경을 넘어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까지 확산되며 건강 피해와 외교 갈등을 초래했다. 기후위기로 강수량이 불규칙해지고 건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화재는 더욱 잦아졌다. 그러나 팜오일 산업의 지속적인 확장과 불법 개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문제는 매년 반복되고 있다.

 

스모그는 항공기 운항을 멈추게 하고 학교를 휴교시키며 관광 산업에 큰 타격을 준다. 경제적 피해와 건강 피해가 누적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 부담은 극단적으로 커졌고, 주변국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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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수십만 명이 대규모 홍수로 피해를 입는 자카르타.    

 

기후위기의 또 다른 상징은 가라앉는 수도 자카르타다.

 

자카르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침하하는 도시로 손꼽히며, 도시 일부는 이미 해수면보다 4m 낮은 지점에 형성돼 있다.

 

지하수 남용, 건물 과밀, 탄소 증가로 인한 이상기후, 해수면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자카르타는 ‘물 위의 도시’가 아니라 ‘물 아래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인구 3,400만 명의 수도권은 매년 반복되는 침수로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역사상 유례없는 결정을 내렸다.

 

수도를 보르네오 누산타라로 이전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행정 이전이 아니라, 침몰하는 도시에서 국가 시스템을 구하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다.


자카르타의 침수는 기후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폭우는 1시간에 100mm 이상 쏟아지고, 하수·배수 인프라가 감당하지 못해 지하철·도로·시장·주택가가 물에 잠긴다. 수재민의 절반 이상이 저소득층 지역에 몰리면서 불평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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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호가 스트레스를 받아 내부 공생조류(zooxanthellae)를 잃고 뼈대만 흰색으로 드러난 상태를 보여준다    

 

해양 생태계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기후위기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동남아 산호초의 30% 이상이 백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연안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수산업 기반인 산호 지대가 붕괴되면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이후 연평균 3~7% 어획량이 줄었고, 말레이시아는 연안 어종 70%가 ‘고갈 단계’에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는 수천만 명의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다.

 

산호가 사라지면 어류 번식지가 사라지고, 어업 종사자들은 더 먼 바다로 나가야 하며, 연료비 상승과 수익 감소가 겹쳐 빈곤이 심화된다. 또한 해안 생태계 붕괴는 관광 산업에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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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 또는 강어귀 인접 지역에 자리 잡은 판잣집, 강가 채집 또는 어업 중심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모습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의 기후위기는 이제 지역적 문제가 아니다.

 

 

식량안보, 해상 물류,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 에너지 안보 등 한국과도 직결된 변수로 작동하고 있으며, 전 세계 경제 시스템을 흔드는 신(新)지정학적 risk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남아의 기후 붕괴는 이미 시작된 대전환의 신호이며, 한국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기후위기는 갑작스러운 ‘재난’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며, 그 충격은 국경을 넘는다.

 

동남아의 위기는 곧 한국의 위기다.

 

한국이 기후 대응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공급망과 경제 전반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기후위기는 이미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위협이며, 동남아에서 울리는 경고음은 한국에게도 똑같이 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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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사진
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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