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희토류 재련소의 그림자, 산업의 비타민이 만든 암의 마을방사능과 중금속, ‘보이지 않는 공장’이 만든 죽음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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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희토류 생산지역희토류 재련 과정에서 나오는 독성 가스와 방사성 물질, 중금속, 산성 폐수가 수십 년간 정화되지 않은 채 자연으로 흘러들었다. 1톤의 희토류를 재련하기 위해서는 황산을 포함한 독성 가스 6만 입방미터, 산성 폐수 20만 톤, 카드뮴과 납, 아연 등 중금속이 대량 배출된다. |
중국 내몽골 바오터우(包頭)와 장시성 간저우(贛州) 지역에서는 기형아 출산, 암 집단 발병, 지하수 오염이 일상처럼 보고된다.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희토류가 만들어낸 또 다른 얼굴이다.
희토류 재련 과정에서 나오는 독성 가스와 방사성 물질, 중금속, 산성 폐수가 수십 년간 정화되지 않은 채 자연으로 흘러들었다. 1톤의 희토류를 재련하기 위해서는 황산을 포함한 독성 가스 6만 입방미터, 산성 폐수 20만 톤, 카드뮴과 납, 아연 등 중금속이 대량 배출된다.
문제는 이 폐기물이 정화되지 않은 채 매립되거나 하천으로 방류되어 왔다는 점이다. 내몽골 바오터우 광산 주변의 토양은 방사성 물질로 10cm 두께까지 덮였고, 마을 사람들의 치아는 40세 전에 빠져나갔다.
간저우의 희토류 폐석장은 이미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추산된 환경 복구비만 6조 5천억 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조차 ‘복구 포기’ 선언을 한 지역도 있다. 희토류 재련소 인근이 ‘암의 마을’로 불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처럼 희토류 재련이 인간과 자연에 치명적인 이유는 단순한 공정 문제가 아니다. 희토류 원광에는 토륨, 우라늄 등 자연 방사성 물질이 섞여 있다. 재련 과정에서 이들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토양과 지하수로 스며들며, 농작물과 가축, 사람의 몸에 차곡차곡 축적된다.
수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침투한 오염은 혈액과 장기에 쌓이고, 암, 폐질환, 신경계 손상 등으로 이어진다. 세계의 ‘친환경 산업’을 떠받치는 기초 원료가 역설적으로 인류의 건강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미국과 유럽이 ‘그린 에너지 전환’을 외치며 전기차와 풍력터빈을 늘려가는 동안, 그 바닥에는 중국의 ‘검은 호수(Black Lake)’가 있다. 바오터우 재련단지 인근 인공호수는 희토류 폐수로 가득 차, 한때 초록색이던 농지가 시커먼 늪으로 변했다.
중국은 경제 성장의 대가로 이 모든 환경비용을 감내했다. 그 대가로 세계 희토류 재련의 90%를 차지하는 독점 지위를 얻었다.
중국 외 국가들이 희토류 재련소를 짓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채굴보다 재련이 훨씬 더 ‘더럽고 위험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희토류 재련소는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 폐수 정화장, 중금속 제거 장비 등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청정 재련을 시도하면 생산단가가 급등하고, 시장 경쟁력을 잃는다.
선진국들은 환경규제를 이유로 재련소 설립을 포기했고, 기업들은 ‘환경오염 기업’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했다.
호주의 라이너스는 자국에서 채굴한 광석을 4,000km 떨어진 말레이시아로 옮겨 재련했지만, 방사능 폐기물 문제로 현지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재허가 조건으로 방사성 폐기물 6년 치를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미국의 외교적 개입으로 겨우 연장됐다. 그 결과는 ‘고비용-저생산’ 구조였다.
환경 기준을 지키면 경쟁력을 잃고, 이를 무시하면 생태계가 파괴된다. 그 틈을 중국이 메운 것이다. 중국은 “환경은 일시적 피해, 기술력은 영구적 자산”이라는 냉정한 논리로 재련산업을 확대했고, 지금의 독점 체계를 구축했다.
이 독점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세계 공급망 전체를 뒤흔드는 지정학적 무기가 되었다. 중국은 희토류 금속 자체뿐 아니라, 가돌리늄·스칸듐·이트륨 등 합금 첨가제, 사마리움·테르븀·디스프로슘 같은 자석 핵심 소재까지 수출허가제에 묶었다.
허가 신청에만 45일 이상 걸리고, 언제든지 거절될 수 있다. 이 조치가 의미하는 것은 ‘원료 무기화’다. 미국의 전투기 F-35 한 대에는 417kg, 이지스함 한 척에는 2.4톤, 잠수함 한 척에는 4.1톤의 희토류가 들어간다.
전 세계 공급의 90%를 중국이 쥐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제한은 곧 미국 방위산업의 목줄을 쥐는 일이다. 미국의 민간 기업은 당장은 타격이 적다. GM의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자석을 한국 LG가 만들어 공급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LG 역시 중국산 희토류 자석을 사용한다. 결국 중국의 조치는 미국보다 한국을 먼저 흔든다. 2023년 기준 한국의 희토류 자석 수입의 99.9%가 중국산이다. 이번 제한 이후 현대차와 삼성전자는 재고 확보에 나섰지만, 장기화되면 피해는 불가피하다.
한국의 대안은 거의 없다. 일본산 자석은 품질이 좋지만 가격이 세 배 이상 비싸다. 전기차는 버티겠지만, 소형가전은 직격탄을 맞는다. 스마트폰, 이어폰, 청소기 등에는 미세 자석이 들어가는데, 가격 상승은 곧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 정부가 보유한 희토류 비축량은 약 6개월분이다.
하지만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려면 최소 10년이 걸린다. 미국과 유럽이 협력해 에스토니아에 재련소를 세우고 있지만, 연간 생산량은 고작 2,500톤, 세계 수요의 1.5%에도 못 미친다. 2011년 중국의 수출쿼터제 이후 180개 프로젝트가 추진됐지만, 실제 생산에 들어간 것은 단 4개뿐이었다.
광물 개발의 성공률은 1.5%. 희토류는 기술보다 시간과 정치가 좌우하는 자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전쟁 당시에도 희토류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그만큼 희토류는 ‘손대면 폭발하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이제 미국과 중국의 희토류 전쟁은 ‘6개월’의 카운트다운에 들어섰다. 미국 방위산업이 비축분을 소진하는 시점, 중국은 수출 허가를 무기화하며 반격에 나설 것이다. 한국은 그 사이에서 가장 먼저 흔들릴 국가다.
전기차, 반도체, 가전, 로봇—all made in Korea—라는 문장 뒤에는 ‘made by China’s rare earth’라는 보이지 않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희토류의 진짜 싸움은 자원 확보가 아니라 정제 능력, 즉 ‘재련소의 주권’을 누가 쥐느냐에 달려 있다. 중국은 이미 그 답을 알고 있고, 세계는 아직도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