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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칠레 “기후외교 동맹”....기후와 자원에 있어서 협력

2050 탄소중립의 실험실, 칠레의 기후정책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광물·에너지·탄소시장 협력으로 확장되는 한-남미 녹색연대

기후를 매개로 한 외교의 재구성, “위기를 산업전환의 기회로”

전용욱 기자 | 기사입력 2025/10/26 [06:53]

한·칠레 “기후외교 동맹”....기후와 자원에 있어서 협력

2050 탄소중립의 실험실, 칠레의 기후정책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

광물·에너지·탄소시장 협력으로 확장되는 한-남미 녹색연대

기후를 매개로 한 외교의 재구성, “위기를 산업전환의 기회로”

전용욱 기자 | 입력 : 2025/10/2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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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의 태양광 패널    

 

한국과 칠레가 ‘기후’를 새로운 외교의 언어로 삼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기술국가와 남미의 자원국가가 손을 맞잡은 이유는 단순히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기후위기를 산업혁신과 경제전환의 기회로 재해석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지리적으로는 지구의 반대편에 있지만, 기후위기의 양상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한국은 폭염·홍수·산불 등 급격한 기후변동을 경험하고 있고, 칠레는 10년 넘게 이어진 ‘메가가뭄(Mega Drought)’과 빙하 후퇴, 대형 산불로 고통받고 있다.

 

각각의 현실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같다 — ‘기후는 이미 경제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이런 공감대 속에서 한국과 칠레는 기후정책을 산업전략으로 확장하고, 국제적 협력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있다.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적극적인 기후정책 선도국이다. 2022년 ‘기후변화 기본법(Framework Law on Climate Change)’을 제정하면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법률로 명문화했고, 각 부처와 지방정부가 의무적으로 ‘기후행동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중앙정부가 모든 정책을 통제하는 구조가 아니라, 지역별로 맞춤형 적응정책을 실천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예를 들어 북부 아타카마 사막은 태양광·리튬 생산 중심의 산업전환 거점으로, 남부는 산림 복원과 빙하 관리 중심의 생태전략 거점으로 구분된다.

 

이는 ‘지역 기반의 기후정치(local climate governance)’ 모델로, 중앙집권적 체계에 머무는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의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2021)’ 역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여전히 정책 중심축이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 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다.

 

지방정부의 탄소중립 조례나 기후행동계획은 형식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실행력 면에서는 칠레보다 뒤처진다.

 

칠레의 법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징은 ‘책임의 분산’과 ‘실행의 구체화’다. 각 지역이 스스로의 산업 구조, 기후 리스크, 생태 조건을 고려해 실행 계획을 세우는 점에서 실질적 거버넌스를 구현하고 있다.

 

산업과 자원 부문에서의 비교 역시 흥미롭다. 칠레는 태양광·풍력 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의 절반에 이르고, 석탄발전소 폐지를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특히 북부 사막 지역은 세계 최대 일사량을 기반으로 ‘그린수소 생산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으며, 토지 이용 제한과 지역 반발로 인해 발전 입지가 부족하다. 그러나 기술력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점한다. 배터리, 수소 저장·운송, 전력망 관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양국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 칠레는 풍부한 태양광·리튬·구리 자원을 제공하고, 한국은 기술·설비·자본을 공급함으로써 상호의존적 녹색산업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미 칠레 정부는 한국과의 ‘리튬-배터리 연합’ 구상을 공식화하고 있으며, 양국 간 ‘기후산업 협력 로드맵’ 논의가 진행 중이다.

 

또한, 두 나라는 탄소시장과 기후금융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크다. 칠레는 남미 최초로 ‘녹색국채(Green Bond)’를 발행했고, 자발적 탄소배출권 거래(VCS)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은 제도적으로 세계 3위 규모의 배출권거래제(K-ETS)를 운영하고 있다.

 

만약 양국이 이 두 제도를 연동해 ‘상호인정형 탄소시장(Carbon Credit Mutual Recognition)’을 구축한다면, 아시아-남미 간 탄소거래 허브가 실현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환경협력을 넘어 금융·투자·산업생태계가 통합된 새로운 글로벌 가치사슬을 의미한다.

 

또한 칠레의 녹색채권 구조와 한국의 ESG 공시제도를 결합한 ‘K-Chile ESG 펀드’ 모델은, 국제기구와 민간 투자자들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혁신적 기후금융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금융기관이 칠레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직접 투자하고, 칠레는 이를 통해 감축실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구조가 형성된다면, 양국 모두에게 실질적 이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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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는 거의 고산지대로 이뤄지고 있고 여러 기후대가 존재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또 다른 협력 축은 ‘적응 기술’이다. 칠레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물 부족이다. 10년 이상 지속된 가뭄으로 주요 저수지가 고갈되고, 농업과 광업이 동시에 타격을 받았다.

 

반면 한국은 물 관리·산불 예측·AI 기반 기후모니터링 시스템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특히 한국형 수자원 관리 시스템(K-Water)의 위성데이터 기반 저수지 예측기술은 칠레 중앙계곡 지역의 수자원 위기 대응에 직접 활용될 수 있다.

 

반대로 칠레의 고산지대 빙하 관측 데이터와 생태복원 경험은, 한국의 산림청이 추진하는 산림 탄소흡수 프로젝트의 기초자료로 유용하다. 즉 두 나라는 ‘데이터 교환-기술공유-공동모니터링’의 삼중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셈이다.

 

정치·외교적으로 보면 이 협력은 더 큰 함의를 가진다. 기후외교는 단순히 환경부 장관회의 수준이 아니라, 외교·산업·재정·무역이 결합된 복합외교다.

 

한국 외교부는 이미 칠레와의 청정수소·풍력·탄소감축 MOU를 체결했고,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파트너십’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이는 ‘경제안보 외교’의 한 축으로 기후정책을 끌어올리는 흐름이기도 하다. 과거 외교가 군사·안보 중심이었다면, 21세기 외교는 기후와 기술이 핵심이 되고 있다. 기후외교는 미래의 자원과 시장, 산업 패권을 결정하는 새로운 외교 전쟁터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과 칠레의 협력은 남북 반구를 잇는 ‘녹색동맹(Green Alliance)’으로 확장될 여지가 크다.

 

결국 두 나라의 협력은 기후위기 시대의 국가모델 변화를 상징한다. 한국은 기술·산업 중심의 선진형 모델, 칠레는 자원·생태 중심의 개발형 모델이지만, 기후위기 앞에서 두 모델은 하나로 수렴하고 있다.

 

칠레의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과 한국의 첨단산업 기술이 결합하면, ‘지속가능한 성장의 실험실’이 될 수 있다. 또한 기후위기를 단순한 피해나 규제로 보지 않고, 새로운 산업·금융 질서로 재편하는 시각의 전환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세계 경제의 다음 프런티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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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칠레의 기후협력은 단지 환경협약의 조항이 아니라, 기후를 매개로 한 미래외교의 새로운 문법을 제시한다.

 

기후가 곧 산업이고, 산업이 곧 외교가 되는 시대 — 두 나라는 이 전환의 중심에서 ‘기후를 통한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의 한-칠레 협력은 단지 탄소를 줄이기 위한 기술 교류가 아니라, 기후를 국가전략의 언어로 바꾸는 실험이다. 그것은 결국 “위기를 산업으로, 재난을 혁신으로, 기후를 미래로 바꾸는 연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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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월간 기후변화 기자
내외신문 전북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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