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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해외 부동산펀드 손실, 신뢰 붕괴의 후폭풍

‘안정적 수익’의 함정…해외 부동산펀드의 대규모 붕괴

중앙선데이 보도에 드러난 트리아논펀드의 도산 현실

줄줄이 청산 위기…55조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흔들린다

투자자들의 분노와 집단소송…불완전판매 논란 확산

전문가 “금융상품 신뢰 복원과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유경남 기자 | 기사입력 2025/10/26 [06:26]

96% 해외 부동산펀드 손실, 신뢰 붕괴의 후폭풍

‘안정적 수익’의 함정…해외 부동산펀드의 대규모 붕괴

중앙선데이 보도에 드러난 트리아논펀드의 도산 현실

줄줄이 청산 위기…55조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흔들린다

투자자들의 분노와 집단소송…불완전판매 논란 확산

전문가 “금융상품 신뢰 복원과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유경남 기자 | 입력 : 2025/10/26 [06:26]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의 끝은 혹독했다. 2018년 ‘안정적 임대수익’을 내세워 은행 창구마다 불티나게 팔리던 해외 부동산펀드들이 지금은 잔혹한 현실을 맞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해외 부동산펀드 24개 중 무려 23개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사실상 96%가 원금 손실 상태라는 충격적인 결과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일명 트리아논펀드다. 2018년 국내 1호 해외 공모형 부동산펀드로 등장해 연 7%대 배당수익률을 내세우며 인기를 끌었지만, 독일 프랑크푸르트 트리아논 빌딩의 공실과 금리 급등에 휘청이며 결국 도산 절차에 들어갔다.

 

운용 주체였던 현지 SPC는 ‘기한이익상실(EOD)’을 선언했고, 투자자는 배당금 약 16%를 제외하고 사실상 전액 손실이 예상된다. 은행 창구에서 “부동산 기반이라 안전하다”는 설명을 듣고 투자했던 주부 L씨는 “차라리 주식에 투자할 걸 그랬다”고 한탄했다.

 

중앙선데이 보도에 의하면, 당시 ‘트리아논펀드’는 연 7.5%의 배당수익률과 독일 금융 중심지 투자라는 화려한 홍보 문구로 판매됐지만, 실상은 코로나 이후 공실 급증과 대출 상환 불능으로 인해 현지에서 이미 도산 절차가 개시된 상태다. 금융권은 트리아논 빌딩의 매각가가 대출금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 다수는 원금의 대부분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펀드의 총 규모는 3700억원, 기관용 사모펀드 1835억원과 개인용 공모펀드 1875억원으로 구성됐다. “선순위 대출이 많아 매각돼도 남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투자자들의 분노는 거세다. 판매사들은 손실 확정 전이라며 책임을 회피하지만, 피해자들은 “애초에 위험 설명이 부실했다”며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다.

 

트리아논 사태는 빙산의 일각이다. 한국투자증권의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2호’ 역시 전액 손실(-100%)로 끝났다. 키움, 미래에셋, 하나대체투자 등 대형사들의 해외 오피스펀드도 줄줄이 반토막이 났다. 코로나 이후 공실 증가와 금리 급등, 글로벌 부동산 가치 하락이 맞물리며 자산가치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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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아파트 고공행진 전세계 부동산은 하락중(서울 아파트의 모습)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10%가 올해 안에 만기 도래하며, 2030년까지 37조원이 순차적으로 만기를 맞는다. 이미 7.6%는 ‘기한이익상실’ 상태다. 즉, 채무 불이행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아마존 물류센터 한 곳을 매입가보다 24% 낮은 가격에 매각했다. 손실이 확정된 셈이다.

 

향후 남은 물류센터 매각가가 예상보다 낮을 경우 최대 절반 가까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에셋은 과거에도 미국·브라질 부동산에서 대규모 손실을 경험한 바 있다.

 

투자자들의 대응도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에는 민원이 쇄도하고, 일부 펀드 투자자들은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다. 특히 벨기에펀드는 불완전판매 의혹으로 금감원이 현장 검사를 시작했다. 당시 “정부기관 입주로 안정적”이라 홍보하며 904억원을 모집한 해당 펀드는, 실상 리스크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은 뒤늦게 자율 배상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트리아논·벨기에펀드 투자자에게 최대 80%까지 자율 배상을 검토 중이며, 한국투자증권도 녹취와 서류를 통해 불완전판매가 입증되면 개별 보상을 진행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판매사는 “손실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금융시장의 구조적 불신을 드러낸 경고음”으로 진단했다. 

 

현재 트리아논펀드 피해자들은 단체소송을 준비 중이다.  “판매사와 운용사가 위험요인을 고지하지 않은 과실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뢰를 잃은 해외 부동산펀드 시장은 이제 구조적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안정적 임대수익’이라는 말이 공허한 미끼였음을 깨닫기까지, 투자자들의 상처는 너무 깊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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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시민신문 대표
시민포털 전남 지부장
man90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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