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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동지를 가르는 사회, 공통의 세계를 되찾으려는 시민의 열망

중민(中民)’ 40년, 한상진 교수의 성찰

86세대의 권력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규칙을 비틀어 효율을 앞세운 ‘진보의 독재’

세대 갈등 아닌 ‘공통의 세계’ 복원이 해답

시민 78%, 갈등 아닌 상식의 회복을 택했다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5/10/22 [09:23]

적과 동지를 가르는 사회, 공통의 세계를 되찾으려는 시민의 열망

중민(中民)’ 40년, 한상진 교수의 성찰

86세대의 권력화와 민주주의의 위기

규칙을 비틀어 효율을 앞세운 ‘진보의 독재’

세대 갈등 아닌 ‘공통의 세계’ 복원이 해답

시민 78%, 갈등 아닌 상식의 회복을 택했다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5/10/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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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진 교수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더 이상 보수와 진보의 틀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규칙을 비틀어서라도 일을 추진하려는 진보 세력의 태도는 오히려 독재적 성향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1985년 ‘중산층과 민중의 결합’을 의미하는 ‘중민(中民) 이론’을 제창한 지 4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여전히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을 시민의 내면에서 찾고 있었다.

 

그는 1980년대 초반, 강의실보다 거리에서 열정을 불태웠던 대학생들의 내면을 연구하기 위해 2400명의 학생에게 “가장 심각했던 가치관의 갈등 경험”을 써오라는 과제를 냈다.

 

그 결과, 그는 “최루탄과 화염병 뒤에는 정권 타도를 향한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진리와 정의에 대한 깊은 갈증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그는 그 열정 속에서 ‘급진적 혁명론의 위험성’을 보았다.

 

“당시 학생들과 지식인들이 ‘이 나라는 근본부터 뒤집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나는 중산층의 지지 없이는 사회 변화가 지속될 수 없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가 ‘중민’이라는 개념을 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노동자들도 이미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중산층화되고 있었다. 학생들이 그들을 ‘혁명의 주체’로만 본 것은 오히려 현실을 왜곡한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1980년대 후반, ‘민중론’과 정면으로 맞붙으며 한국 사회를 새롭게 설명하는 사회학적 틀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가 학생으로 만났던 86세대는 훗날 정치권의 주류로 성장했다. 한 교수는 “이들이 너무 빨리 권력의 중심에 진입했다”며 “준비가 안 된 채 정치에 뛰어들어 결국 패권 싸움에 매몰된 세대가 됐다”고 꼬집었다.

 

민주화의 상징으로 영입된 이들이 정작 민중의 삶을 개선하기보다 이념 대결과 내부 권력투쟁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민중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다면 그들의 권리를 키우는 정책을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 대신 사학법, 국가보안법 같은 정치적 의제에만 몰두했다.”

 

그럼에도 한 교수는 86세대 전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그들이 사회를 더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만든 점은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지금은 더 이상 진보와 보수의 잣대로 세상을 재단할 수 없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세계 33개 도시 시민 1만7564명 중 72%가 ‘갈등보다 공통의 세계 회복’을 원한다고 답했다. 서울 시민은 78%에 달했다”고 말했다. “지금 대법원장을 불러 세우는 정치도 효율을 명분으로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독재의 논리”라고 그는 일침을 가했다.

 

한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세대 문제를 다시 꺼냈다. “20·30대를 극우로 몰아붙이는 건 심각한 오해다.

 

그들은 낙인찍을 대상이 아니라, 다른 시대적 현실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개인들이다.” 그는 86세대가 20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자신들의 잣대를 강요한다면, 사회의 분열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결론은 명확했다. “진보든 보수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상식의 복원이 먼저다.”


40년 전 ‘중민이론’이 강조했던 중간의 힘, 바로 그것이 지금의 한국 사회가 되찾아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적과 동지를 가르는 정치가 아니라, 공통의 세계를 회복하려는 다수 시민의 열망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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