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달러 패권, 한국은 산업 패권 ― 스테이블코인 전략의 두 길GENIUS Act로 달러 지위를 공고히 하는 미국, 준비금 규제와 발행자 통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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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이미지(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프로) 하상기 기자 |
두 나라는 같은 ‘디지털 달러화·원화화’라는 목표를 향하지만 그 접근법과 속도, 정치적 배경은 판이하다.
미국의 전략은 무엇보다 ‘통제와 제도화’에 있다.
GENIUS Act는 허가받지 않은 발행자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원천 차단하며,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1:1 비율로 미국 국채·현금·고유동성 단기자산으로 뒷받침되도록 의무화한다.
이는 금융 안정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그 본질은 미국 재무부 증권 수요를 높여 막대한 연방 부채를 떠받치려는 의도와 직결된다.
다시 말해 스테이블코인이 미국의 달러 패권 유지와 재정 부담 경감이라는 이중 전략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와 투명성 강화도 핵심 축이다.
발행사는 준비금 월별 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투자자에게 허위 광고를 하면 형사적 책임을 진다. 미국은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과 동일선상에서 관리함으로써, 달러 기반 금융체제의 디지털 확장을 확실히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산업 육성과 금융 혁신을 동시에 겨냥한다. 한국 금융위원회와 국회는 이미 증권형 토큰(STO) 제도화 작업을 통해 실물자산, 부동산, 문화콘텐츠를 토큰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스테이블코인을 접목하는 구상은 단순한 결제수단을 넘어 산업 육성형 ‘K-스테이블코인 전략’으로 진화 중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역화폐를 블록체인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 △K-POP 저작권 펀드, K-컬처 펀드와 연계한 자산 기반 스테이블코인, △국민연금 및 정책금융기관의 참여를 통한 대규모 커스터디 시스템 구축 등이 활발히 논의된다.
한국은 미국처럼 달러 패권을 유지할 필요는 없다. 대신 디지털 원화를 국제화하고, 아시아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교두보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려는 것이다.
한국 전략의 특징은 ‘투트랙’이다. 하나는 한국은행 주도의 CBDC 실험으로, 이는 공공 결제 인프라 차원에서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원화다. 다른 하나는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은행·증권사·핀테크 기업이 참여해 상업적·투자적 활용이 가능한 구조다.
정부는 이 둘을 분리하되 상호 보완적으로 설계해, 민간 혁신을 살리면서도 금융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STO 제도와 연계해 부동산·문화콘텐츠·에너지 자산을 토큰화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유통·투자·결제를 동시에 구현하는 구체적 전략이 깔려 있다.
한국이 노리는 것은 단순한 금융 실험이 아니라 실물경제와 디지털 금융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국가 성장 전략이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결국 ‘동맹국’과 ‘자율국가’의 차이로 귀결된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자국의 부채 구조를 해외에 전가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디지털 경제에서도 유지하려 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식 모델을 그대로 따를 경우 달러 종속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은 지역 주권경제와 K-컬처 산업, 디지털 자산 거래소, 정책금융기관을 결합해 ‘디지털 원화’를 국제 금융의 대안으로 키우려는 시도다. 이는 단순히 암호자산 산업의 성장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패권 구조를 새롭게 짜려는 도전이다.
향후 과제도 분명하다.
미국은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규제 충돌, 은행 예금 이탈 우려, 범죄·자금세탁 리스크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남아 있다. 한국은 제도적 실험 단계에서 법적 불확실성, 금융권의 보수적 태도, 글로벌 경쟁국의 견제를 어떻게 뚫을지가 관건이다.
특히 한국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중앙은행과 민간은행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금 관리와 투명성을 어떤 수준까지 확보할 것인지에서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가상자산의 일부가 아니라, 국가의 통화정책·재정정책·산업정책을 관통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달러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은 새로운 금융·산업 패권을 창출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 무기로 삼고 있다. 이제 전 세계는 미국식 규제 모델을 따를 것인가, 한국처럼 실물산업·지역경제·콘텐츠와 결합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히 암호자산 시장의 미래를 넘어, 21세기 글로벌 금융 패권의 향방을 가를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