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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바다가 인류가 설정한 안전 한계를 넘어섰다는 경고가 나왔다.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는 최근 보고서에서 해양 산성도가 해양 생물의 임계값을 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9개의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가운데 7번째 경계가 무너진 것을 뜻한다. 행성 경계는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설정한 과학적 기준이다. 기후 변화, 생물권 붕괴, 토지 전용, 담수 사용, 생물지구화학적 순환, 새로운 물질에 이어 해양 산성도까지 위험선에 도달한 것이다.
산성화는 단순한 화학적 변화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바다 표면의 pH는 약 0.1 단위 감소했고, 이는 산도가 30~40% 증가한 수치다. 이 과정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연소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바다로 흡수되며 탄산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과 바다 생태계의 기초를 이루는 탄산칼슘(산호, 패류, 일부 플랑크톤이 의존하는 물질)의 형성이 방해받고 있다. 결국 먹이사슬 하위 단계에서 충격이 시작돼, 상위 단계의 어류·포유류·인간 식탁까지 연쇄적인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 바다가 맞이할 현실
한국의 바다는 기후위기와 산성화가 동시에 밀려오는 전선에 서 있다. 동해와 남해는 이미 수온 상승으로 어종 분포가 북상하고 있으며, 서해의 패류 양식장은 산성화에 따른 성장 저하와 폐사 문제를 겪고 있다.
굴·바지락·홍합 등은 산성화에 특히 취약하다. 껍질을 형성하지 못하거나 두께가 얇아지면 대량 폐사가 발생하고, 이는 어민들의 생계와 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수산물 소비국이자 양식 강국이다. 그러나 산성화와 해양 열파, 오염이 결합하면 해양 생태계의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
특히 연어, 명태, 오징어와 같이 회유성 어종은 산성화와 수온 변화의 이중고로 인해 어획량이 급감할 위험에 놓여 있다. 이는 단순히 식탁 위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 안보와 직결된다. 한국은 이미 곡물 수입 의존도가 높다. 바다마저 흔들린다면 국가적 식량 위기가 불가피하다.
더 큰 문제는 생태계 붕괴가 사회 전체의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해양 생물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25~30%를 흡수하고, 이를 깊은 바다로 가라앉히는 ‘생물 펌프(biological pump)’ 역할을 한다.
만약 이 기능이 약화되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해양은 기후의 안전판이었으나, 이제는 그 안전판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선택의 시간 ―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보고서는 경고와 함께 희망의 단서도 제시한다. 국제 협력과 정책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존층 파괴는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억제되었고, 대기 중 황산화물 배출도 각국의 규제로 줄어들었다. 마찬가지로 화석연료 사용을 과감히 줄이고, 어업과 해양 오염을 관리하며, 산호 보호와 해양 생태계 복원을 적극 추진한다면 여전히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
한국은 특히 책임이 크다.
조선·석유화학·자동차 등 탄소 배출 산업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해양 식량 자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나라다. 더구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수면 상승과 태풍, 염수 침투 등 기후 재난의 최전선에 놓여 있다.
한국이 과감하게 해양 보호와 탄소 감축에 나선다면, 이는 단지 생태계를 살리는 차원을 넘어 국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된다.
“실패는 불가피하지 않다. 실패는 선택이다.” 포츠담 연구소 소장 요한 록스트룀의 이 말은 단순한 과학자의 언급이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와 전 세계가 마주한 현실을 정직하게 요약한 경고다. 해양 산성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재앙이지만, 그 파급력은 눈앞의 경제와 안보를 뒤흔든다. 바다가 더 이상 지구의 ‘숨은 수호자’로 기능하지 못한다면, 인류 문명은 기초부터 흔들리게 된다.
이제 선택은 분명하다.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바다를 살릴 것인가, 아니면 눈앞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미래를 포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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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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