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1·2차 세계대전 이후 ‘하나의 유럽’을 꿈꾸며 미국을 모델로 삼아 경제와 사회 통합을 추진했다. 단일 통화 유로화,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 활발한 교육 교류 등은 분명 유럽 통합의 성과였다.
그러나 초고령화·저출산이라는 구조적 변화에 맞춘 제도 개편 시기를 놓치면서 복지국가 모델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이르렀다.
연금과 의료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 지출이 필요했으나, 유권자 눈치를 보는 정치권은 개혁을 미뤘다. 그 결과 국가 부채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고, 프랑스에서는 연금 개혁 반발이 폭동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불안이 극대화되었다.
각자도생으로 치닫는 회원국들의 분열
유럽연합의 최대 강점은 단일 대오를 형성해 대외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결속력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인은 EU 차원에서 추진한 중국산 전기차 제재에 반대했다.
중국이 스페인의 와인·하몽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하자, 스페인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우선시하며 공동 대응에서 이탈한 것이다. 영국의 브렉시트는 이러한 분열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영국은 자국 일자리 보호를 내세워 EU를 떠났지만, 오히려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위상과 양질의 일자리를 상실하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이 두 사례는 유럽이 더 이상 ‘하나의 유럽’이 아닌, 이해관계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인재 유출과 유럽의 미래
경제적 위기와 제도적 실패는 유럽의 인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젊고 유능한 인재들은 높은 세금과 불투명한 미래를 피해 미국이나 아시아로 떠나고 있다.
이른바 ‘슈퍼 브레인’의 탈출은 유럽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유럽은 공동체적 복지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상과, 개인의 노력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박정호 교수의 진단처럼, 오늘날 유럽의 위기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복지·재정·인구·정치 구조가 동시에 흔들리는 총체적 위기이며, 이는 한국 사회에도 초고령화와 복지 개편의 교훈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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