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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종말, 불타는 아마존, 그리고 인권의 새로운 정의

남미,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다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9/06 [06:27]

빙하의 종말, 불타는 아마존, 그리고 인권의 새로운 정의

남미,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다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9/06 [06:27]

 

라틴아메리카 대륙이 지구 기후위기의 가장 첨예한 현장이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마지막 빙하 소멸, 볼리비아의 초대형 산불, 아마존의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 경고, 그리고 원주민 공동체와 국제사회의 대응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 문명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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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에 빙하에서 스키는 타는 사람들 지금은 다 소멸됐다. (베네수엘라 움브리알 빙하)    

 

최근 국제 언론과 과학자들은 남미 전역에서 벌어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전 세계적인 각성과 공동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한때 웅장한 설산을 자랑하던 베네수엘라는 이제 빙하라는 단어조차 사전에 남기지 못하게 됐다. 현지 과학자들은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움브리알 빙하가 더는 ‘빙하’로 분류되기 어려울 정도로 줄어들어 사실상 소멸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남미뿐 아니라 전 세계 기후 연구자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빙하는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담수 자원, 기후 순환의 조절 장치, 그리고 생태계의 기초 역할을 한다. 빙하의 소멸은 생태계 붕괴의 전조이자, 기후위기가 속도전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베네수엘라의 사례는 단지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안데스 산맥 전역에서 빙하 후퇴가 관찰되고 있으며, 페루와 볼리비아 등에서도 수십 년 내 절반 이상의 빙하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빙하가 사라진 자리에는 물 부족과 농업 위기, 전력난이 자리 잡을 것이다. 특히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생기는 초기의 풍부한 수자원은 단기적으로 홍수와 산사태를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고산 지역 주민들의 식수와 농업 기반을 위협한다.

 

아마존은 지금 ‘돌이킬 수 없는 전환점(tipping point)’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브라질의 저명한 기후 과학자 카를로스 노브레는 아마존의 벌채율이 약 18%에 이르렀으며, 이 수치가 20~25%를 넘어서는 순간 숲은 되돌릴 수 없는 사바나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순한 생태계의 변화가 아니다. 아마존은 ‘지구의 허파’라 불리며 전 세계 산소 공급과 탄소 흡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아마존의 붕괴는 곧 전 지구적 기후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위성 자료와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이미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지구의 탄소 중립 목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며,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까지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무너지면 인류가 세운 파리협정의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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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리비아 산불로 대낮에도 뿌연 매연으로 뒤덮혀 있다.    

 

볼리비아는 지난 해 역사상 최악의 산불을 겪었다.

 

2024년 한 해 동안 소실된 열대 원시림 면적만 1만5천 제곱킬로미터에 달했다. 이는 대한민국 국토의 약 15%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산불은 자연발화보다는 무분별한 삼림 개간과 농업 확장, 불법 목축 산업에 기인했다. 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고온 건조 현상이 화재를 통제 불능 상태로 키웠다.

 

불타버린 숲은 단순히 나무를 잃는 차원을 넘어 수천 종의 생물 서식지를 소멸시키고, 토착 공동체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더구나 숲이 사라지면서 토양 침식과 수자원 고갈, 기온 상승이 가속화되어 악순환을 만든다.

 

볼리비아 정부는 화재 진압을 위해 군 병력을 동원했으나, 이미 피해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 비극은 남미 전역의 불법 개발과 국제 곡물·가축 산업 구조와도 맞물려 있다.

 

기후위기는 이제 인권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 7월 3일, 미주인권재판소는 기후 변화에 대응할 법적 의무가 “인권 보호의 일환”이라는 역사적인 자문 의견을 발표했다.

 

이는 기후위기를 단순히 환경적 문제로 취급하던 기존의 시각을 넘어, 건강한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인류 보편적 권리로 인정한 획기적 판결이었다. 법원은 각국 정부가 기후 피해를 예방·완화·복구해야 할 의무를 지니며, 기후로 인한 피해는 곧 인권 침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특히 남미 원주민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가며, 강제 이주와 생존권 침해에 직면하고 있다. 아마존 삼림이 불타면서 사냥과 채집을 기반으로 한 전통적 생활 방식은 붕괴되고, 산업적 토지 이용은 원주민의 권리를 압도한다. 미주인권재판소의 판결은 이들에게 국제법적 보호의 근거를 제공하는 동시에, 각국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묻는 기준점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남미 국가들은 국제 협력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6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는 아마존을 공유하는 주요 남미 국가 정상들과 원주민 지도자들이 모여 ‘보고타 선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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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의 영양이 부족한 흙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수천 년 된 전통에서 브라질의 토착 Kuikuro 사람들은 화산재, 음식물 찌꺼기 및 통제 된 화상으로 비옥 한 토양을 만들어이 문제를 극복합니다.모건 슈미트    

 

선언은 원주민 권리 보장, 식량 안보 확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계획 등을 담고 있으며, 정부와 원주민이 동등한 파트너로 참여하는 새로운 ‘원주민 메커니즘’이 출범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에서 원주민 지식과 전통적 생활 방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제적 합의를 반영한다.

 

보고타 선언은 기후위기 대응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기존의 국가 중심 접근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국제 자본 논리에 휘둘려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원주민 공동체는 수천 년간 아마존 생태계와 공존해온 경험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지식과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위기의 속도는 협력의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기록적인 허리케인, 홍수, 가뭄,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농경지 감소는 이미 눈앞의 현실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미 농경지는 24%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식량 안보와 수출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바나나, 커피, 카카오와 같은 대표적인 농산물 재배지가 기후변화와 해충 증가로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는 세계 시장과도 직결된다. 남미는 전 세계 곡물과 원자재의 중요한 공급지다. 기후위기가 심화될수록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과 무역 불안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남미의 위기는 곧 전 세계 식탁의 위기”라고 경고한다.

 

 

결국 남미의 기후위기는 지역적 사건이 아니라 지구적 사건이다. 빙하 소멸, 아마존 파괴, 산불, 농업 위기, 원주민 권리 침해—all of these are 서로 연결된 하나의 거대한 경고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남미의 오늘은 곧 세계의 내일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그 최전선은 남미 대륙이다. 과학자와 원주민, 국제사회와 시민사회가 외치는 경고는 단순한 예측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재난의 초상이다. 남미가 겪는 기후위기의 이야기는 인류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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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인천본부 기자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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