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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바우처 제도, 단순 쿠폰을 넘어 혁신 투자로 전환해야

전용욱 기자 | 기사입력 2025/08/27 [10:36]

소상공인 바우처 제도, 단순 쿠폰을 넘어 혁신 투자로 전환해야

전용욱 기자 | 입력 : 2025/08/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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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제도가 바로 ‘소상공인 바우처’다.

 

디지털 전환, 마케팅, 경영 개선 등에 일정 금액의 쿠폰을 지급해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취지 자체는 분명 선하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제도는 기대만큼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바우처는 정부가 지정한 공급자 풀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소상공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렵고, 특정 업체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간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수요자인 소상공인은 ‘선택권 없는 소비자’로 전락하는 셈이다.

 

한 자영업자는 “메뉴판에 없는 음식을 주문할 수 없는 식당 같다”고 꼬집었다. 결국 제도의 구조가 공급자 중심에 고착된 것이다.

 

신청 과정 역시 쉽지 않다. 온라인 접수, 사업계획서 작성, 평가위원회 심사 등 복잡한 절차는 영세 상인들에게 큰 장벽이다. 서류 준비를 대행업체에 맡기는 경우도 늘어나면서 지원을 받기 위해 오히려 또 다른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그 결과 ‘지원금보다 행정비용이 더 크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지원 규모도 문제다. 대부분 수백만 원 수준에 머물러 사업 구조를 바꿀 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고, 프로그램도 대부분 1회성으로 끝나 성장 전략과 연계되지 못한다. 당장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임시 처방은 가능하지만, 장기적 체질 개선이나 혁신적 투자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성과 관리의 부재는 더욱 심각하다. 바우처 사용 이후 매출이나 고용 효과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대한 체계적 데이터가 부족해 정책 효과를 평가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예산이 단순히 ‘소진’되는 데 그치고, 성과 없는 지원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정부 재정의 효율성 문제와 직결되는 대목이다.

 

지역과 업종 간 불균형도 뚜렷하다. 도시권은 IT 서비스 접근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기 쉽지만, 농어촌의 영세 상인은 제도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업종별로도 외식·숙박 업종에 혜택이 집중되는 반면, 전통 제조업이나 생활 서비스업은 소외되는 현상이 반복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우리 제도의 한계는 더욱 뚜렷하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이노베이션 바우처’는 공급자를 제한하지 않고, 중소기업이 자유롭게 대학이나 연구기관과 협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싱가포르는 ‘SME Go Digital’ 프로그램을 통해 ICT 솔루션 도입 비용의 최대 70%를 보조하는데, 중요한 점은 단순 보조에서 끝나지 않고 단계별 성장 프로그램을 연계해 지속적 혁신 경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제도도 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상공인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고, 정부는 사후 정산과 성과 평가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신청·선정·집행 과정을 원스톱 플랫폼에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도록 AI 기반 자동 심사, 전자서명 시스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데이터 기반 성과 평가와 맞춤형 지원은 필수적이다. 바우처 사용 이후 매출, 고용, 거래처 확대 등의 성과를 의무적으로 입력받아 빅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정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농촌 소상공인에게는 온라인 판매 및 택배비 지원, 어촌 소상공인에게는 관광·체험 마케팅 지원 등 지역·업종별 특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은행, 대기업, 플랫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 체계가 요구된다.

 

더 나아가 바우처를 지역화폐나 디지털 원화와 연계하면 사용처의 투명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소상공인의 거래망을 디지털화할 수 있다. 단순 쿠폰이 아니라 혁신 투자의 도구로 바우처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처럼 파편화된 지원과 형식적 운영으로는 지속 가능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단발성에서 성장 경로 중심으로, 행정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그렇게 될 때 비로소 소상공인 바우처는 한국 소상공인의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진출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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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내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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