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파고드는 ‘신세계 나사벌레’, 미국서 첫 확진…기후변화가 부른 불청객?기생충보다 더 무서운 ‘살 파먹는 구더기’미국에서 가축과 사람의 살을 파먹는 ‘신세계 나사벌레(New World Screwworm, NWS)’ 인체감염 사례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확인됐다.로이터통신은 24일(현지시간) 이를 보도하며 당초 “미국 역사상 첫 사례”라고 전했다가 곧바로 “올해 첫 확진”이라고 정정했다. 문제의 환자는 중미 지역을 여행한 뒤 귀국한 미국인으로, 현재 메릴랜드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기생충보다 더 무서운 ‘살 파먹는 구더기’
나사벌레는 학명 Cochliomyia hominivorax인 파리목 곤충의 유충이다. 성충이 온혈동물의 피부에 알을 낳으면 수백 마리의 구더기가 부화해 피부를 파고든다. 목재에 나사를 박듯 살 속 깊이 파고드는 습성 때문에 ‘나사벌레’라는 이름이 붙었다.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숙주는 심각한 상처를 입고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중앙아메리카에서 시작된 이 전염성 기생충은 최근 몇 년 사이 멕시코까지 북상했으며, 미국 축산업계는 수십 년 만에 나사벌레가 다시 퍼질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였다. 미국 축산업계의 경고와 대책
소 사육 두수가 가장 많은 텍사스주는 이미 경계령에 돌입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나사벌레가 텍사스에서 퍼질 경우 가축 폐사, 살처분, 약품 비용 등으로 18억 달러(약 2조5천억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지난 15일 불임 나사벌레 성충을 대량 방출하는 방식으로 퇴치를 추진하기 위해 텍사스에 7억5천만 달러(약 1조400억 원)를 들여 전용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 방식은 1960년대에도 실제로 나사벌레 박멸에 성공한 적이 있다.
기후변화와 ‘살 파먹는 벌레’의 귀환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단순히 ‘해외에서 들어온 이례적 사건’으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기후위기로 인해 북미 전역에서 기온 상승과 생태계 교란이 가속화되면서, 열대성 해충의 서식지가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사벌레는 원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번성한다. 하지만 최근 멕시코와 남부 미국의 기온이 평균적으로 높아지면서, 이들이 정착할 수 있는 토양이 넓어지고 있다. 이는 곧 미국 남부 축산업뿐 아니라 인간의 보건·위생에도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이어진다. 공중보건 리스크, 낮지만 무시 못 해
미국 보건복지부(HHS)는 이번 사례가 미국 내 공중보건에 큰 위협을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CDC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현장 전문가들의 비판도 잇따른다. 베스 톰슨 사우스다코타주 수의사 총장은 “CDC는 처음에는 상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결국 다른 경로로 알게 된 뒤 우리가 직접 확인을 요구해야 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시대, 해충과의 전쟁은 다시 시작됐다
미국에서 나사벌레는 한때 ‘박멸된 해충’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확진 사례는 인류가 기후변화 속에서 과거에 극복했던 전염병과 기생충조차 언제든 되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온 상승, 생태계 교란, 국제 이동 증가가 맞물리면서 국경을 넘는 전염성 해충의 위협은 앞으로 더욱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살을 파먹는 나사벌레의 재출현은 단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기후위기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보건·산업 리스크의 신호탄”이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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