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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세계 금융의 새 무대

홍콩·일본·유럽의 규제와 실험, 한국의 전략은 어디로 가야 하나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8/25 [10:25]

스테이블코인, 세계 금융의 새 무대

홍콩·일본·유럽의 규제와 실험, 한국의 전략은 어디로 가야 하나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8/25 [10:25]

세계 금융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가상자산의 변방이 아니다. 미국, 유럽, 아시아 주요국이 일제히 제도권 편입을 서두르고 있으며, 홍콩과 일본은 각각 아시아 금융허브와 기술혁신국가로서 선도적 규제 실험에 나섰다.

 

유럽연합은 세계 최초로 통합 법제인 MiCA를 발효시켰고, 미국은 GENIUS Act를 통해 글로벌 기준을 선도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은 ‘디지털 원화’와 스테이블코인 정책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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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이미지(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프로)    

 

 

홍콩, 아시아 디지털 금융의 실험장

 

 

홍콩은 2025년 8월 1일부터 Stablecoins Bill을 본격 시행했다. 법은 법정화폐 연동 스테이블코인(FRS, Fiat-referenced stablecoins)에 대해 라이선스 의무화, 1:1 상환 보장, 자금 분리, 자금세탁방지(AML) 규정을 철저히 요구한다.

 

 

홍콩 정부는 이를 통해 “아시아판 디지털 자산 허브”를 만들겠다는 전략을 드러냈다. 중국 본토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가상자산 규제를 홍콩에서 실험하며,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기는 구상이다. 실제로 중국은 국제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는 달러 중심 국제금융 질서에 균열을 내는 잠재적 변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스테이블코인이 자본유출을 촉발하고 통화주권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콩처럼 개방적 금융시장은 위기 시 “디지털 뱅크런”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일본, 엔화 스테이블코인 출격 임박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규제가 엄격한 국가 중 하나다. 은행, 신탁회사, 송금업체만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제한해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핀테크 스타트업 JPYC가 일본 국채(JGB)와 현금을 담보로 한 엔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2025년 내 출시할 예정이다. 금융청(FSA)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으며, 초기에는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급한다.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엔화 국제화”의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 아시아에서 엔화 결제 인프라를 확대하고, 달러 일변도의 외환시장을 다변화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일본은 장기적 경기 침체와 금리 제약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수익성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엔화 스테이블코인은 실험적 성격이 강하며, 국제적 파급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유럽, MiCA와 디지털 유로의 이중 전략

 

 

유럽연합(EU)은 세계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포괄 규제법인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시행했다. 2024년 말부터 발효된 이 법은 EU 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면 전자화폐기관, 신용기관 등 허가받은 금융기관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또한 발행사에 대해 자본 규제, 준비금 보관, 감독 당국 보고 의무를 부과했다.

 

 

그러나 유럽의 고민은 단순하지 않다. 글로벌 발행사가 EU 외부에서도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경우, 담보 자산이 분산되어 규제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위기 시 EU 금융시스템이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디지털 유로(CBDC)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민간-공공 화폐 경쟁”의 전형적 사례다.

 

ECB 수석 이코노미스트 필립 레인은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 디지털 유로는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적 추세: 미국과 중국의 대립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다. 미국은 GENIUS Act라는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법안을 통과시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는 Tether(USDT)와 Circle(USDC) 같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정착시키는 과정이다.

 

 

반면 중국은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위안화(CBDC)를 병행하며, 무역과 투자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이려 한다. 특히 일대일로 국가들을 대상으로 위안화 기반 결제 인프라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홍콩은 실험장, 일본은 보완적 역할, 유럽은 방어적 선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 런은 시간문제”

 

 

국제 금융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의 한 연구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가격 안정 메커니즘이 위기 시 오히려 뱅크런을 키울 수 있으며, 10년 내 대형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확률은 30%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FT 기고에서는 “ETF 수준의 투명성, 실시간 준비금 공개, 스트레스 테스트가 없다면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BIS 역시 “CBDC가 없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는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중앙은행의 역할을 강조한다.

 

 

 ‘K-디지털 원화’와 민간 스테이블코인 병행해야

 

 

이러한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한국은행은 이미 CBDC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편입을 논의 중이다.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통화주권 확보 – 디지털 원화를 국가 기반 결제 인프라로 확산.

 

 

산업혁신 촉진 – 은행·핀테크·콘텐츠 기업이 참여하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 허용.

 

 

국제 경쟁력 강화 – 한·중·일, 미·EU와의 협력 속에서 원화 기반 결제 생태계를 수출.

 

 

전문가들은 “한국은 디지털 원화(CBDC)와 은행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동시에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지역경제와 연계한 로컬 스테이블코인, 콘텐츠·무역 결제용 산업형 스테이블코인” 같은 차별화된 모델을 추진해야 국제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화폐 전쟁의 전선에 서 있는 한국

 

 

세계는 지금 “디지털 화폐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중국은 위안화 CBDC로, 유럽은 디지털 유로로 미래 금융 패권을 설계하고 있다. 홍콩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각각 규제와 기술 혁신의 실험장을 자처했다.

 

 

한국은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단순한 규제 수입국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금융 질서의 창조자로 나설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를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향후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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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인천본부 기자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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