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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아프리카를 덮친 식량 재앙

보이지 않는 전쟁, 기후와의 사투
메뚜기 떼와 기후 이상
어린이와 여성, 가장 큰 피해자

전용욱 기자 | 기사입력 2025/08/22 [07:41]

기후위기, 아프리카를 덮친 식량 재앙

보이지 않는 전쟁, 기후와의 사투
메뚜기 떼와 기후 이상
어린이와 여성, 가장 큰 피해자

전용욱 기자 | 입력 : 2025/08/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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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사헬지구 1300만명이 기후위기로 죽어가고 있다. (사진=ytn 유투브 화면 캡쳐)    

 

아프리카 대륙은 지금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총과 폭탄이 아니라, 가뭄과 폭우, 사막화와 메뚜기 떼가 주요 무기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극단적 환경 변화는 이미 수천만 명의 삶을 위협하며 식량난을 일상화하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역에서 3억 명 이상이 만성적 식량 불안정 상태에 놓여 있으며, 그중 상당수는 어린이와 여성이다. 이는 단순한 기아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안보 위기로 연결된다.

 

사헬지대, 사막화의 최전선

 

특히 사헬지대는 기후위기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사하라 사막 남쪽 경계에 위치한 이 지역은 수년째 이어지는 가뭄과 토양 황폐화로 농업 기반이 붕괴됐다. 니제르·말리·차드·부르키나파소 등 사헬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가축 방목과 소규모 자급농에 의존했으나, 연평균 강우량이 30% 이상 줄어들고 토양 유실이 가속화되면서 생산성이 급격히 하락했다. 가축 떼는 먹이를 찾지 못해 몰살되고, 농민들은 씨앗조차 뿌릴 수 없는 땅을 바라보며 절망한다. 유엔은 사헬지대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확장되는 기후 난민 발생지”로 규정했다.

 

메뚜기 떼와 기후 이상

 

여기에 기후변화가 촉발한 또 다른 재앙은 사막 메뚜기 떼다. 동아프리카에서는 폭우와 이상 고온이 겹치며 메뚜기 번식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했다. 한 무리의 메뚜기는 하루 만에 3만 명의 식량을 먹어치울 수 있다.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등지에서 메뚜기 떼가 농경지를 덮치면서 이미 가난한 농민들은 한순간에 생계 기반을 잃었다. 국제사회가 방제 지원에 나섰지만, 기후 불안정성이 계속되는 한 이는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재앙이다.

 

 

기후위기는 아프리카의 물 위기를 심화시켰다. 2030년까지 아프리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심각한 물 부족 지역에서 살 것이라는 경고가 이미 나왔다. 물은 단순한 생활 필수품이 아니라 농업 생산의 핵심 자원이다. 그러나 빗물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농업 구조는 변화무쌍한 기후에 속수무책이다. 우기에는 홍수가 발생해 농작물을 쓸어가고, 건기에는 땅이 갈라져 파종 자체가 불가능하다. 관개시설 부족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농경지의 95%가 빗물에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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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분쟁과 기후난민

 

식량난은 단순히 ‘굶주림’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분쟁과 이주로 이어진다. 수단 다르푸르 지역의 내전은 단순한 민족 분쟁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물·토지 자원 부족이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기후위기 때문에 농경민과 목축민이 충돌하고, 자원 확보 경쟁이 무장 갈등으로 비화한 것이다. 사헬과 호른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기후 난민은 해마다 수백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북아프리카와 유럽으로 향하면서 새로운 난민·이민 위기를 불러온다.

 

어린이와 여성, 가장 큰 피해자

 

식량난의 가장 큰 희생자는 어린이와 여성이다. 유니세프는 아프리카에서 5세 미만 아동 5명 중 1명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양 부족은 단순히 성장 지연에 그치지 않고, 평생 학습능력과 경제활동 능력까지 제한한다. 여성들은 가족을 위해 장거리 물길에 나서야 하고, 극단적 빈곤 속에서 조혼이나 인신매매의 위험에 노출된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사회 정의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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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로 인해 갈라지는 지구(ai생성)    

 

국제사회의 대응과 한계

 

국제사회는 아프리카 식량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지원에 나섰다. WFP와 FAO는 긴급 구호식량과 농업재건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기후적응형 스마트팜과 내염성 작물 재배가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전역의 식량 수요에 비하면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자체를 완화하지 않는 한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 탄소 배출의 책임이 적은 아프리카가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구조적 불평등은 국제 기후 정의 논쟁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

 

스마트 농업과 지역 혁신의 가능성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케냐, 르완다,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는 ICT를 활용한 스마트 농업을 도입하고 있다. 위성 데이터로 강우량을 예측하고, 태양광 기반 소형 관개 시스템을 설치해 농민들이 기후 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또한 내열성·내건성 품종 개발이 진행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생산성이 회복되는 조짐도 보인다. 다만 이러한 혁신이 지속 가능하려면 국제적 투자와 공정한 무역 질서, 그리고 지역사회 주도적 거버넌스가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과 국제적 역할

 

한국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 새마을운동 경험과 IT 기반 농업 기술을 아프리카와 공유함으로써 ‘기후적응형 발전’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한국형 ODA(공적개발원조)는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자립형 농업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아프리카의 기후위기 대응은 곧 글로벌 식량 안보, 더 나아가 인류 공동 생존과 직결된다.

 

 

기후위기, 인류 공동의 시험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기후위기와 식량난은 먼 대륙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인류 공동의 시험이자, 국제사회의 연대와 책임 의식을 묻는 질문이다. 기후위기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식량난은 세계적 공급망 불안을 통해 결국 모든 국가에 파급된다. 지금 아프리카를 돕는 것은 단순한 ‘원조’가 아니라, 미래 세대 전체를 위한 투자다. 우리가 외면할수록 재앙은 더 빠른 속도로 전 세계를 향해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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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내외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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