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유럽의 기후위기, 전쟁, 그리고 식량난의 악순환

-폭염과 가뭄이 만든 농업 기반의 붕괴

-전쟁이 증폭시킨 에너지·식량 위기

-사회·정치적 불안정으로 번지는 위기

유경남 기자 | 기사입력 2025/08/18 [09:38]

유럽의 기후위기, 전쟁, 그리고 식량난의 악순환

-폭염과 가뭄이 만든 농업 기반의 붕괴

-전쟁이 증폭시킨 에너지·식량 위기

-사회·정치적 불안정으로 번지는 위기

유경남 기자 | 입력 : 2025/08/18 [09:38]
본문이미지

▲ 유럽이 폭염으로 타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옥수수 수확량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유럽 대륙은 지금 기후위기와 전쟁, 그리고 식량난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위기들은 독립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얽혀 있으며, 유럽 사회의 근본적 불안정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다. 폭염과 가뭄, 에너지 전쟁, 곡물 수급 불안은 단순히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유럽이 앞으로 수십 년간 직면할 지속적 난제의 서막에 불과하다.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기후위기의 직접적 충격이다. 유럽은 북쪽으로는 북극 해류 변화의 영향을, 남쪽으로는 지중해권 가뭄과 산불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전역에서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옥수수와 밀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 와인과 올리브 농가 역시 피해를 호소했으며, 농업 기반이 무너지는 현실은 유럽의 식량안보 문제를 실질적으로 가시화시켰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곧바로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사이 주요 곡물 가격은 평균 15~20% 상승했으며, 이는 저소득층 가계의 생활비 부담을 크게 가중시켰다. 유럽의 기후위기는 단순한 농업 피해를 넘어 사회적 계층 갈등을 심화시키고, 생필품 인플레이션을 통해 국민의 삶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위기의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전쟁 이전까지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상당 부분 의존해왔다. 그러나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비료 생산비와 농업 전반의 비용이 치솟았고, 동시에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차질은 세계 곡물 시장을 뒤흔들었다. 유럽 각국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아프리카와 아시아로 수입선을 넓혔지만, 이는 결국 국제 가격 경쟁을 격화시켜 전 세계 식량난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바구니’라 불릴 만큼 전략적 공급망의 핵심이었기에, 전쟁은 유럽 내부의 식량 가격 불안정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의 식량 부족까지 초래했다. 이 지역의 식량위기는 난민과 이주민 유입을 가속화하며 다시 유럽 사회로 되돌아왔다. 유럽의 농업 위기와 지정학적 갈등은 결국 국경을 넘어 사회적 충격을 순환시키는 셈이다.

 

기후위기와 전쟁은 각각의 독립적 위기를 넘어, 서로를 증폭시키며 구조적 악순환을 만든다. 가뭄과 폭염은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전쟁은 에너지와 물류를 제한하며, 이 모든 과정이 농업 비용 상승과 식량 가격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유럽 농민들은 더 이상 농사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하며 거리로 나섰고,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곳곳에서 농민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이는 단순한 보조금 문제를 넘어 기후·전쟁·식량난이라는 복합적 위기의 정치적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본문이미지

▲ 기후위기에 가장 어려운 층은 어린이들이라는 통계가 나와있다. 인도와 동남아가 뜨거워지는 모습    

 

이러한 구조적 위기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직결된다. 식량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사회적 약자 계층이 먼저 타격을 받으며, 이는 곧 극우 세력의 포퓰리즘을 자극하는 토양이 된다. 반(反)이민 정서, EU 탈퇴 주장, 보호무역 강화 요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이는 유럽 정치 지형을 더욱 분열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후위기와 전쟁은 단지 환경·안보의 문제를 넘어서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파급력은 크다. 유럽의 식량 수급 불안은 아프리카와 중동의 곡물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정치 불안과 내전을 유발하며 다시 유럽으로 난민과 이주민 위기를 되돌린다. 유럽의 기후위기와 전쟁은 단순히 지역적 현상이 아니라, 국제 질서와 세계 안보를 뒤흔드는 연결 고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식량과 물을 둘러싼 분쟁은 앞으로 유럽이 직면할 새로운 전쟁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본문이미지

▲ 기후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유럽이 당면한 위기는 단순히 환경정책이나 군사안보의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 농업 혁신을 통한 식량안보 강화, 그리고 전쟁 종식을 위한 외교적 협력까지, 복합적이고 통합적인 전략이 절실하다. 동시에 사회적 약자 보호와 난민·이민 문제에 대한 포용적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유럽은 기후·전쟁·식량난이라는 삼중 위기를 넘어 네 번째 위기, 즉 민주주의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결국 유럽의 기후위기와 전쟁, 그리고 식량난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구조적 위기다. 유럽이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단순히 유럽의 미래를 넘어, 전 세계 기후정책과 식량안보 전략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봉책이 아니라, 기후와 전쟁, 식량을 동시에 아우르는 새로운 문명적 패러다임의 구축이다.

 

이 기사 좋아요
기자 사진
내외신문 경제부장
man9088@naver.com
  • 도배방지 이미지

기후위기, 식량난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