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식량위기 조만간 온다”… 농업은 낡은 산업이 아닌 미래전략산업이다“쌀이 무기다”… 식량이 곧 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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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식량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사진=AI 생성) |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5%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농지 자체가 적고,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된 탓에 농업은 점점 변두리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단순히 "포기할 이유"로 여긴다면, 그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오히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며 구축된 한국 농업의 시스템은 미래형 고밀도 기술 집약형 모델로 진화하고 있으며, 기후위기 대응과 식량 주권 확보의 전진 기지로 작동할 준비를 마치고 있다.
최근의 글로벌 트렌드는 분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곡물 수출 통제 조치, 해운 물류 대란 등을 겪으며 세계는 ‘식량의 무기화’를 눈으로 확인했다. 식량을 가진 나라가 강국이고, 식량을 외부에 의존하는 나라는 언제든 굴복할 수 있다. 싱가포르, UAE 등 자급률이 낮던 국가들조차 이제는 실내 농업, 수직 농장, 스마트팜 등에 막대한 투자를 쏟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은 세계 3~4위 곡물 수입국임에도 불구하고, 곡물 운송 인프라와 저장 시스템을 대부분 해외에서 빌려 쓰고 있다. 미국에 약 8,000개의 곡물 엘리베이터가 있고, 일본은 수백 개를 소유했지만, 한국은 미국에 단 하나만 보유 중이다. 이는 물류비 증가, 가격 불안정, 유사시 조달 순위 밀림 등의 치명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식량이 없어서 굶지는 않겠지만, 비싸게 사거나 아예 공급망이 끊길 위험에 늘 노출돼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국내 기업이나 정부가 이 문제를 ‘단기 수입 대책’으로만 접근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종합상사와 농협이 미국, 남미 곡물 시장에 장기 투자해 ‘곡물 전쟁’에 대비해왔다.
![]() ▲ 어두운 지구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토양은 브라질 남동부의 쿠이쿠로 마을(여기에서 위에서 본 것)과 그 주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구글 어스, 지도 데이터: 구글, 맥사 테크놀로지스 |
브라질 세라도 지역에 대규모 콩밭과 옥수수밭을 만들고, 곡물 엘리베이터와 항만까지 확보했다. 반면 한국은 관련 프로젝트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거나, 일부 시작하더라도 예산 부족, 국회 압박, 공기업 담당자들의 위축으로 중도 포기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은 더 이상 낙후 산업이 아니다. 농업은 데이터, AI, 로봇, 기후 기술과 결합해 고도화되는 스마트 산업이며, 식량을 자산으로 보는 새로운 전략경제의 핵심 축이다.
농업을 단순히 자급률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위기 시대의 전략 비축기지로 봐야 한다. 미국, 중국, 사우디는 이미 식량을 석유, 반도체, 군수산업과 같은 전략 물자로 보고 체계적 관리에 나서고 있다.
![]() ▲ 인천광역시교육청, ‘에코스마트팜 아카데미’ 충북 진천 스마트팜 선진사례 탐방 |
한국이 지금처럼 곡물 아웃소싱 구조에만 의존하고, 민간도 정부도 장기 전략을 세우지 못한 채 방치한다면 조만간 다가올 식량위기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나라가 될 것이다. 지금도 곡물을 비싸게 사오고 있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가격이 3배, 4배로 오를 수 있고, 물량 자체를 확보 못할 수도 있다.
식량 문제는 국가안보이며, 경제안보이고, 외교 전략이다.
그리고 그것을 떠받치는 기반이 바로 ‘농업’이다. 예컨대 한국이 특정 작물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수입 협상에서 가격 및 조건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산 밀이나 쌀이 일정 비중만 있어도, 수입업체는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다. 이건 자급률이 아니라, ‘실질적 지렛대’다.
기후위기도 심각하다.
여름 배추는 더 이상 강원도 산간에서도 제대로 자라지 않고, 벼멸구 같은 비래 해충은 예전보다 2~3배 이상 번식하며 쌀 수확량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은 아열대 기후로 변하면서 인디카 계열 쌀 품종을 도입하고 있으며, 식량 작물의 품종 다변화와 기후 대응 전략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농업의 전략 산업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농업은 수출 산업이 될 수 있다. 한국 쌀은 품질이 매우 우수하고, 수요도 존재한다. 유통·도정·보관 등 유통 시스템만 개선된다면 고부가가치 식품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딸기, 포도, 고추장 등은 아시아와 유럽에서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으며, 농업이 '글로벌 문화경제'의 한 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농업을 포기하면 농촌도, 농기계 산업도, 종자 산업도 무너진다.
![]()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오른쪽 첫번째)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두번째)과 함께 지난 12일 충남 논산시 소재 청년농업인의 스마트팜 농가에서 청년농의 스마트농업 정착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제공=농협) |
그 결과는 단순히 농산물 가격 인상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쟁력과 식량 주권의 상실로 이어진다. 농업은 한 번 망가지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운동화 공장을 다른 곳에 세우면 되지만, 벼농사를 다시 시작하려면 수년의 시간과 수많은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위기는 조만간 온다. 그리고 그때를 대비한 유일한 방어선은 ‘농업’이다. 농업은 과거의 산업이 아니라, 미래 전략 산업이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농업부총리급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며, 장기적인 국가 식량 전략과 비상식량 수급 시스템, 유통 산업 육성까지 모두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
산업정책이 반도체와 배터리에 집중돼 있는 지금, 농업에 대한 전략적 전환이 없다면 그 어떤 첨단산업도 국민의 밥상 앞에서 무력해질 수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국가경쟁력은 결국, “누가 식량을 지키는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