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치된 숲이 산사태 ㆍ산불을 키운다기후변화만 탓할 것인가… 과학 기반의 산림 관리가 필요한 때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산불은 기후변화 때문이다”라는 익숙한 말을 듣는다. 물론 봄철의 고온, 건조한 날씨, 강풍은 산불의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한 설명은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기후 변화뿐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된 숲, 그리고 그로 인해 초래된 생태적 불균형에 있다. 이제 우리는 ‘숲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토의 63%는 산림이다. 한때 벌거숭이산이라 불릴 만큼 황폐했던 땅에 수십 년 동안 국민이 함께 나무를 심고 가꾼 결과, 이제는 나무들이 50~60년을 넘기며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그러나 겉보기에만 그렇다. 숲은 내부적으로 생태적 균형을 잃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무분별한 식재보다 질적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1987년 제5차 산림기본계획을 통해 ‘녹화’에서 ‘육림’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종합적인 산림경영 체계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환경단체의 반대와 보존 중심의 여론으로 인해 예산 확보가 어려웠고, 간벌이나 솎아베기 같은 필수 작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나무들은 햇빛과 영양분을 서로 빼앗으며 가늘고 병약하게 자라고 있다. 산사태 그리고 산불과 병충해에 취약한 구조로 변질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숲의 ‘바닥’이다. 낙엽, 마른 가지, 고사목, 풀더미 등이 두껍게 쌓여 있으며, 이는 토양 산성화로 산사태를 유발하고, 작은 불씨에도 급격히 확산되는 인화물질이 된다. 결국 숲을 방치한 대가는 ‘예고된 인재(人災)’로 돌아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숲은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현장에서 30~40년간 산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전문가들의 의견은 외면당하고, 일부 환경단체와 언론은 숲가꾸기나 임도 개설을 생태계 파괴로 몰아간다. 그러나 오늘날의 산림은 ‘그대로 두는 것이 보전’이라는 낡은 패러다임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형태는 갖췄지만, 경제적·생태적 기능이 매우 미약한 숲이 현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 논쟁이 아니라 지형, 환경, 수종 생장 특성 등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산림관리다. 숲가꾸기를 반대하는 여론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일부의 단편적인 사례만을 부각시키며 본질을 호도하는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임도 또한 단순한 산림작업로가 아니다. 산불 감시, 진화 인력과 장비의 접근, 병해충 방제 등 현장 대응의 생명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임도 밀도는 1헥타르당 4.3m에 불과해, 산불 대응에 필요한 6.8m/ha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스트리아(50.5m/ha), 스위스(54m/ha) 등 유럽 산림 선진국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불은 바람을 타고 번지지만, 사람은 길이 없으면 불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헬기와 장비가 준비돼 있어도 임도가 없으면 속수무책이다. 그렇게 산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명확한데, 산불 대응과 산림 관리 예산은 매년 줄거나 동결되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결정을 미루는 사이, 숲은 또다시 불쏘시개로 변해간다. 이제는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예산 부족과 방치된 정책이 불러온 구조적 실패다. 언론이 지적하는 일부 사업 부실 사례는 정책의 본질이 아니라 시행 과정의 문제일 뿐이다.
전국 소나무 숲 중 인공조림지는 전체의 7%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1960~70년대 황폐한 국토가 자연적으로 회복된 숲이다. 현재는 경제림 중심으로 수종 갱신이 진행 중이다. 산림청은 28가지 환경 조건을 반영한 적지적수(適地適樹) 원칙에 따라 조림 정책을 시행 중이며, 최근 5년간 산불 피해지의 85%는 활엽수로 복구됐다. ‘소나무 일변도’라는 비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우리 선조들은 숲과 함께 살아왔다. 마을을 지키는 당숲, 수자원을 보호하는 금산(禁山) 같은 전통은 단순한 풍습이 아니라 공동체가 터득한 ‘관리의 지혜’였다. 오늘날의 산불은 그 지혜를 잃어버린 시대가 치르는 대가다.
숲은 단순한 경관이 아니다. 우리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공공자산이다. 이 숲을 되살리는 길은 감정이 아니라 과학, 비난이 아니라 실행, 방치가 아니라 관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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