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2.3 이후,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하는 기자를 언론인이라 부를 수 없다12.3 윤석열 광기에 침묵했던 언론인들..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격과 최동석 인사혁신처장에 대한 공격 그리고 최근 ‘고발뉴스’, ‘뉴스공장’, ‘취재편의점’ 등 세 인터넷 언론이 대통령실 출입 등록을 마친 뒤에도 비아냥과 배제를 당한 사건 역시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렵다.
이 두 사건은 지금 한국 언론계, 더 정확히 말하면 언론인 집단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강 전 후보자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이었고, 상징성 있는 여성 리더이기도 했다.
물론 언행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인들은 그의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 보도했고, 맥락은 사라졌다. 일부 언론인들은 앞다퉈 비판 기사를 쏟아냈고, 온라인 여론은 그의 낙마를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였다.
반면, 여권 인사들의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대체로 조용했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성 관련 논란까지 터졌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임명됐고, 일부는 승진까지 했다. 이중잣대는 명백했다.
문제는 이런 보도 태도가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구조화된 행태라는 점이다.
기자들은 흔히 “팩트만 보도했다”고 말하지만, 무엇을 보도하고 무엇을 보도하지 않을지를 정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입장’이다.
그리고 지금 언론계에는 ‘누구에게는 잔인하게, 누구에게는 너그럽게’ 접근하는 선택적 보도의 문화가 고착화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인의 태도다. 과거 기자는 권력을 감시하고 시민의 편에 서는 역할을 자임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기자들이 스스로 권력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출입처 중심의 취재 관행에 안주하며, 권력자의 브리핑을 받아쓰기 바쁘고, 본인 소속사가 비판 대상이 되면 침묵하거나 방어에 나선다. 스스로를 ‘기득권 언론인’이라 착각하며, 다른 방식으로 보도하려는 기자들을 조롱하거나 배척하기도 한다.
최근 대통령실 출입 등록을 마친 세 인터넷 언론을 두고, 일부 기자들은 “저런 매체를 왜 들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는 데 이런 문제제기에는 인터넷언론에 대한 비하가 깔려있다.
정식 등록된 언론사이며, 독자에게 영향력도 갖춘 매체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언론인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들에게는 언론의 자격이 아니라 ‘소속’이 중요했다.
스스로는 “원래부터 언론이었다”고 자부하면서도, 자신과 다른 결을 가진 언론인들에게는 “가짜”라고 낙인찍는 이중 태도가 반복됐다.
그러나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원래부터 언론인이던’ 그들은 언제부터 최근 언론의 기본적 토대 민주주의를 부정한 12.3 계엄에 대해서는 왜 단한마디도 못하는가? 그리고 그날 그들은 국민의 편이었는가? 왜 윤석열 정권의 광기에는 침묵했는가?
2024년 12월 3일, 국정농단 수준의 내란 시도 정황이 제기됐지만, 많은 언론인들은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그 사안을 다룬 기자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기자협회 이준희 회장이 우리가 나서야 한다고 할때 "지금 마감 지어야 하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정권이 검찰을 앞세워 정치보복을 이어가는 동안, 다수의 기자들은 ‘팩트’라는 방패 뒤에 숨어 있었다.
그러나 보도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다. 그리고 그 침묵은 결과적으로 정권의 폭주를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치는 언론인을 이용했고, 언론인은 그런 정치를 받아적었다. 낙인을 찍고, 프레임을 만들고, 반대편을 제거하는 데 언론인이 직접 뛰어든 사례도 적지 않다. ‘취재’가 아니라 ‘정치 행위’에 가까운 일들이 반복됐다.
이제 우리는 언론인을 다시 나눠야 한다. 진보냐 보수냐, 중앙언론이냐 지역언론이냐가 아니라, 진실을 말하려는 언론인과, 권력에 침묵하거나 부역하는 언론인으로 나눠야 한다.
어떤 기자는 기사를 쓰지 않음으로써 정권에 협력했고, 어떤 기자는 보도를 막으면서 회사의 이해관계를 지켰다. 그 구조가 반복되는 한, 언론은 시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그래서 ‘12.3 참언론인연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요다.
이 연대는 어느 정당의 대변인이 아니라, 침묵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약속이다. 현장에서 진실을 말하려다 고립된 기자, 비주류 보도를 하다 배제된 언론인, 외면당해도 기록을 남기는 독립 언론인들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 출입증은 없어도 되고, 지면은 작아도 된다. 중요한 건 누구의 편에 서느냐다.
강선우의 낙마도, 시민언론의 출입 배제 시도도, 모두 같은 구조에서 비롯됐다.
그 구조는 여전히 멀쩡히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언론인은 그 구조의 중심에 있다.
정치는 사람을 잃으면 실패하고, 언론인은 진실을 잃으면 존재의 이유가 없다.
지금 이 순간, 언론인들은 언론재벌속 사주에 속하는 4대보험을 넣어주는 직장인인지, 아니면 진짜 언론인의 사명을 다할려는 언론인인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언론이 아니라 또 하나의 권력 탐하는 기레기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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