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도 ‘기후안전권’이 생긴다…기후 위기, 이제는 주거권의 문제다단 2시간 만에 한 카운티 전체가 초토화되었고, 130명이 넘는 사망자 중 20여 명은 어린이기후 변화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 개인과 사회의 생존을 위협하는 실존적 재난으로 다가오고 있다. 극심한 폭염과 갑작스러운 홍수, 산불 등 반복되는 이상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삶의 양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으며,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제는 ‘기후안전권’이 주거권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기후 재난 위험을 반영한 데이터 기반 프로그램이 부동산 거래의 핵심 척도로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학군, 교통, 편의시설 등이 주택 선택의 주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홍수·산불 등 자연재해의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하는 위험도 지표가 결정적 변수로 떠올랐다. 주소만 입력하면 특정 집이나 건물이 폭우나 산불 등에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기존 정부의 재난 위험 지도보다 두 배 이상 정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텍사스에서 최근 발생한 기습 홍수는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단 2시간 만에 한 카운티 전체가 초토화되었고, 130명이 넘는 사망자 중 20여 명은 어린이였다. 그러나 이 지역은 미국 정부의 기존 홍수 위험 지도에서 대부분 위험 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이었다. 즉, 기존 예측 시스템이 기후 변화의 극단성과 속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민간 기후 연구 재단은 ‘기후 보정 데이터’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했다. 이 데이터는 과거의 관측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최근 증가하는 기후 재난의 빈도와 강도를 반영해 건물 단위까지 위험도를 예측한다. 미국 내에서는 이미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부동산 중개 업체들이 주택 매물에 기후 재난 위험도를 표시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보험료 책정이나 주택 가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홍수나 산불로 인해 갚지 못한 주택 담보 대출금이 약 12억 달러, 한화 약 1조 6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재난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지역은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보험료는 급등하며, 결국 주택 압류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난이 더 이상 국외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진은 전 세계적으로 약 3억 6백만 명이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옮기는 '기후 대이동'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기후 위기는 특정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현상이며, 한국 또한 반복되는 폭우와 태풍, 가뭄,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형태의 기후 재난에 취약한 구조다.
따라서 한국도 이제는 ‘기후안전권’을 주거권의 핵심 요소로 삼아야 할 때다. 단순히 전력 소비를 줄이거나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시 계획, 주택 정책, 부동산 정보 공개 체계 등 전반적인 시스템에 기후 재난 대응 개념이 통합되어야 한다. 기후 변화는 이미 우리의 일상을 흔들고 있으며, 주거의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곧 생존의 권리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부동산에서도 ‘기후 회피 프리미엄’이 현실화되는 시대다. 서울의 어떤 지역은 반복되는 침수로 인해 ‘기피 지역’이 될 수 있으며, 반대로 기후 재난 위험이 낮은 지역은 새로운 가치 상승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국가 정책과 지역별 안전 정보의 투명한 공개, 그리고 기후 보정 데이터를 활용한 부동산 정보 시스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국 사회는 더 이상 기후 위기의 변방이 아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새로운 주거 기준이 곧 사회적 불평등의 또 다른 얼굴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하고, 지금부터라도 ‘기후안전권’을 공공의 권리로 제도화해야 한다. 기후가 바꾸는 삶의 조건은 이미 시작되었고, 미래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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