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보고서】“부는 왜 가계로 흘러가지 않는가”…한국·일본·유럽·미국 부의 편중 구조 비교 분석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고소득 국가로 분류되지만, 각국 가계가 체감하는 소득 수준과 국가경제 지표 간에는 분명한 괴리가 존재한다. 한국, 일본, 유럽, 미국 등 선진국들의 가계소득 분배 구조를 분석한 결과, ‘기업 중심의 분배 구조’와 ‘자본 편중’이 공통된 현상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부의 편중’ 문제다. 한국경제는 이 문제에서 결코 예외가 아니며, 오히려 편중도가 더 심화되는 추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 1인당 GDP와 가계소득 간 괴리 심각…“기업이 다 가져간다”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6000달러에 달하지만, 가계 연평균 소득은 약 7000만원에 불과하다. 한 가구당 평균 가구원수 2.2명을 감안할 때 가구당 연간 소득은 1억원 수준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이보다 훨씬 낮다. 소득 불평등이 아닌 ‘분배 주체 불균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경제에서 발생하는 부가 가계로 흐르지 않고 기업과 정부 부문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비금융 기업들의 잉여금(사내유보금)은 사상 최대치인 10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가계부채는 2000조원에 근접했다. 기업들은 이익을 쌓아가고 있지만 가계는 빚을 내서 생계를 유지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일본, ‘저성장-기업 중심’이 만든 소비 침체…‘사토리 세대’ 현상
일본 역시 기업 중심의 분배구조가 고착화된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1인당 GDP는 약 3만5000달러로 한국과 비슷하지만, 가계 소비는 수십 년째 정체 상태다. 일본 기업들은 버블 붕괴 이후 ‘내부유보 우선 경영’을 강화했으며, 그 결과 기업 내부에 쌓인 유보금은 2024년 현재 550조 엔에 달한다. 반면 일본 가계의 실질임금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일본 내에서도 ‘사토리 세대’(체념 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은 미래 소득 증가에 대한 기대 자체를 포기하고 최소한의 소비만 유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로 소득이 흘러가지 않으면 소비가 살아날 수 없고, 이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침체를 지속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다.
■ 유럽, 노동소득 중심이지만 자본소득 불평등 심화
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노동소득 분배가 한국과 일본보다 양호한 편이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높은 법인세율과 탄탄한 복지 시스템을 통해 기업 수익을 일정 부분 가계로 이전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자본소득을 통한 부의 집중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상위 1%가 전체 금융자산의 24%를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부동산과 주식 자산이 자산 격차를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은 노동소득 재분배는 잘 작동하지만 자산 격차 확대를 막지는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 미국, 자본 중심 불평등 국가…상위 10%가 부의 70% 독식
미국은 세계에서 부의 편중이 가장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된다. 미국 연준(Federal Reserve)에 따르면 상위 10% 가구가 전체 부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위 50%는 전체 부의 2% 미만만을 소유하고 있다. 이는 금융소득과 자산 증식 중심의 분배 구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투자자 중심의 경영 전략을 강화하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가치 환원에 집중해왔고, 이는 고소득층과 자산가에 더 많은 부를 안겼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증세와 사회복지 확충을 통한 재분배를 시도하고 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 간 이념 대립으로 근본적 해결은 요원한 상태다.
■ ‘기업 이익 독점 구조’ 해결 없이는 가계소득 회복 불가능
국제노동기구(ILO)는 “세계적으로 기업의 이익 집중화가 가계소득 정체와 소비 침체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가계 경제는 장기침체로 빠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경우 기업 내부유보 축소와 이익환류세제 강화 등 분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지목된다. 일본은 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가계 임금 인상을 유도하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다시 논의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은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를 통해 자산 격차 해소를 시도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소득재분배 정책 전문가들은 “GDP와 가계소득 간 괴리가 심화되는 것은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실패 신호”라며 “기업과 자본이 독점한 부를 가계와 노동으로 되돌리는 재분배 혁신이 없다면, 한국 역시 일본형 장기불황의 길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주체로서 가계의 회복을 위한 정책 대전환이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공동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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