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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상호’를 외치는 미국…19세기 영국 쇠퇴와 오버랩

트럼프의 ‘공정무역·상호관세’는 패권국 몰락의 전조인가

자유무역 수호자에서 보호무역 옹호국으로…19세기 영국과 닮은 미국의 현재

유경남 기자 | 기사입력 2025/07/20 [05:35]

‘공정’과 ‘상호’를 외치는 미국…19세기 영국 쇠퇴와 오버랩

트럼프의 ‘공정무역·상호관세’는 패권국 몰락의 전조인가

자유무역 수호자에서 보호무역 옹호국으로…19세기 영국과 닮은 미국의 현재

유경남 기자 | 입력 : 2025/07/20 [05:35]

영국의 쇠퇴와 미국의 쇠퇴가 오버랩되는 이유는 ‘패권국가가 몰락의 길목에서 공정과 상호라는 단어를 꺼낸다’는 역사적 패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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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이 그랬고, 21세기 미국이 지금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요하게 반복하는 ‘공정’과 ‘상호’는 단순한 정치 구호가 아니다.

 

이는 패권국가가 더 이상 기존의 자유무역 질서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 본능적으로 꺼내는 방어적 언어다.

 

19세기 후반 대영제국이 쇠퇴기에 내세웠던 ‘공정무역’과 ‘상호주의’라는 단어는, 신흥 강국들의 부상과 내부 경쟁력 약화라는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당시 영국은 자유무역으로 세계를 지배했지만, 독일과 미국의 추격으로 점점 시장을 잃어갔다. 자국 산업 보호라는 과제를 직면하면서도 자유무역을 부정할 수 없었던 영국은, 대신 ‘공정’과 ‘상호’라는 명분을 통해 사실상 보호무역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현재 미국의 상황이 이와 유사하다. 자유무역 체제의 최대 수혜자였던 미국이 이제 ‘공정하지 않다’며 룰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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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과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중국과 유럽을 향해 ‘상호 관세’를 주장하며 자국 산업 보호에 몰두하는 트럼프의 전략은, 과거 영국이 쇠퇴기에 보여준 모습과 겹쳐진다. 미국이 강조하는 ‘공정’과 ‘상호’는 불리한 국면에 접어든 패권국가의 불안과 위기를 상징하는 단어인 셈이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패턴은 반복된다. 일본이 1871년 이와쿠라 사절단을 유럽에 파견했던 것도 이 같은 패턴을 인식한 시도였다.

 

일본은 영국을 비롯한 서구 제국이 부국강병을 달성한 원인을 분석하고자 했다. 당시 사절단은 영국의 해운력과 제조업 경쟁력, 무역 중심 국민정신을 주목했고, 이를 산업 성장의 비결로 분석했다. 그러나 독일을 발전모델로 선택했던 이유는,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영국의 모습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19세기 말 영국의 쇠퇴는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산업혁명 이후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영국은 자유무역을 통해 번영했지만, 1870년대부터 독일과 미국이 보호무역으로 자국 산업을 키우며 부상하자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자유무역을 유지할수록 영국 산업은 더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영국 내부에서 보호무역 요구가 확산됐고, 이를 포장하기 위해 ‘공정’과 ‘상호주의’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자유무역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보호무역으로 전환하려는 절충적 언어였던 셈이다.

 

영국은 경쟁력 약화 속에서도 새로운 시장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아시아에 진출했지만, 생산성이 낮은 지역에서 수익을 올리기는 어려웠다. 과도한 해외개입과 식민지 유지 비용이 늘어나면서 제국 자체가 부담스러운 구조로 전락했다. 여기에 빈부격차 심화, 정치 불안까지 겹치면서 쇠퇴는 가속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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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의 보편관세 발표와 중국의 반발    

 

지금 미국이 이 길을 닮아가고 있다. 트럼프는 동맹국과 경쟁국을 가리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며 불공정 무역을 바로잡겠다고 주장한다. 중국과 유럽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고, 동맹국에도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과거 쇠퇴기 영국이 보여준 패턴과 흡사하다.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 수익성 없는 지역에 군사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영국과 오버랩된다.

 

미국은 스스로 자유무역 질서를 만든 국가다. 그러나 이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그 질서를 부정하고 있다. 이는 패권국의 불안과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신호로 해석된다. 자유무역 수호자에서 보호무역 옹호국으로 변모하는 패권국의 선택은 그 자체가 몰락을 향한 행보일 수 있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공정’과 ‘상호’는 바로 그 몰락의 징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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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법부가 트럼프 정권에게 내린 무역정책의 철퇴    

 

19세기 영국이 그랬듯, 오늘날 미국도 자국 중심 질서가 무너지면서 내부 혼란과 외부 불신에 직면하고 있다.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역시 과도한 해외 개입과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으로 신뢰를 잃고, 자국 경제와 군사력마저 소모시키는 악순환에 빠지는 모습이다.

 

영국은 쇠퇴 후 유럽 대륙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했지만 독일의 부상에 과민 반응하며 전쟁으로 치달았다. 지금 미국도 중국의 부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역사는 순환하지 않지만 패턴은 반복된다. 미국이 영국과 같은 쇠퇴 패턴을 밟는다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가 반복하는 ‘공정’과 ‘상호’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단순한 구호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패권국의 몰락 징후로 읽어야 할 이유다. 미국이 과연 영국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새로운 해법을 찾을지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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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시민신문 대표
시민포털 전남 지부장
man90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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