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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재부 개혁은? …이재명 정부도 기재부 '순치지설'에 빠져드는가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7/19 [10:44]

[기자수첩]기재부 개혁은? …이재명 정부도 기재부 '순치지설'에 빠져드는가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7/19 [10:44]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한국은행 팀장급 공무원들과 디지털자산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내부에도 금융혁신 방향과 많은 공부를 한듯하고 대화가 잘 통했다. 

 

팀장급 공무원들 그리고 노조 위원장까지 했던 분들인데 세계가 스테이블코인과 CBDC를 중심으로 화폐전쟁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금융과 자본시장이 더 이상 과거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현실에도 공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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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위에서 그렇게 생각하니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 그리고 필자는 지난 20년간 기재부에서 했던일을 알고 있기에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그들의 고충은 기획재정부의 고위직 관료들 거의 대부분이 자리를 위해 입안의 혀처럼 말을 맞추고, 권력 눈치 보며 몸을 맡긴다. 그러면 그들은 살아남고, 자리를 얻는다.

윗사람 말 잘 듣는 사람만 쓰고, 그런 사람만 곁에 둔다.

충성은 능력이 되고, 눈치는 전략이 된다.

 

그렇게 한국 금융은 멈춰버렸다.  

 

고사성어로는 ‘순치지설(脣齒之舌)’, 입안의 혀처럼 윗사람의 생각과 부처의 기류에 맞춰 말을 바꾸며, 스스로 정책을 설계할 권한도 의지도 잃은 공무원이 되어 있었다. 괜한 정책을 내놨다가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상관의 지시와 조직 논리에 순응하는 것. 그렇게 그들은 생각하는 공무원이 아니라, 따르는 공무원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러한 관료 생태계의 정점에는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 인데 이런 기재부 기조 때문에 금융을 국가전략이나 산업정책이 아닌,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

 

 

그리고 이런 기조는 재정건전성 논리와 관리 우선 사고방식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그리고 시중은행까지 장악했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기재부의 하청기관으로 전락했고, 은행들조차 산업과 혁신의 동반자가 아닌 공문과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행정기관처럼 되어버렸다.

 

더 암울한 것은, 이재명 정부조차 이러한 순치지설 시스템에 점점 흡수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범 초기 외쳤던 금융혁신과 자본시장 개혁 의지는 실종되고, 디지털 화폐와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은 CBDC 무용론, 스테이블코인 무용론이라는 낡은 논리로 덮여가고 있다.

 

금융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약속도 관료들의 눈치 앞에서 공허한 구호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인사다. 어제 몇몇 장관 인사가 끝났다. 

 

지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그리고 금융수장 후보군을 살펴보면, 그 흐름은 명확하다.

 

거의 대부분이 기재부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인사들이다.

 

기획재정부 출신이거나 기재부 관료들과 밀접한 인맥망을 가진 이들이 금융 요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금융수장으로 임명된 인사들은 대부분 기재부 생태계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 회장단을 포함한 주요 금융권 인사들 역시 그 흐름 안에 있다.

 

이들이 금융위원회·금감원·청와대 금융라인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 지금의 순치지설 조직문화와 규제 중심 사고방식은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스스로 정책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라, 기재부 정책을 집행하는 하청기관으로 고착될 것이다.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혁신을 두려워하고 변화를 막는 그들의 세계에서 금융은 여전히 통제와 관리의 대상일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 금융의 미래는 이미 예고돼 있다.

 

기재부의 영향력 속에서 길러진 관리형 인사들이 금융을 통제하고 지배하는 시스템.

 

청와대 금융라인,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시중은행까지 이 고착된 인사 시스템이 깨지지 않는다면, 금융과 자본시장의 후진성은 구조적으로 고착될 것이다.

 

검찰이 그랬고, 기재부가 그랬듯,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까지 그들만의 세계에서 움직이고 있다.

 

바로 어제, 필자는 칼럼을 통해 이렇게 썼다.

 

“금융의 후진성 때문에 현재 금융 시스템으로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도, 기축통화국 도약도 불가능하다. 규제와 관리만으로 자본시장을 선진화할 수 없으며, 금융을 산업정책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그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세계가 화폐전쟁과 금융패권 경쟁으로 재편되는 이 시점에서, 한국 금융당국은 기재부 관료들의 통제 하에서 멈춰 서 있다. 후진성은 이제 시스템이 되어가고 있으며, 금융혁신은 점점 더 요원해지고 있다.

 

금융을 바꿔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이재명 정부도 결국 그들 안으로 흡수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 금융은 또 한 번, 스스로를 후진국으로 봉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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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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