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한국 산업구조 전환의 마지막 골든타임탄소중립 패권 경쟁 속 ‘늦은 출발’ 한국, 산업대전환 기회 잡아야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은 기후위기를 대응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경제를 선점할 ‘패권경쟁의 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소,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세계 산업지도를 새로 그리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산업구조 전환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을 맞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출발이 늦었다는 점이다. 탄소중립 정책을 외쳤지만 실제 산업구조 개편이나 재정 투자는 세계 경쟁국에 비해 뒤처졌다. 전통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은 탄소배출 감축 압박과 함께 수출규제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EU가 시행 중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한국 철강·화학·시멘트 산업의 주요 수출품에 실질적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산업대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탄소집약형 산업을 고부가가치 청정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할 경우, 한국은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중심국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감한 정책투자와 기업들의 선제적 재편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전기차·배터리·수소 등 신산업에 막대한 재정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EU 역시 REPowerEU와 그린딜 산업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녹색산업 클러스터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공급망 통제를 통해 배터리와 태양광 등 핵심 부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투자 경쟁에서 기술력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국가 차원의 ‘녹색산업 정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 청정제조, 미래교통 분야에서 정부가 직접 투자와 금융을 결합한 ‘공공주도-민간확장형’ 산업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과거 반도체·조선산업 육성 모델과 유사하지만, 이번에는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국제 규범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은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를 넘어 외교·무역 전략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한국이 아시아의 탄소중립 허브로 자리매김할 경우, 인근 동남아 국가들의 에너지·제조 전환 수요를 흡수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중국, 인도와의 협력 및 경쟁 구도 속에서 ‘기후경제’라는 새로운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력 생산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 최하위권이며, 수소 인프라 확장 역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도 세계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으로, 기업들의 감축 유인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최근 정부와 산업계는 청정수소 산업육성, 재생에너지 확대, 그린스틸 및 저탄소 시멘트 개발 등 구체적 산업전환 계획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속도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2030년까지 주요 선진국은 산업구조를 상당 부분 청정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글로벌 공급망 경쟁은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국 기후위기는 한국에 재난이 아니라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고탄소 제조업 강국에서 청정 제조·에너지 강국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은 차세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단, 그 시간은 많지 않다. 산업 대전환의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내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내외신문 기자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