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에 한 번” 텍사스 대홍수,…트럼프의 ‘기후 부정’이 부른 인재...기후예측 예산 대폭감소 사망자 늘어2025년 7월 초,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는 단지 자연재해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두고 “기후변화가 만든 참사”라고 단언한다.
2일간 퍼부은 폭우는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천년에 한 번’이라는 표현조차 무력하게 만든 전례 없는 재난이었다. 그리고 이 재난의 배경엔, 기후위기를 외면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텍사스 커빌 지역에선 단 3시간 만에 평소 3개월 치 강수량인 250㎜가 쏟아졌고, 오스틴 서쪽에선 5시간 동안 355.6㎜의 폭우가 내려 도시 기반을 마비시켰다. 이는 과거 통계로는 각각 500년, 1천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수치다. 그러나 기후과학자들은 이제 이같은 수치는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뉴노멀’이 된 이상기후, 그리고 그 배후에는 수년간 이어진 ‘기후정책의 공백’이 자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기후과학을 부정하고 탄소 규제 완화를 밀어붙였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며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고, 석탄 산업 부활을 공언하며 친환경 정책을 “경제를 망치는 좌파의 음모”라며 공격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극"이라고 말할 정도로 극단적인 기후부정론을 내세웠다.
이런 정치적 태도는 단지 상징적 구호에 그치지 않았다. 미국 내 연방 차원의 기후 대응 예산은 삭감됐고, 연방기상청(NWS)과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연구 활동도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그 결과 미국은 예보력도, 기후 회복력도 퇴보했다”며 “이번 텍사스 대홍수는 그런 구조적 취약성이 낳은 인재(人災)”라고 지적한다.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CNN 인터뷰에서 “이런 홍수는 전 세계적으로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 잘 싸우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며 기후정책 전환의 절박함을 강조했다.
UCLA의 대니얼 스웨인 교수도 “기후변화가 폭우에 관여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작용했는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온난화된 지구는 느리게 움직이는 폭풍을 더 자주 만들며, 이는 국지적 대홍수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예일대 기후연결 소속 기상학자 제프 매스터스와 밥 헨슨은 “기후변화는 바다를 데우고, 대기에 수증기를 더 머금게 해 극한 강우를 유발한다”며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이 결국 재난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유세에서는 “바이든의 기후정책은 미국 산업을 파괴하고 있다”며 탄소중립 정책을 비난했지만, 정작 자신이 재임 중 추진한 규제 완화 정책들이 미국의 기후 대응 능력을 얼마나 저해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후변화는 특정 정당의 이슈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생존과 직결된 과학적 현실이다. 유럽에서는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일상화됐고, 동남아와 아프리카는 반복되는 홍수와 가뭄으로 사회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이번 텍사스 참사는 미국 내부에서도 더 이상 기후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영국 <가디언>은 “현재 기상예측 기술로는 광역적인 폭우 발생 가능성 정도는 파악할 수 있지만, 특정 지역의 피해를 정확히 예측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더욱 고도화된 데이터 기반 예보 체계와 인프라 개편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러나 그러한 개편은 정치적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후위기는 과학의 문제이자 정치의 문제다. 기후과학을 거부한 트럼프의 유산은 여전히 미국 전역에서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대홍수가 끝난 자리에 남은 것은 무너진 다리와 범람한 강이 아니라, 무너진 신뢰와 뒤늦은 후회의 목소리일지도 모른다.
이제 인류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현실을 외면하고 또 다른 트럼프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할 실천을 시작할 것인가. ‘천년에 한 번’이 매년 반복된다면, 그건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니다. 그것은 문명 그 자체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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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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