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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상륙함, 왜 한국에서 수리하려 하는가?

– 노후화와 정비 한계에 부딪힌 미국 해군, 한국 조선 기술에 주목하다 

유경남 기자 | 기사입력 2025/06/20 [05:49]

미군 상륙함, 왜 한국에서 수리하려 하는가?

– 노후화와 정비 한계에 부딪힌 미국 해군, 한국 조선 기술에 주목하다 

유경남 기자 | 입력 : 2025/06/20 [05:49]

미국 해군 상륙함의 상태가 심각하다.

 

현재 운용 중인 32척의 상륙함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심각한 노후화 문제를 겪고 있으며, 특히 LSD 함종은 9척 전부가 작전 투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다.

 

상륙함은 해병대의 즉각적인 전개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자산이지만, 부품노후화, 설계 결함, 정비 지연, 예산 부족 등 복합적인 이유로 정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해군은 기민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미국 내 조선소는 과거와 같은 건조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유지보수 작업 역시 장기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병목현상은 미 해병대의 전력 유지에도 직결된다. 해병 항공단 조종사들의 훈련도, 상륙작전 준비태세도 상륙함 부족으로 심각하게 저해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 해군은 상륙함 수명 연장을 위해 해외 조선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가장 유력한 파트너로 ‘대한민국’이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상륙전 역량을 실증한 유일한 동맹국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정비 인프라를 갖춘 국가다. 특히 현대중공업,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은 고성능 군함과 상륙함, 잠수함을 자주적으로 건조·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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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33’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한국은 미국 해군의 군함 건조 파트너로서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국 조선업체들이 글로벌 방위산업에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새로운 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다.(사진=유투브 화면)

 

미국 내 상륙함 정비의 난제

 

GAO(미국 정부 회계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미 해군은 전체 상륙함의 약 45%만이 상시 투입 가능하다고 평가된다.

 

상륙작전 시 해병대를 수송할 주력 수단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특히 LPD, LHD, LSD 등 상륙함 계열은 설계 시점이 구식이라 부품 호환성이 떨어지고, 복잡한 장비 버전 차이로 인해 정비 난이도도 높다. 실제로 일부 장비는 미국 내에서도 수리 인력이 없어 제작사를 해외에서 불러야 할 정도다.

 

이런 정비 격차는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니다. 해병대 전투력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특히 ARG(상륙 준비단)를 구성하는 3척의 상륙함이 빠짐없이 작전을 수행해야만 해병 원정군(MEU)이 해외 즉응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2개 MEU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한국 조선소가 주목받는 이유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 해병대와 유사한 상륙작전 역량을 가진 국가다. 동시에 전 세계에서 군함, 상륙함, 항모, 수직이착륙기 운용함을 동시에 제작하고 유지보수할 수 있는 조선기술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다. 무엇보다 빠른 납기, 정밀한 품질관리, 체계적인 유지보수 능력은 한국 조선산업의 상징이다.

 

미국은 이러한 역량을 활용해 노후 상륙함의 현대화를 한국에서 수행하고, LPD·LSD 함정을 단계적으로 개량하려는 계획을 실무선에서 타진 중이다. 이는 단순히 한·미 간 군수 협력의 차원을 넘어, 전시 즉응성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 해군·의회 간의 대립, 한국이 해법 될 수 있나

 

현재 미 해군과 의회는 상륙함 수 유지와 관련하여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의회는 상륙함을 2040년까지 최소 31척 이상 유지하라고 법제화했지만, 해군은 실질적인 작전 가치가 낮은 노후함의 유지가 오히려 비용 낭비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대체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장 해병대의 전력 공백을 메우려면 수명 연장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이러한 입장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중재적 해법이자, 실행 가능한 정비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한국 조선소들은 미군 전략자산의 정비와 개량을 일부 수행하고 있으며, 동맹국으로서의 안보 신뢰도도 높다. 특히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연계된 안보 산업 파트너십은 군수협력 확대를 위한 정치적 기반이 되기도 한다.

 

‘상륙함 공동개조’가 주는 의미

 

미국 상륙함을 한국에서 정비·개량하는 시나리오는 단순한 조선기술 이전을 넘어, 한미연합 작전의 실전적 통합을 뜻한다. 정비 협력은 기술 공유와 상호운용성 강화를 가능케 하며, 향후에는 공동 설계, 공동 건조, 심지어 공동 상륙작전 교리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미 해병대가 일정 기간 한국 해군과 함께 훈련하고 한국 조선소에서 정비된 자산을 운영하게 되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 전력이 신속히 투입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이 한국에 구축되는 셈이다.

 

결론: 쇠락한 조선소의 ‘부활’이 아닌, 동맹 해군력의 ‘상승작용’

 

미국의 상륙함 문제는 단순한 국방 장비의 노후화를 넘어 전략 기동성의 약화를 의미한다. 해병대를 언제 어디서든 보내야 하는 미국의 전략 전개 구조에서 상륙함은 항공모함만큼이나 핵심 전력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이들 함정을 정비하고 수명 연장을 꾀하는 계획은, 위기에 처한 미국 해군의 ‘임시방편’이 아니라, 동맹 간 해군력의 새로운 융합 형태로 보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정비 위탁’이 아닌, 동아시아 방위 태세의 근간을 재정의하는 전략적 재편이기도 하다. 미국은 썩어가는 상륙함을 통해, 오히려 동맹의 진짜 실력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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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시민신문 대표
시민포털 전남 지부장
man90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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