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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의 도전, 달러 패권을 넘어설 수 있을까” -‘금융 패권’의 본질을 묻다

-브레튼우즈 붕괴 이후 탄생한 ‘페트로 달러’, 그 견고한 패권의 비밀

-3% 위안화, 59% 달러…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현실적 격차

-기축통화는 경제가 아니라 ‘신뢰의 총합’… 중국이 넘지 못한 보이지 않는 벽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6/19 [08:36]

“위안화의 도전, 달러 패권을 넘어설 수 있을까” -‘금융 패권’의 본질을 묻다

-브레튼우즈 붕괴 이후 탄생한 ‘페트로 달러’, 그 견고한 패권의 비밀

-3% 위안화, 59% 달러…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현실적 격차

-기축통화는 경제가 아니라 ‘신뢰의 총합’… 중국이 넘지 못한 보이지 않는 벽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6/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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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과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금융패권과 관세전쟁

 

1944년 출범한 브레튼우즈 체제는 세계 금융 질서의 중심에 미국 달러를 놓았다.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시키고 모든 외환을 달러에 연동하는 체제 속에서 미국은 전후 경제 부흥의 중심축이 되었다. 이 체제는 달러가 곧 금이라는 신뢰 아래 작동했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금태환을 중지한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닉슨 쇼크’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무너졌고, 세계는 변동환율 체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미국은 단순히 금의 담보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보다 강력한 담보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로 석유였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정을 맺어, 전 세계 원유 거래를 달러로만 가능하게 했다. 이로써 ‘페트로 달러’ 체제가 시작됐다. 원유는 세계 경제의 핵심 동력이고, 달러는 그 핵심을 쥐는 열쇠가 되었다.

 

중국은 이 같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국제 결제통화로 성장시키기 위한 전략을 추진 중이며, 특히 원유 결제를 위안화로 하는 ‘페트로 위안’ 구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는 위안화 결제를 시도하고 있으며,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차세대 글로벌 결제 시스템의 선점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제한적이다.

 

IMF와 BIS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고 중 달러는 약 59%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위안화는 3%대에 불과하다. 국제적 수요가 사실상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 결제망 SWIFT에서도 위안화는 약 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위안화가 결제수단으로서 여전히 제한적이며, 신뢰받는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거리가 멀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한 요건은 경제 규모만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신뢰, 투명성, 유동성, 그리고 제도적 독립성이 핵심이다. 이 가운데 중국이 충족하고 있는 조건은 극히 제한적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정치로부터 일정 수준 독립되어 있으며,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시장과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공산당과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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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의 통치를 보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펼치는 듯 보인다.    

 

자본 이동의 자유 역시 기축통화의 핵심 조건이다. 위안화는 완전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으며, 외환관리와 자본 통제 하에 놓여 있다. 이는 국제 투자자들에게 위안화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지 못한다.

 

또한 기축통화국은 세계 각국에 자국 통화를 유통시키기 위해 무역적자를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은 수십 년간 이 구조를 유지하며 달러를 전 세계에 공급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수출 중심의 무역흑자 국가다. 위안화를 외부에 공급하기 위한 적자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오히려 이를 기피하고 있다. 이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기축통화국이 되기 위해선 글로벌 신뢰가 필수다. 미국은 동맹국 네트워크와 해양 지배력, 군사력, 국제기구 장악 등을 통해 달러의 권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 인권 문제, 통신 검열 등의 요소로 인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서방국가들의 외면은 위안화의 수용 가능성에 제약을 건다.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에 위안화 결제를 제안했으나, 사우디는 아직까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동 최대 산유국이 달러에서 위안으로 전환하지 않는 이유는 정치적 고려 때문이다.

 

디지털 위안화도 대안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기술적 완성도는 높지만, 제도와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축통화로 성장할 수 없다. 기술은 도구일 뿐, 본질은 신뢰다.

 

중국의 위안화 패권 도전은 분명한 야심이지만, 그것이 달러를 대체하는 현실로 이어지기 위해선 제도, 시장, 정치 모두에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는 그 출발선에 있는 단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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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주석은 2022년 금융공작회의에서 미국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을 육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궈타이쥔안과 하이퉁 증권의 합병은 중국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추진되었다.    

 

 

결국 위안화가 달러를 넘어서기 위한 조건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다. 이는 경제력만이 아니라, 국제 질서 전반에 걸친 총체적 능력의 문제다.

 

 

위안화는 성장하고 있지만, 달러는 여전히 지배적이다. 세계는 아직 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그 기반은 단단하다. 위안화가 그 중심을 흔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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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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