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마켓컬리 ‘AI 커머스 동맹’… 쿠팡 독주 체제에 균열?배송 인프라 없는 네이버, 마켓컬리 물류망으로 신선식품 새벽배송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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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버와 마켓컬리 |
오픈마켓의 몰락, 쿠팡 독주 심화
2010년대 초반 소셜커머스 붐을 타고 급성장했던 티몬과 위메프는 쿠팡의 로켓배송 전략 앞에 무너졌다. 오픈마켓 모델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과 만성적 적자에 시달리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결국 두 회사는 2024년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시장에서 사실상 퇴장했다.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 속에서 다른 업체들의 생존 공간이 급격히 좁아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대조적인 쿠팡과 네이버의 길
쿠팡은 아마존을 벤치마킹하며 상품 매입, 재고 보유, 전국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직접 운영하는 수직통합 모델을 구축했다.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이 시스템은 막대한 초기 투자와 지속적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강력한 고객 충성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네이버는 철저히 플랫폼 중심의 모델을 구축해왔다. 소상공인과 판매자 수백만 명에게 트래픽을 제공하며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이커머스의 ‘플랫폼 중개자’로서 성장했지만, 물류망 부재는 신선식품과 같은 특정 카테고리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해왔다.
마켓컬리의 부침과 반전
김슬아 대표가 이끄는 마켓컬리는 국내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를 안착시키며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자체 냉장·냉동 설비와 심야 배송 시스템을 기반으로 풀콜드체인 물류망을 완성했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소비 증가를 타고 기업가치는 한때 4조 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22년 이후 금리 인상과 소비 위축으로 성장세가 둔화됐고, 기업가치도 급격히 조정됐다. 대규모 적자를 안던 마켓컬리는 2023년부터 강도 높은 비용절감과 운영 효율화로 손실폭을 줄였고, 2024년 들어서는 연간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네이버-마켓컬리 협력의 출발
네이버는 2023년부터 AI 기반 쇼핑, N배송 리브랜딩, 빠른 배송 옵션 확대 등으로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물류망 부재가 새벽배송 등에서는 한계로 드러났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네이버가 선택한 파트너가 바로 마켓컬리였다.
네이버는 마켓컬리의 물류망을 활용해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를 단숨에 확보했고, 프리미엄 신선식품 카테고리까지 상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동시에 마켓컬리의 방대한 신선식품 구매 데이터를 AI 추천시스템 고도화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물류 투자 없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가성비 높은 전략적 제휴’인 셈이다.
쿠팡 견제와 AI 커머스 경쟁 본격화
이번 협력은 단순한 보완을 넘어 쿠팡을 겨냥한 대응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쿠팡은 자사 물류센터와 배송 인력을 통해 신선식품 배송에서도 강점을 가져왔으나, 네이버-마켓컬리 연합은 이에 직접적인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네이버는 물류 전반을 내재화하기보다는 전문 파트너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쿠팡의 수직통합 전략에 맞서는 길을 선택했다. 이와 동시에 AI 추천, 검색, 맞춤형 프로모션 기술을 고도화하며 이커머스 2.0, 즉 ‘AI 커머스’ 시대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 ▲ 사진=마켓컬리 홈페이지 |
마켓컬리의 반사이익과 IPO 재도전
마켓컬리 역시 이번 협력을 통해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해 광고비와 회원 확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네이버의 AI·클라우드·핀테크 인프라를 활용해 운영 효율성도 향상시킬 수 있다. 네이버의 전략적 투자로 인해 재무구조도 한층 안정화되며, 상장을 재도전하는 과정에서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이커머스 지형 흔드는 ‘빅매치’
네이버와 마켓컬리의 동맹은 단순한 이커머스 플랫폼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양사는 각자의 강점인 트래픽-물류 결합을 통해 쿠팡의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겠다는 계산이고, 동시에 AI 커머스라는 차세대 패러다임 선점 경쟁에 나섰다. 결국 이 연합이 쿠팡을 얼마나 위협할 수 있을지, 그리고 AI 커머스 생태계의 주도권을 누가 쥘지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