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의 꿈에서 방사능의 저주까지.... 인간은 왜 불멸을 갈망하는가”머리 이식과 라듐 화장품, 그리고 뉴턴의 사과까지… 과학사 속 기상천외한 욕망의 기록
20세기 초, 노화를 막기 위한 가장 이색적인 시도 중 하나는 정관수술이었다. 오스트리아의 생리학자 오이겐 스타이나흐는 정관을 절단하면 남성 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져 다시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분석학의 거장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노벨문학상 수상자 윌리엄 예이츠도 이 수술을 받았다는 기록은 그 당대의 광풍을 말해준다. 그러나 결과는? 플라시보 이상의 의학적 회춘 효과는 없었다. 수술은 활력을 줬다는 착각만 남긴 채, 결국 실패작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하지만 인간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더 젊게,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곧 장기 이식, 머리 이식, 유전자 편집으로 옮겨갔다. 블라디미르 데미코프는 개의 머리를 이식해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생명체를 만들어냈고, 중국의 실험실에서는 돼지의 몸속에서 인간의 신장을 길러내는 기술이 현실화되었다. 생명과학은 어느새 윤리의 경계를 시험하는 무대로 바뀌었다.
또 다른 회춘의 열쇠로 떠오른 것은 바로 텔로미어다. 염색체 끝단에 위치한 이 보호캡은 세포가 분열할수록 짧아진다. 텔로미어가 닳아 사라질수록, 인간도 늙는다. 2009년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이 텔로미어를 유지하는 효소 ‘텔로머레이즈’를 밝혀냈다. 랍스터가 노화하지 않는 이유도 이 효소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는 ‘영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던졌다. 물론, 인간이 이 기능을 얻게 될 날은 아직 멀었다.
하지만 회춘의 욕망이 낳은 과학 실험들은 때로 치명적인 대가를 요구했다. 20세기 초반, ‘방사능’은 건강과 미용의 상징이었다. 마리 퀴리의 라듐 연구는 암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시계 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은 라듐이 섞인 페인트를 입으로 다듬다 턱뼈가 녹아내렸고, 라듐 생수를 매일 마신 미국의 억만장자 에벤 바이어스는 방사능에 골격이 부서진 채 죽어야 했다. 그의 시신은 납으로 밀봉되어야 했다.
수명 연장의 열망은 다시 ‘DNA 분석 기술’로 이어진다. 영생은 아니지만, 수많은 미제 사건 해결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과학이 부여한 셈이다.
골든 스테이트 킬러의 검거는 조상 찾기 사이트에 등록된 DNA 덕분이었고, 그 범죄자는 40년 가까이 법망을 피해갔던 전직 경찰이었다. DNA 기술은 죽은 자의 억울함을 푸는 도구가 되었지만, 프라이버시와 생명 윤리 논쟁도 남겼다.
결국, 뉴턴이 발견한 만유인력의 법칙조차 인간의 수명 연장을 돕는 기술로 연결되었다. 인공위성 기술, 정밀 의학, 그리고 유전자 편집의 물리적 기반은 모두 그가 사과나무 아래에서 떠올린 질문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오늘날, 그의 사과나무는 한국 카이스트 과학도서관 앞에서 또 다른 젊은 과학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과학은 언제나 인간의 욕망을 따라 진화해왔다. 정관수술에서 DNA 분석까지, 회춘에서 방사능 화장품까지, 그 긴 여정은 인간이 ‘살고 싶다’는 욕망을 어떻게 실현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술은 늘 윤리와 함께 가야 한다. 과학은 인간을 젊게 만들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답게 살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가 가진 책임감과 성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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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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