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로마 제국의 몰락에서 배우는 한국 사회의 교훈... 성벽을 쌓는 순간 몰락이 시작된다 “문명의 붕괴에는 언제나 복선이 있다”“다양성을 잃은 제국, 성벽을 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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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원전 27년 옥타비아누스에 의해 시작된 제국은 기원후 117년, 최전성기를 구가하며 유럽과 북아프리카, 아시아 일부까지 영향력을 확장했다. |
이 방대한 제국은 결국 내부로부터 무너졌고, 그 쇠퇴는 결코 하루아침에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역사학자 김상수는 JTBC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를 통해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해부하며, 그 안에 담긴 교훈을 현대 한국 사회와 연결지었다.
성벽은 제국의 쇠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로마 제국의 몰락은 외부의 침공보다 내부의 붕괴가 핵심이었다.
김상수는 리비우스의 기록을 인용하며 “다양성과 허용성을 포기하고 성벽을 쌓는 순간, 제국은 이미 몰락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지 물리적 장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폐쇄성, 사회적 배타성, 문화적 고립을 상징한다. 왕정 말기, 외부 침입을 막는다는 명분 아래 쌓기 시작된 성벽은 결국 로마의 개방성과 통합 정신을 소멸시켰고, 공화국과 제국으로의 전환 속에서도 이 흐름은 반복됐다.
‘너무 잘돼서 망했다’는 번영의 역설
로마의 번영은 오히려 쇠퇴를 부른 역설적 원인이 되었다. 사치와 향락이 만연했고, 식탐과 잦은 목욕, 폭군의 등장까지 이어졌다. 프랑스 계몽사상가 몽테스키외는 로마의 멸망 원인을 “번영의 극치에서 방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제국은 번영을 관리하지 못했고, 탐욕은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이 구조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기적 성장을 추구하는 사회 구조, 불평등 속의 사치와 소비주의, 제도적 대응력의 약화 등은 현대판 로마의 길을 닮아가고 있다.
시민권의 남발과 포퓰리즘, 공공성의 해체
212년, 로마 황제 카라칼라는 제국 내 이방인 약 3천만 명에게 무차별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했다. 이는 세금 확보를 위한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로마 시민의 정체성과 권위는 붕괴됐다.
시민권의 가치는 하락했고, 권력자는 표를 얻기 위해 선심 정책을 남발했다. 김상수는 이 과정을 오늘날의 ‘포퓰리즘’과 연결 지었다. 정치권력이 책임 대신 인기에 집착할 때, 국가는 스스로 질서를 해체하게 된다. 로마가 그러했듯, 한국 역시 선심성 정책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미래를 잃을 수 있다.
![]() ▲ 로마 제국의 붕괴를 묘사한 삽화: 로마 제국의 멸망과 그로 인한 혼란을 표현한 삽화로, 당시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붕괴된 로마의 기반 시설 사진: 로마의 상하수도 시스템과 도로망이 붕괴된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기반 시설의 와해를 보여줍니다. |
외부 침략보다 무서운 내부의 오만
게르만족의 침입으로 로마가 망했다는 통설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김상수는 “게르만족의 분노는 로마가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마는 게르만족에게 무기를 반납하라고 강요했고, 인질을 잡아 고문하고 조롱했다. 제국은 이민자에 대한 포용 대신 지배를 택했고, 이는 분노를 불러일으켜 외부 침공으로 되돌아왔다. ‘다문화’, ‘이주’, ‘난민’ 등의 이슈를 두고 배타와 포용 사이에서 갈등하는 현대 국가들은 로마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 ▲ 서로마 제국의 붕괴와 게르만족의 등장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아래의 이미지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게르만족의 대이동 경로 지도: 게르만족의 이동 경로와 서로마 제국의 붕괴 과정을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
지도자를 잃은 제국,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
로마 제국 말기, ‘스틸리코’라는 뛰어난 장군이 등장했지만, 그는 반달족 출신이라는 이유로 음해당하고 끝내 처형됐다. 410년, 그가 죽은 2년 뒤 로마는 함락되었다. 김상수는 이 대목을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 비교하며, “탁월한 지도자가 있더라도 그것을 품지 못하는 공동체는 몰락한다”고 말했다. 실력보다 출신을 따지고, 진정성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문화는 국가를 재건이 불가능한 파국으로 이끌 수 있다.
오늘의 한국에 닥친 경고....우리는 지금 성벽을 쌓고 있는가
김상수는 강의 말미에서 “한국 사회 역시 성벽을 쌓는 길을 걷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의 극단적 이념 대립, 소통 단절, 젠더와 세대 간 갈등,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편견은 모두 로마가 걸었던 길과 닮았다. 특히, 경제적 양극화와 기득권층의 자기 보호는 제국 말기 로마 귀족층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다시금 ‘로마의 길’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의 성찰이 필요하다. 개방성과 다양성, 통합의 리더십, 책임정치의 복원, 미래 세대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절실하다.
![]() ▲ 서기 476년 서로마 제국의 붕괴와 함께 유럽 전역에서 로마의 목욕 문화는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목욕이 더 이상 일상적인 행위로 여겨지지 않았고, 공중목욕탕은 사라졌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 |
“성벽을 허물고 광장을 열어야 제국은 산다.”
로마는 그 기나긴 역사 끝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대한민국이 그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성벽’은 다시 한 번 제국을 집어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