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로 모텔을 싸게 낙찰받으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말은 투자자들에게 유혹적이다. 시세의 절반 수준에서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고, 단기간 내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현실에서는 쉽사리 배반당한다.
특히 ‘숙박업’이라는 특수 업종에서, 단지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경매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 될 수 있다. 이 기사는 실제 경매 모텔 투자 사례를 중심으로, 왜 경매로 모텔을 사지 말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치명적인 문제들을 조망하고자 한다.
"반값 경매"의 착시… 실제 부담은 배 이상
경매 시장에 등장한 모텔 한 채. 감정가는 20억 원이었지만 최종 낙찰가는 10억 원에 불과했다. 표면적으로는 절반의 가격에 부동산을 손에 넣은 셈이다.
그러나 낙찰 직후 시작된 현실은 낙찰자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내부 시설은 철저히 파손된 상태였다. 누군가는 라카를 뿌려놨고, 에어컨은 부숴져 있었다. 수도관은 절단되어 물이 누수되고 있었으며, 이러한 문제는 명도 소송 중이라 초기엔 확인조차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아래층 객실까지 물이 새면서 2차 피해가 발생했고, 수리비만 수천만 원에 달했다.
경매를 통한 모텔 취득은 대출에서도 불리하다. 매매로 모텔을 살 경우 시설 자금 대출이 가능하지만, 경매로 낙찰받을 경우 이 자금이 막혀 있다. 10억 원에 낙찰받았다 해도 시설 수리비, 인테리어, 가구 교체, 신규 장비 도입 등으로 자본금 5~6억 원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자금 계획 없이 접근하면, “싸게 샀다”는 기쁨은 이내 “팔지도 못하는 부채”로 변질된다.
허위 유치권과 명도 지연, 모텔 경매의 최대 함정
숙박업 특성상 모텔은 거의 항상 운영 중인 상태에서 경매에 넘어간다. 경매 소식이 알려지면 기존 운영자는 더 이상 임대료를 내지 않고, 보증금을 회수하기 위해 건물을 점유하는 방식으로 저항한다. 심지어 ‘허위 유치권’을 내세워 불법 점유를 정당화하려는 사례도 빈번하다. 건물주는 영업을 지속하며 마지막까지 수익을 챙기고자 하고, 이로 인해 명도 소송은 길게는 1년까지도 끌어질 수 있다. 명도가 지연되면, 그만큼 영업 개시는 늦어진다. 경락 잔금 납부 후 발생하는 이자 부담이 실질적인 손해로 이어진다. 사례에 따라선 명도를 대가로 8억 원의 이사비를 요구한 경우도 존재한다. 명도에 대한 실전 경험과 노하우가 없으면, 경매로 얻은 모텔은 “수익 자산”이 아니라 “소송 자산”으로 전락한다. 자금 조달과 영업 허가, 쉽게 넘을 수 없는 이중 장벽
모텔 경매에서 간과되는 또 하나의 핵심 문제는 ‘영업 허가’ 문제다. 건물의 소유권을 낙찰받는다고 해서 영업 허가까지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허가증은 이전 소유주에게 귀속되며, 신규 소유주는 이를 양도받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기존 점유자들은 허가증을 협상의 무기로 삼는다. 말소 후 신규 발급은 법적 요건이 까다롭고, 절차도 길며, 시설 기준 강화로 인해 비용 또한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결국 허가증을 얻기 위해 기존 점유자와 협상을 벌여야 하고, 이는 수백에서 수천만 원 단위의 금전 요구로 이어진다. 어떤 경우는 협상 실패로 신규 허가 신청을 했으나, 건축물 구조나 거리 제한 등의 법적 문제로 영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사례도 존재한다. 모텔 경매 투자에서 이 허가증 문제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절대적 요소다.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 경매 투자자의 고통
숙박업이라는 업종의 특수성과 경매라는 절차의 복잡성은 단순히 자금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돈만 있으면 해결된다”는 접근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예컨대 무경험 투자자가 고가의 전문가를 섭외해 리모델링을 맡겼지만, 영업 허가를 받지 못해 수개월간 문도 못 열고 이자만 부담하는 상황에 놓인 사례도 있다.
경매 모텔의 경우, 한 달 이자만 해도 수백만 원이 나가기 때문에 3개월 이상 공실이 지속되면 현금흐름은 급격히 악화된다. 여기에 불법 점유자의 저항, 설비 보수의 예측 불가, 소방법과 위생법의 강화까지 더해지면, 투자자는 매달 손해를 기록하며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은 단지 자금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다.
수익률보다 중요한 것, 경험과 노하우의 절대적 가치
결론적으로 모텔 경매 투자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경험’이다. 셀프 인테리어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허가증 확보 과정을 직접 겪으며 방법을 터득하고, 명도를 위한 대면 전략을 갖춘 투자자만이 수익을 얻는다. 이 과정을 돈으로 아웃소싱하려 하면, 문제 해결이 늦어지고 손해는 커진다.
경험이 부족한 이들이 숙박업 경매에 무턱대고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예기치 않은 장애물이 너무 많고, 그 하나하나가 수천만 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금이 넉넉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이 오히려 셀프 공사와 현장 경험을 통해 치열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낸 사례가 많다. 이는 경매 투자의 본질이 ‘최저가 낙찰’이 아닌, ‘최고의 운영력’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숙박업 경매는 결코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가격의 매력에 현혹되어 섣불리 진입한 투자자에게는 예기치 않은 함정이 기다린다. 특히 대출 불가, 명도 지연, 허가증 협상과 같은 복잡한 구조 속에서 수익률은커녕 손실만 커질 수 있다.
모텔 경매를 고려하는 이들은 단순한 가격이나 낙찰률보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진짜 투자는 싸게 사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버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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