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이 죽었던 그곳에서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반복되는 비극, 언제까지 노동자의 희생으로 버틸 것인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노동자의 죽음이 발생했다. 6년 전, 청년노동자 김용균 씨가 홀로 작업하던 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던 바로 그곳에서, 또 다른 하청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비극이 되풀이된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대한민국 산업 현장이 여전히 얼마나 위험천만한지, 법과 제도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홍성규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3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또 사람이 죽었다. 또 홀로였다. 그리고 또 하청노동자였다”며 격앙된 분노를 표했다.
그는 “2025년 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일하러 갔다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여전히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개탄했다.
김용균 씨의 사망 이후 전국적인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그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에도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고 원인도, 책임 구조도, 사측의 대응도 달라진 것이 없다. “기계공작실 내 선반 주변을 임의로 정리 중이었다”는 이번 사고에 대한 서부발전의 보고서는 6년 전 “왜 그곳에 갔는지 모르겠다”는 김용균 사망 당시의 보고서와 판박이였다.
홍 대변인은 “이번에도 사측은 변함없이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저 잔인한 자들은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거나,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특히 그는 “김용균 사건의 책임자들에게조차 엄중한 법적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던 결과가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졌다”며, 솜방망이 처벌을 반복해온 사법부와 정부의 책임을 동시에 물었다.
진보당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재점검하고, 다시금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이 노동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현재처럼 기업과 원청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홍 대변인은 “누더기처럼 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본래의 취지대로 다시 강화해야 하며, 법원 또한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단호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가 6년 전 김용균 청년노동자의 영정 앞에서 약속했고, 올해 초 남태령과 한남동, 광화문광장에서 다시 다짐했던 그 결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다시는, 절대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 현장의 고질적인 ‘하청구조’와 책임 회피 시스템, 미비한 법 적용, 무책임한 기업 문화, 그리고 노동자의 생명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낳은 참사다. 김용균이 죽었을 때 바뀌었다고 믿고 싶었던 이 나라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듯하다.
산업 현장에 나선 노동자가 다시는 혼자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이제는 정말 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다시 죽은 이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들이 그 책임을 온전히 지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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