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임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였다. 그러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를 외면했고, 한덕수·최상목 두 명의 대통령 권한대행 또한 그 책임을 회피했다.
결국 대통령 탄핵 이후, 무려 3순위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자격으로 나서고서야 공수처 검사 7명이 새로 임명됐다. 이처럼 기본적인 절차조차 작동하지 않았던 지난 8개월간, 국가는 사실상 공수처를 방치한 채 권력비리 수사를 가로막고 있었던 셈이다.
공수처는 검찰·경찰과는 독립된 고위공직자 수사 기관으로, 권력형 비리를 감시하고 사법정의를 바로세우는 데 있어 국가 시스템의 마지막 보루 중 하나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피의자인 채 상병 사건의 외압 의혹, 12·3 계엄령 모의 사건과 같은 고도의 정치 사건을 다루기 위해선 반드시 수사 인력이 보강돼야 했다.
하지만 정원 25명 중 40%가 공석인 상황에서 공수처는 수사기관이라기보다는 '무력화된 껍데기 조직'으로 전락해 있었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에게 검사 3명, 올해 1월 최상목 권한대행에게 검사 4명의 임명을 요청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공수처 인사위원이었던 이창민 변호사는 결국 한덕수를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고, 이번 임명 지연 사태는 그 고소의 정당성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덕수 전 총리와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 권한대행은 왜 공수처 검사 임명을 방기했는가? 단순한 행정적 지연인가, 아니면 정치적 수사에 대한 두려움과 회피였는가?
어느 쪽이든 국가 시스템을 의도적으로 마비시킨 책임은 면할 수 없다. 이것이야말로 ‘관피아’의 실체다. 공직을 퇴임한 후에도 권력과 이해관계를 유지하며, 자신과 주변의 안위만을 좇는 구조 속에서 사법정의는 희생되고 있었다.
더 나아가야 할 질문이 있다. 이런 공수처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그 중심에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있다.
김 후보는 최근 TV토론과 공식 발언을 통해 공수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정작 공수처가 무엇을 못했고 무엇을 해냈는지에 대한 진지한 분석 없이, 오로지 ‘좌파 기관’이라는 이념적 낙인을 찍으며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정치적 기만이다. 권력자들이 수사를 받기 싫어서 방해하고, 검사 임명을 지연시키고, 나아가 존재 자체를 없애려 한다면, 국민은 도대체 어디에서 정의를 구할 수 있는가? 김문수 후보의 주장은 결국 윤석열, 한덕수, 최상목과 같은 인물들이 저지른 ‘공수처 무력화’를 아예 제도적으로 완결하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그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공수처는 이번 인사를 통해 정원 25명 중 21명을 채우게 되었다.
풍부한 경력을 가진 검사들이 다시 자리를 채우고, 정치적 무관용의 영역을 지켜내기 위한 본격적인 수사 체제가 복원되고 있다. 아직 결원 4명도 상반기 중 충원될 계획이라고 하니, 이제야 비로소 공수처는 출발선에 다시 섰다고 할 수 있다.
공수처의 수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출발을 늦추고 방해하며 심지어 없애려 한 자들이 누구인지 국민은 잊어서는 안 된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권력자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으며, 오히려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공수처는 그 원칙을 다시 증명할 마지막 기회를 맞고 있다.
윤석열, 한덕수, 최상목이 외면하고, 김문수가 부정한 공수처. 이제 그 공수처가 그들을 수사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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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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