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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경제대국” – 일본의 추락, 한국이 귀 기울여야 할 경고음

실질임금·GDP 역전당한 일본, ‘사토리 세대’와 소비감소의 늪에 빠지다

플로피디스크와 천엔 라멘 – 디지털 후진국으로 전락한 일본의 현실

관광·이민으로 연명하는 ‘잃어버린 30년’…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유경남 기자 | 기사입력 2025/05/08 [11:38]

“침묵하는 경제대국” – 일본의 추락, 한국이 귀 기울여야 할 경고음

실질임금·GDP 역전당한 일본, ‘사토리 세대’와 소비감소의 늪에 빠지다

플로피디스크와 천엔 라멘 – 디지털 후진국으로 전락한 일본의 현실

관광·이민으로 연명하는 ‘잃어버린 30년’…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유경남 기자 | 입력 : 2025/05/0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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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 경기는 도쿄 료고쿠에 위치한 료고쿠 국기관에서 자주 개최되며, 이곳은 일본에서 유일한 스모 전용 경기장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스모 선수들은 체중을 늘리기 위해 창코나베(Chankonabe)라는 전통 요리를 즐겨 먹습니다.  

 

한때 아시아의 경제 기적이라 불렸던 일본은 이제 저성장, 고령화, 기술 쇠퇴의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 실질임금은 수년 전 한국에 추월당했고, 1인당 GDP마저도 한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오늘이 한국의 내일일 수 있다”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일본 경제 전문가 ‘신작가’는 자민당의 세습 정치와 아베노믹스의 실패,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IT산업의 추락 등 일본 사회의 구조적 병리들을 조목조목 짚으며, 한국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타산지석의 교훈을 제시한다.

 

일본은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혁신을 잃었다.

 

자민당의 70년 일당 독재는 전범 세력을 기반으로 한 세습 정치로 이어졌고, 이는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보수적 정치 문화를 고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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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명목임금과 실질임금    

 

정치의 정체는 곧 경제의 침체로 연결됐다. 이미 수년 전부터 실질임금은 한국에 역전당했고, 최근에는 1인당 국민소득도 추월당했다. 일본 경제가 더 이상 회복의 가능성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러한 정치·사회적 구조의 고착화에 있다.

 

고령화는 일본 경제의 숨통을 조이는 대표적 요인이다.

 

생산가능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지방 소멸과 도심 과밀화라는 이중구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베트남 등 동남아 출신의 외국인 기능 실습생 제도는 착취 구조로 비판받으며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새로운 이민정책은 고급 인력 유입을 장려하지만, 사회적 포용성과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지속 가능성은 의문이다.

 

서민 경제는 더욱 무너지고 있다. 도쿄, 오사카의 라면 가게들이 무너지는 ‘천엔의 벽’은 물가 상승과 소득 정체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일본인들은 외식을 줄이고, 소비를 미루며, 저축을 늘린다. 이는 ‘사토리 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의 절망적 소비 축소로 이어진다. 좋은 직장에 대한 집착도, 큰돈을 벌겠다는 야망도 없는 이 세대는, 일본 경제를 ‘조용히 사망’시키는 주체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관광 산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주장한 ‘관광대국’ 전략은 일정 부분 성공했다.

 

그러나 관광 수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고, 오버투어리즘과 외국인 혐오라는 새로운 갈등을 낳고 있다. 이는 관광이 경제 회생의 동력이라기보다는, 붕괴된 내수경제의 보완재에 불과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IT산업의 퇴보는 일본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다. 한때 세계 전자산업을 호령하던 일본은 이제 파나소닉, 산요, 도시바 등 주요 브랜드가 퇴장하거나 외국 자본에 인수됐다.

 

정부기관이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다가 최근에야 폐기한 사례는 디지털 후진국 일본의 민낯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김대중 정부 이후의 IT 인프라 구축, 인터넷 속도, 전자정부 시스템 등에서 눈부신 성과를 보여주며, 일본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일본이 마지막 희망으로 삼은 반도체 산업 재건은 실상과 동떨어져 있다. 대만 TSMC를 구마모토에 유치했지만, 이는 20년 전 기술 수준의 구식 공장이다.

 

‘라피더스’라는 기업이 첨단 반도체 분야에 진입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인력 부족과 비현실적 보수 체계, 정부 보조금 의존 등으로 지속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본 기술자의 월급은 대만 기술자의 절반 수준이며, 우수 인재의 유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남은 자동차 산업도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기차 시장에서 일본은 중국과 한국에 뒤처지고 있으며, 내연기관차 중심의 산업 구조는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여전히 가솔린차 위주로 재편되어 있고,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도 한국차와 중국차에 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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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 가치 하락은 미국과 일본의 통화 정책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    

 

 

일본과 한국의 경제 격차는 여권 보유율과 해외경험이라는 생활지표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여권 보유율은 17%에 불과하며, 대다수의 젊은 층은 해외여행은커녕 여권조차 없다.

 

이는 단순한 해외여행 수치가 아니라, 외부 세계에 대한 인식, 열린 마인드, 글로벌 경쟁력의 부재로 이어진다. 일본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웃바운드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무기력과 구조적 빈곤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경제적 어려움은 사회 문화적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본의 ‘장인 정신’은 이제 비효율과 고집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10년 스시 수행’은 스시 아카데미 3개월 수강생에게 밀리기 시작했고,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던 노동 윤리는 ‘열정 페이’와 맞닿아 청년층의 이탈을 초래했다. 평균 신장은 저체중 출생 증가와 함께 낮아지고 있으며, 사회적 양극화는 신체적 성장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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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相撲)는 일본의 전통 스포츠로, 두 명의 선수가 도효(土俵) 위에서 마와시(廻し)를 착용하고 힘과 기술을 겨루는 경기입니다. 나무위키스모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마와시라는 샅바를 착용하며, 도효라는 원형 경기장에서 경기를 펼칩니다. 위키백과스모는 일본의 국기(國技)로    

 

한편 일본은 여전히 한국을 1980~90년대 수준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다. 자민족 우월주의와 역사 왜곡은 일본 중장년층의 시야를 가리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그나마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식하지만 세대 간 인식 격차는 크다. 혐한 감정은 여전히 존재하며, 외국인 차별과 편견은 외국인 노동자와 관광객 모두에게 부정적 경험으로 남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은 단순한 ‘일본 경제의 침체’ 그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제도적, 사회적, 심리적 고착화가 만들어낸 국가 시스템 전체의 피로 현상이다.

 

한국은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기술을 맹신하고 정치 개혁을 외면하며, 청년층의 꿈과 혁신의 동력을 잃는다면 한국도 ‘잃어버린 30년’을 마주할 수 있다. 일본 경제는 지금 거대한 침묵 속에 있다. 그러나 그 침묵은, 한국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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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시민신문 대표
시민포털 전남 지부장
man90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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