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조기대선을 26일 앞둔 시점, 제1야당 국민의힘이 '대통령후보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내부 전쟁은 실로 처참하다. 대선은 실종되고, 정당의 기본인 절차와 신뢰, 그리고 품격은 모두 무너졌다.
김문수 대선 예비후보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지도부 간의 충돌은 이제 ‘토론’이 아닌 ‘인신공격’으로, ‘합의’가 아닌 ‘법정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상황은 가히 정치의 막장 드라마라 할 만하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김 후보를 향해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려는 한심한 모습”이라며 날을 세웠고, 김문수 후보는 이를 “저를 끌어내리려는 강제 단일화 작업”이라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선언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가 “한 후보와 단일화를 하겠다”고 말한 전력을 끄집어내 반격했고, 김 후보는 “한덕수 후보의 무소속 등록은 사전 각본”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 ‘지지율’, ‘경쟁력’, ‘후보등록 전 단일화 압박’까지 섞이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폭주 중이다.
문제의 핵심은 단일화 그 자체가 아니다. 단일화의 방식, 절차, 그리고 당내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시된 점이 문제다. 김문수 후보가 대선 예비후보로서의 정당한 자격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는 후보 간 합의나 최소한의 내부 토론조차 거치지 않은 채 여론조사와 TV토론 일정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그것도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원의 명령’이라는 명분으로 말이다.
이러한 방식은 정치가 아니라 정치 폭력에 가깝다. 당헌을 근거로 당무우선권을 발동하겠다는 김 후보의 발언은, 민주주의 정당 내부에서 보기 드문 초강수다.
이에 지도부는 김 후보의 회견을 무시한 채 ‘토론이 불발돼도 여론조사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당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조직하고 증폭시키는 행위다.
이 사태는 단순한 ‘주자 간의 신경전’이나 ‘전략적 갈등’ 수준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으로 인해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보수 정당의 재정립이 걸린 역사적 시험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지금 후보 자리를 둘러싼 권력 다툼으로 당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급기야 한 유력 의원은 “당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러나 묻고 싶다. 지금 이 사태를 바라보는 국민은 과연 어떤 ‘명령’을 내리고 있을까? 누가 봐도 사적 감정과 정략이 앞선 이 단일화 논란 속에서 정당성, 절차, 국민적 설득력은 온데간데 없다. 오히려 “왜 또 싸우느냐”, “누굴 위한 정당이냐”는 냉소만 커지고 있다.
대선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는 조급함은 이해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본을 지켜야 한다.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면, 그 방식부터 당당해야 한다. 후보의 동의 없는 단일화 여론조사, 후보를 향한 인신공격, 무소속 후보를 위한 선대위 구성은 어떤 명분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정치가 국민을 위한 봉사라면, 정당은 그 봉사를 조직하고 이끌기 위한 틀이어야 한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틀을 스스로 깨고, 바닥 없는 추락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막장’이란 말이 이토록 정치 기사에 어울릴 줄은 몰랐지만, 지금 국민의힘의 행태는 ‘막장 정당’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의힘이 이 사태를 봉합하지 못한다면, 단일화는커녕 본선에서의 참패, 아니 정당으로서의 생존 위기까지 겪을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일화가 아니라,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적 양심과 절차의 회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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