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은 일본에 투자했지만, 미래는 한국에 있다”일본 경제의 구조적 침체와 한국이 주는 반면교훈
“나는 일본 경제 전체에 투자한 것이 아니라, 일본 상사들의 글로벌 분산 모델에 투자했을 뿐이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 회장은 일본 5대 종합상사(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이토추상사,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에 대한 투자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2020년 이후 그의 일본 주식 매입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행보가 일본 경제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일본은 실질임금 정체, 고령화, 디지털 전환 실패, 산업경쟁력 상실 등 여러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은 이러한 일본의 그림자를 거울삼아 오히려 기술 혁신과 제도 유연성을 바탕으로 미래 전략을 수립 중이다. 버핏의 투자가 상징하는 바는 오히려 ‘일본의 현재’를 반증하고, ‘한국의 가능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일본 경제의 구조적 쇠퇴…버핏의 선택은 ‘예외적 투자’
일본의 실질임금은 이미 수년 전 한국에 추월당했으며, 1인당 GDP도 2년 연속 한국보다 낮다. 노동 생산성 저하와 세습 중심의 정치 구조,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 IT 산업의 낙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도 버핏이 일본에 투자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일본 국내 경제보다는 글로벌 원자재, 자원, 에너지, 금융 유통망을 수직 계열화한 종합상사들의 안정성과 배당 수익 구조에 주목했다. 즉, 일본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 노출된 매출 구조에 베팅한 셈이다.
“지금 일본은 소비자 없는 내수 시장에 가까워지고 있다. 천엔짜리 라면조차 사치가 된 나라에서, 성장 동력은 외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다카하시 류는 일본 경제의 소비 구조를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 자산 줄이고 일본 선택…그러나 미래는 한국에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미국 내 일부 자산을 매각했다. 기술주의 변동성과 금리 인상기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조치였다. 미국 내 은행주에서 철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종합상사는 그 대안으로 선택된 ‘보수적 수익원’이었다.
그러나 미래 성장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이 가진 경쟁력은 더욱 강력하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2차전지,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서의 한국 기업들 영향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기술력뿐 아니라 정책 일관성과 유연성,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대중 수용성 역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의 R&D 역량은 코로나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으며,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은 공공, 금융, 의료, 교육 등 전 분야에서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는 버핏이 선호한 전통 산업과는 결이 다르지만, 차세대 투자자들이 선호할 미래형 시장이라는 점에서 강한 대조를 이룬다.
산업경쟁력 격차 뚜렷…‘소멸하는 일본’, ‘확장하는 한국’
일본은 과거 TV·전자·반도체 산업을 주도했으나, 지금은 중국과 한국에 주도권을 넘겼다. TV 시장의 50%가 중국 제품이며, 파나소닉·소니·샤프 등의 브랜드는 시장에서 급속히 퇴조하고 있다. 반도체 부흥을 위해 유치한 TSMC 구마모토 공장도 최신 공정이 아닌 구형 공정에 불과하다.
자동차 산업도 전기차 전환에 뒤처졌다. 태국·베트남 전시장에서는 여전히 일본 차량 대부분이 내연기관차인 반면, 현대차·기아차는 아이오닉5, EV6 등을 통해 동남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K-배터리, K-조선, K-AI 등 글로벌 시장의 공급망 허브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는 버핏이 투자한 일본의 ‘과거형 포트폴리오’와는 달리, 한국이 미래형 자산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소비력·청년세대 격차…‘사토리 세대’와 ‘MZ세대’
일본의 청년층은 ‘사토리 세대’로 불리며 소유에 대한 욕망이 거의 없다. 자동차 구매, 해외여행, 결혼과 출산은 물론 고소득을 향한 욕망도 낮다. 일본인의 여권 보유율은 17%에 불과하며, 라면 가격 천엔을 넘기 어려운 ‘천엔의 벽’ 현상은 내수 소비 위축의 단면이다.
반면 한국의 MZ세대는 적극적인 소비, 디지털 투자, 자기계발, 글로벌 진출 등 다양한 형태로 경제적 활력을 발산하고 있다. 쿠팡, 배달의민족, 토스, 컬리, 무신사, 그리고 위버스와 같은 플랫폼들은 한국 내수시장의 젊은 역동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소비자 시장에서의 이런 활력은 기업 생태계와 스타트업 투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 단순한 제조국가가 아닌, ‘실험 가능하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시장’을 가진 나라로 진화하고 있다.
정치 제도의 유연성…한국의 장점, 일본의 한계
일본은 자민당 일당 독재 체제가 70년 가까이 이어지며 세습 정치를 고착화시켰다. 디지털 전환 지연, 이민정책 후진성, 공공 시스템 낙후 등의 문제는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기관에서 여전히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세계적인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한국은 잦은 정권 교체와 시민사회의 활발한 참여 속에서 정책 실험이 가능하다. 물론 정치 갈등이 심한 단점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제도의 유연성과 자정 능력을 상징한다. 2022년 대선 이후 한국은 세대 교체형 리더십을 통해 산업 정책의 방향을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산업 투자에 유리한 구조로 이어진다.
일본은 반면교사, 한국은 기회의 나라
워렌 버핏의 투자는 일본 경제에 대한 찬사가 아니라, 일본 종합상사라는 예외적 구조에 대한 냉정한 선택이었다. 그가 선택하지 않은 일본의 ‘내부 구조’는 지금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갈등과 시련 속에 있지만, 기술과 정치, 소비와 제도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진정한 미래 자산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본이 거울이라면, 한국은 창문이다.
우리가 무엇을 비춰보느냐에 따라, 세계는 한국을 ‘위기의 이웃’이 아닌 ‘기회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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