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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정치, 이재명과 오프라의 공통된 깨달음”

싸움닭에서 통합의 아이콘으로 바뀐 이재명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5/05/06 [10:05]

“살아남은 자의 정치, 이재명과 오프라의 공통된 깨달음”

싸움닭에서 통합의 아이콘으로 바뀐 이재명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5/05/06 [10:05]

그날, 그는 죽을 뻔했다.

 

2022년 1월, 선거 유세 중 날아든 흉기에 목을 찔렸고, 몇 초의 차이로 삶과 죽음이 갈렸다. 그 피범벅의 얼굴과 목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장면은, 단순한 뉴스가 아니라 이 나라 정치의 어떤 결정적인 균열점으로 남았다.

 

이재명. 그는 늘 격렬했다. 말의 칼날은 예리했고, 싸움닭처럼 물러섬이 없었다.

 

변방의 시장에서 시작해 대통령 후보가 되기까지, 그는 주류 정치에 맞서 싸우는 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날, 그가 맞은 것은 말이 아니라 진짜 칼이었다. 물리적 살해의 시도 앞에서 그는 ‘죽음이 가까이 왔다’는 절대적인 감각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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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사람은 언제 바뀌는가?

 

그 질문은 미국의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에게도 던져질 수 있다. 그녀는 어느 날 마이크 타이슨의 권투 경기를 보며 무릎을 쳤다. 사회자가 외친 “마이크 타이슨!”이라는 외침. 그리고 화면에 뜬 그의 몸무게. 그것이 자신의 몸무게와 같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오프라는 충격에 빠졌다. ‘나는 왜 이러고 살고 있나.’ 그녀는 다시 색을 빼기로, 삶을 빼기로 결심했다.

 

이재명의 그날도 같았으리라.

 

목이 찔리고, 피가 쏟아지고, 구조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되는 동안, 그의 뇌리는 수천 번의 생각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왜 내가 이런 공격을 받아야 하는가?’ ‘내 삶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치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가 생각했을 모든 질문의 가장 밑바닥에는 이런 한마디가 있었을 것이다. “살고 싶다.”

 

오프라 윈프리는 이후 다이어트를 시도한다. 하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세상의 다이어트 방법을 다 해봤지만 94kg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나는 죄책감에 짓눌렸다. 코끼리 같았다.” 오프라가 자신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는 트레이너 ‘밥 그린’을 만나면서였다.

 

그는 단순히 운동을 시킨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받아주고, 왜 다이어트가 실패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해준 존재였다. 그리고 말한다. “체중 감량은 몸무게가 아니라, 자기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다.”

 

이재명에게도 그런 밥 그린이 있었다.

 

그는 국민이었다.

 

그를 응원하며, 병원 앞에서 촛불을 들고, 여전히 그의 손을 잡아주는 국민이 있었다. 그들은 말했다. “죽지 마십시오. 당신은 살아야 합니다.” 그 메시지는 단순한 동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가 생명보다 무거워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었고, 그의 존재를 지지하는 수백만 명의 삶의 한 조각이었다.

 

그 이후, 이재명의 정치엔 분명 변화가 있었다.

 

싸움의 방향이 바뀌었다. 과거에는 누군가를 향해 비수를 겨눴다면, 이제 그는 체제를 향해 묻고, 국민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국민이 명령하면 따르겠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살아남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본질을 꿰뚫은 언어다.

 

오프라는 말한다. “자신을 이해해야 사랑할 수 있다. 자기 자신과 관계를 맺지 않는 사람은 누구와도 진짜 사랑을 할 수 없다.”

 

이재명도 그걸 배웠다.

 

죽음 직전에 서서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누구였는가?”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나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그는 더 이상 ‘무적의 돌파자’로만 남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부드러워졌고, 때론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대중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두려웠는지,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고백한다. 과거의 그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다.

 

그는 바뀌었다.

 

죽음을 마주한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존재의 겸허함과 살아남은 자의 다짐으로 정치에 임하고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과거의 자신을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억압된 감정과 외로움을 도리토스 가방 안에 넣고 먹어치웠다.”

 

그녀의 비만은 단순히 식욕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무너짐이었다.

 

이재명도 비슷하다. 그의 투쟁은 그저 권력을 위한 싸움이 아니었다. 상처받은 도시, 소외된 민중, 가난했던 어린 시절, 형과의 갈등, 아버지의 고함, 그리고 늘 ‘틀렸다’고 불렸던 이재명이라는 한 아이의 기억들이 정치라는 옷을 입고 울부짖은 것이었다.

 

오프라는 말한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이재명 역시, 자신을 받아들이고 나서야, 정치적 복수의 유혹을 이겨내고, 화해와 연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진짜 정치란 뭘까?

 

살아남은 자의 정치다.

 

죽음을 목도한 자, 자신을 돌아본 자, 책임을 아는 자, 무너져 본 자만이 할 수 있는 정치.

그 정치에는 계산도, 쇼도 없다.

오직 관계와 진심만이 있다.

 

오프라 윈프리는 끝내 말한다.

 

“내가 내 자신을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내 삶에 대한 가장 큰 사랑이다.”

이재명은 지금, 자신의 상처를 보듬고 있다.

정치를 통해, 국민과의 약속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묻고 또 묻는다. “나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사람은 고통을 겪고 난 뒤에야 본질에 이른다.

살을 빼는 것도, 살아남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의 문제다.

그리고 그 관계가 바뀔 때, 사람은 진짜 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재명의 변화는 체중이 아닌 정신의 감량이었다.

무거운 고통을 떨쳐내고, 가벼운 진심으로 돌아가는 일.

그것이 바로,

살아남은 자가 걷는 길이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우리는 '진짜 사람'을 만난다.

정치인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이재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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