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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시장, ‘금융의 화약고’인가 ‘패권의 무기’인가①

중국·일본의 그림자와 투자심리의 붕괴
트럼프가 흔든 시장은 이제 혼돈을 만들어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5/05 [10:08]

미국 국채시장, ‘금융의 화약고’인가 ‘패권의 무기’인가①

중국·일본의 그림자와 투자심리의 붕괴
트럼프가 흔든 시장은 이제 혼돈을 만들어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5/05 [10:08]

“미국 국채는 더 이상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다.”
– 전직 뉴욕 연준 고위 인사

 

 

한때 세계 금융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겨졌던 미국 국채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수십 년간 ‘위기 시 몰리는 안전자산’으로 불리며 불확실한 시대의 유일한 도피처처럼 여겨졌던 미국 국채가, 이제는 공포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시장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 패권의 축이 흔들리는 지정학적 충돌과 신뢰 붕괴라는 거대한 변수가 자리 잡고 있다.

 

국채란 무엇인가? 왜 ‘안전자산’이었는가?

 

국채(Treasury)는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며, 이는 곧 “국가의 신용”을 상품화한 것이다.

 

미국 국채는 특히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 위에 세워진 금융 질서의 심장과 같은 존재였다.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미국 달러는 국제통화의 기준이 되었고, 이에 따라 미국 국채는 전 세계 중앙은행과 투자자들이 외환보유고나 안전 자산으로 삼기에 가장 적합한 수단이 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은행이나 일본은행이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보자. 이들은 단순히 현금으로 들고 있기보다는, 그 달러를 수익을 낼 수 있는 수단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때 선택되는 것이 바로 미국 국채다.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크며, 디폴트 위험이 거의 없다는 평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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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하락은 미국패권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 전통적 신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중국과 일본- 미국의 가장 큰 ‘채권자들’

 

중국은 수십 년 동안 미국에 수출을 통해 막대한 달러를 벌어들였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달러를 상회했고, 그 중 상당 부분이 미국 국채로 운용됐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은 자국 내 저성장과 낮은 금리 구조로 인해, 보유한 자금을 해외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채택했고, 미국 국채는 가장 선호되는 자산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들의 ‘투자’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계산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은 대만 문제, 기술패권 경쟁,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전략적 불신을 키워왔다.

 

특히 2022년 이후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반도체·AI 등 첨단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면서 양국 간 경제 전쟁은 더 이상 숨겨진 전장이 아니다.

 

예시로 2022년 10월, 미국은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는 곧바로 중국 반도체 산업에 큰 타격을 줬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비경제적 리스크’를 통화 정책과 자산 포트폴리오로 전이시키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 신호가 미국 국채 보유량의 지속적 축소다.

 

10년 전보다 40% 이상 감소했다.

 

미국의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채권자의 이탈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자체의 신뢰를 뒤흔드는 신호탄이 되었다.

 

일본의 리밸런싱- 방아쇠를 당기다

 

2024년 초, 일본 연기금(GPIF: Government Pension Investment Fund)은 미국 국채 비중을 축소하고 유럽 및 국내 자산으로의 분산을 선언했다.

 

이 발표는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단순히 수익률이 아니라, 환율 변동성과 금리 리스크, 그리고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는 단지 ‘투자 비중 조절’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다. 시장은 이를 ‘미국 국채에서 빠져나가는 첫 번째 경고’로 해석했고, 당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하루 만에 20bp 이상 급등했다. 1994년의 테킬라 위기 때와 유사한 패턴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금리 급등이 단순히 수급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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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금리의 급등은 실물경제의 가장 민감한 온도계인 부동산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미국 전역의 주택 수요를 극도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투자심리의 전이-'먼저 팔아야 산다'

 

금융시장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심리의 전염’이다. 주식시장뿐 아니라 채권시장도 결국 사람의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특히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연기금, 그리고 중앙은행까지 — 이들은 데이터를 분석하지만 동시에, 타인이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예측에 따라 움직인다.

 

예로...한 헤지펀드가 미국 국채 시장에 매도 포지션을 걸었다고 하자. 다른 펀드는 그 이유를 탐색하고, 시장이 하락할 것을 ‘예감’하며 자산을 줄인다. 그렇게 매도세는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버리고, 순식간에 시장은 붕괴한다.

 

 

2025년 현재, 국채시장에서 실제로 이런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매도 압력이 이어지고 있으며,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와 맞물려 국채 가격은 하방 압력을 받는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국채는 더 이상 안전한 자산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으며, 특히 중동계 국부펀드나 동남아 중앙은행들도 자산 구성을 재조정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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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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