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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칠나무, 금보다 빛나는 보물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4/18 [09:52]

황칠나무, 금보다 빛나는 보물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4/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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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황칠코리아 정현오 대표    

남도의 바람과 해무 속에 수천 년을 살아온 나무가 있다.

 

전라남도 진도, 완도, 장흥, 해남, 신안과 제주도의 푸른 땅에 뿌리내린 황칠나무. 노란 수액을 품은 이 나무는 '황칠수(黃漆樹)', 또는 '노란 옻나무', '황금나무'로 불리며 오랜 세월 동안 특별한 존재로 여겨졌다.

 

과거 황칠은 금속 표면에 발라 마치 금을 입힌 듯 빛나는 광택을 냈다. 그 화려함 덕에 '금칠(金漆)'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실제로 조선시대 궁궐과 사찰에서는 황칠로 마감한 공예품이 왕실의 위엄을 상징했다. 황칠 한 되의 값이 순금 한 냥과 맞먹었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다.

 

 

그만큼 귀했고, 금보다 비싼 대접을 받던 황칠은 이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도료를 넘어 건강과 산업을 잇는 미래 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황칠나무의 진가는 과학의 빛 아래 더욱 빛난다. 수액뿐 아니라 줄기, 잎, 심지어 뿌리까지 다양한 효능이 발견되고 있다. 항염, 항산화, 간·신장 보호, 항비만, 신경 보호 등 약리 작용이 속속 밝혀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블루칩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희대 약학대학, KAIST, 유럽 생명과학연구소 등 국내외 연구기관이 황칠 연구에 뛰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까지 황칠 관련 연구 과제만 무려 246건. 이 중 167건이 실제 수행됐고, 특히 전남과 광주 지역 연구기관이 74% 이상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전라남도는 '황칠 산업화의 메카'로 부상했다.

 

활용 분야도 폭발적으로 확장 중이다. 조경수는 물론, 건강식품, 친환경 도료, 전자파 차단재, 기능성 접착제까지 다양한 산업에 황칠이 쓰인다. 최근 2년 새 관련 논문만 90편 이상 발표되었고, 관절염, 노화성 질환, 면역 조절 등 고령화 시대를 겨냥한 응용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산업화를 가속한 비결 중 하나는 '발효 기술'이다. (주)황칠코리아가 선보인 황칠 진액과 황칠차는 발효 기술로 유효성분을 극대화했다. 전남산림자원연구원이 개발한 '발효 황칠나무' 기술은 기존 대비 유효성분 함량을 무려 30배나 높였다.

 

이 기술은 현재 보성군 강산농원에 이전되어 상용화되고 있다. 또한 황칠 잎·줄기 추출물이 인지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며, 식약처 인증을 받은 기업도 등장했다. 이제 황칠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황칠 산업에도 넘어야 할 고개가 있다. 제품별 식약처 인증에 수억 원이 필요한 고비용 구조가 가장 큰 장애물이다. 중소기업이나 농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이로 인해 제품 표준화, 신제품 개발 역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황칠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전라남도는 이미 천연림 870ha를 포함해 약 5,000ha에 이르는 황칠 자원을 확보했다. 장흥, 완도, 해남, 보성, 무안, 진도, 신안 등지에서 활발히 식재가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통계조차 잡히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자원만으로 산업은 완성되지 않는다. 판로 개척, 품질 관리, 기술 지원, 정책적 뒷받침이 함께 가야만 황칠의 미래도 탄탄해질 수 있다.

 

황칠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전통과 첨단 과학을 연결하고, 자연과 인간, 농촌과 도시, 산림과 산업을 잇는 살아 있는 다리다. 금보다 귀하게 여겨졌던 이 나무가, 이제 건강한 삶과 지속 가능한 산업을 함께 여는 열쇠가 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황칠나무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고, 세계로 키워나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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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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