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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이 아닌 금융전쟁...미중 벼랑끝 누가 먼저 항복?

관세 전쟁의 역풍, 국채 금리 0.6%p 급등…중국의 '금융 보복'에 워싱턴 흔들리다
경제 대통령의 상징이 무너진다…금리 상승 → 모기지 위기 → 선거 민심 이탈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4/14 [10:05]

무역전쟁이 아닌 금융전쟁...미중 벼랑끝 누가 먼저 항복?

관세 전쟁의 역풍, 국채 금리 0.6%p 급등…중국의 '금융 보복'에 워싱턴 흔들리다
경제 대통령의 상징이 무너진다…금리 상승 → 모기지 위기 → 선거 민심 이탈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4/14 [10:05]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중국에 협상을 제안한 배경에는 외교적 신호보다 훨씬 더 긴박한 금융시장 상황과 정치적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무역전쟁의 해소와 글로벌 공급망 회복이라는 평화적 메시지를 전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국채 시장에서 발생한 급격한 금리 상승과 그로 인한 경제적 여진을 막기 위한 '전략적 후퇴'로 해석된다. 2025년 4월 초, 트럼프가 대중국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예고하자마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틀 만에 무려 0.6%포인트 급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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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표를 들고 상호 관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에서 7번째에 한국이 적혀 있다.(사진제공=AFP 연합뉴스)     하상기 기자

 

이는 전통적 금융이론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현상이었으며,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과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를 급격히 잃기 시작했다는 강한 경고음이었다. 더불어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투기적 변동이 아니라, 실질적 매도 주체가 존재하는 구조적 움직임으로 드러났다.

 

바로 중국이 500억 달러 이상의 미국 국채를 매도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이는 그동안 무역 보복 수단으로 사용되던 농산물이나 희토류가 아닌 '달러 시스템' 자체에 겨눈 전략적 반격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재정은 적자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으며, 그나마 외국 중앙은행과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채를 꾸준히 매입해주는 구조 덕에 안정성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중국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시장에서 현금화하기 시작하자, 트럼프가 내세우던 ‘강한 경제’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단순한 채권시장을 넘어, 증시와 실물 소비 시장,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이르기까지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미국 중산층의 대부분은 변동금리 기반의 모기지론을 통해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금리 급등은 곧바로 월별 상환액 증가로 이어져 민생 고통을 가중시킨다. 트럼프는 과거 선거에서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이미지를 활용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켰지만, 이번처럼 금융시장의 반격이 실생활의 고통으로 전이되는 순간, 정치적 지지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전형적인 ‘최대 압박 후 협상’ 전략을 다시 꺼내들었고, 긴장 완화성 발언을 통해 금융시장을 달래는 한편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의 협상 제안은 실질적인 딜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국채 금리 급등이라는 시장의 반란을 잠재우기 위한 ‘심리전 카드’로 기능하고 있다.

 

그는 과거 이란이나 북한과의 외교에서도 유사한 패턴을 보여준 바 있으며, 이번에도 중국의 금융 보복 앞에서 일정 수준의 시간 벌기 전략을 구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전술이 장기적으로 유효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이 두 번째 국채 매도에 나선다면 미국은 단순히 금리 상승이나 소비 둔화를 넘어, 글로벌 금융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현재 예상되는 전개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는 협상이 무산되고 중국이 국채를 추가 매도하는 경우로, 이 경우 금리는 5% 이상으로 고착화되며 S&P500 등 주요 지수는 2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는 마비되고, 트럼프는 무역 제재 일부 철회나 연준 압박 가속화를 통한 긴급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둘째는 협상이 성사되어 관세가 일시 유예되는 시나리오로, 이 경우 국채 금리가 안정되고 증시는 단기 랠리를 맞이할 수 있다. 트럼프는 이를 근거로 '중국을 굴복시킨 외교의 달인'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겠지만, 실제 핵심 쟁점인 반도체·AI 기술 이전, 안보 관련 통제 등은 아무런 진전 없이 그대로 봉합될 것이다.

 

셋째는 중국이 금융 보복을 심화하여 달러 약세가 본격화되는 시나리오로, 이 경우 글로벌 자금은 금과 유로화, 디지털 위안화로 이동하고, 미국의 재정 적자와 무역 적자는 동시에 심화되며, 연준의 통화정책 효과마저 상실되는 최악의 국면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이 준비 중인 반격 카드들도 하나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SWIFT(국제은행간결제시스템)에서 중국 국영은행을 배제하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달러 결제 시스템의 무기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디지털 달러를 본격 출범시켜 국제 정산에서의 달러 패권을 공고히 하려는 준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또 하나의 전략은 비동맹권 국가들과의 경제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다. 인도, 베트남, 멕시코 등 중국에 대한 수입 대체국과의 FTA를 확대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국채 매입을 독려하기 위해 일본, 사우디, 유럽 국가들과 ‘친미 채권 연합’ 구성을 제안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이처럼 현재의 미중 협상은 단지 무역 장벽의 철폐나 관세율 조정 차원을 넘어, 달러 시스템의 존속 여부와 연준의 정책 독립성, 그리고 글로벌 금융 질서의 지배구조를 놓고 벌어지는 본질적 전쟁이다.

 

트럼프가 협상을 제안한 것은 항복이라기보다는 재포지셔닝에 가깝고, 그 의도는 분명히 ‘시장 안정’과 ‘대선 전략 유지’라는 내적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위기는 외교 수사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금리가 보내는 경고음이 구조화될 경우, 협상 카드조차 무력화될 수 있다.

 

결국 트럼프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을지 여부는, 미국 국채 시장이 다음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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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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